중대재해 감축, 기업 자율에 맡기려는 노동부
노동계 “노조와 하청노동자들의 구체적 참여 방안 필요”
고용노동부가 조만간 발표할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는 ‘위험성평가 강화’가 핵심 내용으로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스스로 위험성평가를 통해 ‘자율적 안전체계’를 구축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2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핵심은 ‘위험성평가 강화’로 요약된다. 로드맵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유해·위험 요인을 통제하는 방식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서 위험성평가가 중심이 되는 방향이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주가 사업장의 유해·위험 요인을 찾아 적정한 예방조치를 실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중대재해법 시행령에도 명시돼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해당 절차에 따라 위험성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경영책임자 등이 보고받았다면, 중대재해법에 따른 유해·위험 요인의 확인 및 개선에 대한 점검을 반기 1회씩 연 2회 모두 실시한 것으로 본다. 다만 유해·위험 요인의 확인과 개선조치가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으로 이뤄졌는지를 주요하게 보게 된다.
경영계는 기업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기획재정부는 경영계 입장을 반영해 지난 8월 노동부에 “기업 스스로 유해·위험 요인을 발굴해 위험성을 평가하고 위험요인을 제거, 통제 방안을 마련하도록 의무 부여”할 것을 법 시행령 개정방안으로 전달했다.
노동계는 위험성평가 실시 확대는 긍정적이라고 보면서도, 노동자 참여와 개선사항 이행이 담보돼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위험성평가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고도 경영책임자가 의무를 다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현재도 위험성평가는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데 현장에서 위험요인이 있는지 정도만 보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노조가 직접 참여해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대책 수립, 이행하는 것까지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또 “현재 작업환경 측정의 경우 원청이 하청 공장에 대해서도 측정하게 돼 있는 것과 달리, 위험성평가는 그렇지 않다”며 “위험요인은 주로 하청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위험성평가가 필요하고 동시에 하청노동자들의 참여 보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1월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중대재해는 줄지 않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발생한 중대재해 483건으로 510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준과 비교해 사망사고는 9건 줄었지만, 사망자는 8명 늘었다. 이에 대해 법에 문제가 있다는 경영계 주장과 소극적인 수사 탓에 기업이 변하지 않는다는 노동계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이 중대재해법을 적용해 재판에 넘긴 사건은 4건에 불과하다. 노동부는 법 시행 1년도 안 돼 시행령을 손보고 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30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당초 법 시행령 개정안을 8월에 발표한다고 예고했다가 개악 시도 논란 속에서 일정을 미뤘다. 시행령 개정안 발표는 내년 초로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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