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200일이 지나도 제자리 맴도는 ‘소통과 통합 행보’
야당과 대화 없어 협치 실종
MBC 전용기 탑승 불허 이어
언론과 출근길 문답도 중단
향후 국정운영의 부담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로 취임 200일을 맞았다. 이 기간 윤 대통령이 내세운 성과는 내치에선 제왕적 대통령제 탈피와 소통 강화, 외치에선 한·미 동맹 복원과 한·미·일 협력 강화로 요약된다. 취임 한 달, 100일, 200일을 맞기까지 일관되게 강조해 온 가치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취임 한 달째에 발표한 ‘10가지 변화’에 비춰보면 명암이 드러난다.
2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취임 한 달을 맞은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 달, 새로운 10가지 변화’라는 제목으로 그간의 치적을 설명했다. 정부 출범 한 달에 스스로 가장 상징적인 변화로 꼽은 일들로 윤석열 정부의 ‘초심’ 격으로 해석된다.
당시 대통령실은 용산 청사 이전이라는 공간적인 변화와 맞물린 소통의 개방성을 다방면에서 강조했다. 10가지 중 가장 첫 번째 변화로 ‘용산시대 개막,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를 들고 이에 따라 대통령 집무실을 시민에 개방하고, 청사 앞마당을 시민 광장으로 삼고, 집무실과 비서진 사무실을 한 건물에 둔 것 등을 주된 변화로 내세웠다.
실제 윤 대통령은 시민들을 수차례 집무실로 초청하고 용산 이전의 ‘집들이’ 격인 인근 주민 초청 행사 등을 하며 용산 이전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언론·야당과의 소통 강화도 ‘10대 변화’에 주요하게 들어갔지만 이 분야에선 당시 내세운 표현들이 무색할 정도로 치적이 쪼그라들었다. 10대 변화 중 7번째로 든 ‘파격적인 통합 행보’가 대표적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요청으로 여당 의원 전원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점, 5월16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 이후 여야 국회의원 전원과 악수한 점 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강력한 통합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당시 대통령실은 해석했다. 취임 200일을 전후로 ‘파격적 통합 행보’는 확연히 잦아들었다. 관저 만찬 회동 등 여당과 수차례 공식 회동을 이어가는 동안 윤 대통령과 야당의 직접 대화는 멈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야당과의 선제적 대화는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대신 국가안보실과 감사원 등이 주요하게 나선 사정 행보로 ‘파격적’인 사정 정국이 형성됐다.
대언론 관계에서의 변화도 ‘10대 변화’에 복수로 포함됐다. 대통령실은 취임 한 달째 12회 진행됐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이어 두 번째 주요 변화로 꼽았다. “출근하는 대통령을 국민이 매일 목격하고, 출근길 국민의 궁금증에 수시로 답하는 최초의 대통령”이라며 “역대 대통령과 비교 불가능한 소통 방식과 횟수를 통해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과 언론이 중단을 바라지 않는 한 이어가겠다고 공언한 출근길 문답은 지난 21일 첫 문답 이후 194일 만에 전격 중단됐다. 특정 언론에 대한 순방 전용기 탑승 불허, 특정 언론의 취재 태도를 문제 삼아 전체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한 문답을 중단하면서 논란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취임 사흘 만에 ‘기자실부터 방문한 대통령’도 주된 변화로 강조했지만 언론관 논란으로 의미는 퇴색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대통령 비서진 수시 브리핑도 용산 이전에 따른 핵심적인 변화로 내세웠다. 윤 대통령이 적극적인 언론 소통, ‘스타 장관’을 강조하면서 한때 활성화했던 대통령실 비서진과 국무위원들의 수시 브리핑은 ‘원점 회귀’ 상태다. 각 부처 수장들의 첫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나온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만 5세 학령 인하 정책’ 논란 등 각종 설화가 원인이 됐다.
소통·협치 부분에서 ‘초심’으로 내세운 변화들이 철회, 중단되면서 향후에도 정부 국정운영 평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분석이 많다. 27일로 일주일째 멈춰선 출근길 문답의 재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도어스테핑이 대통령과 언론인들이 함께 만들었던 굉장히 소중한 소통 창구였음을 저희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언론과 다시 소통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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