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양서 ‘산불 계도’ 헬기 추락 5명 숨져
비행계획서에는 ‘2명 탑승’ 기재…소방당국, 구조 혼선 빚어
27일 오전 강원 양양군에서 산불예방·진화용 헬기 1대가 추락해 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륙 직전 공항에 제출한 비행계획서에는 탑승 인원이 2명으로 기재돼 소방당국이 구조에 혼선을 빚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전 10시50분쯤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 야산에서 S-58T 기종 중형 헬기가 추락했다. 헬기에는 기장 A씨(71)와 정비사 B씨(54), 20대 주유담당 정비사 C씨, 신원미상 2명 등 모두 5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지자체가 민간에서 임차한 사고 헬기는 생산된 지 47년 된 노후기종으로 알려졌다.
헬기는 산불 취약지 예방 활동을 벌이는 산불 계도 비행 중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직후 헬기는 산산조각이 났고, 대부분 불에 탔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소방 헬기 2대와 구조대, 진압대, 긴급 기동대 등 인력 140여명과 장비 40대를 동원해 사고 수습에 나섰다.
소방당국은 헬기 추락 현장에서 A씨와 B씨를 포함한 모두 5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당초 비행계획서에는 기장 A씨와 정비사 B씨 두 명만 탑승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 20대 남성 C씨와 여성 2명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5명이 탑승한 사실은 속초시 설악동에 있는 헬기 계류장 폐쇄회로(CC)TV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이 헬기는 민간업체인 D사의 소유로 확인됐다. 강원 속초시·고성군·양양군은 산불 발생 시 초동진화 등에 활용하기 위해 D사와 계약을 맺고 헬기를 임차했다. 사고 헬기는 미국 시코르스키사가 1975년 제작한 S-58T 기종이다. 1989년 울릉도에서 경북 영덕으로 비행하던 중 추락해 1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헬기와 같은 기종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의 신원 확인 결과 임차헬기 회사 소속 직원은 A씨와 B씨, C씨 3명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기장 A씨가 탑승자 정보를 누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이날 비행에 앞서 오전 8시50분쯤 양양공항출장소에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이륙을 통보했다. 당시 A씨는 “오전 9시30분 설악동 헬기 계류장에서 비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탑승자는 기장 외 1명”이라며 유선으로 비행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3시간 뒤 설악동 헬기 계류장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추락사고 이후 비행계획서상 탑승 인원이 ‘2명’이어서 소방당국을 포함한 관계기관 모두 혼선을 빚었다. 소방 관계자는 “CCTV를 통해 임차헬기 회사 소속 직원과 여성으로 추정되는 인물 2명이 추가로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속초시와 임차헬기 회사 모두 여성 2명의 신원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산불 진화를 담당하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임차헬기를 탑승할 때 이륙에 앞서 보험 문제 등이 있어 탑승자들의 인적사항과 동의서 등을 제출받는다”며 “탑승자도 대부분 기장과 정비사, 주유 담당 등 3명이 전부다. 5명이 탑승하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가족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고 산림청과 지자체에 지시했다.
강원 속초시·고성군·양양군 등이 연 단위 계약으로 임차해 운용 중인 이 헬기는 9~12월에는 속초시가 임차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정비 불량 혹은 조종사 과실 등 정확한 원인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삭·최승현·윤희일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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