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공’ 유지, 화물연대 반발…첫 교섭 순탄치 않을 듯
대통령실 “업무개시명령 검토”…결렬 땐 29일 발동 가능성
화물연대 “만남 전 일방 메시지”…경찰도 “엄정 대응” 압박
국회선 예산안 대치로 ‘안전운임제’ 논의 일정조차 못 잡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차종·품목 확대 적용을 요구하며 2차 총파업을 벌인 지 27일로 4일째에 접어들었다. 국토교통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예고한 상태에서, 28일 화물연대와 국토부는 파업 시작 이후 첫 교섭을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파업의 최대 쟁점인 안전운임제를 처리해야 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화물연대와 국토부에 따르면 양측은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차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4일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후 양측이 대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엄포를 둔 채 협상에 나서는 것이어서 교섭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차 교섭은 지난 15일이었다.
화물연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토부의 일방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을 (화물연대와) 만나기도 전에 밝힌 것은, 화물연대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멸시행위”라고 규탄했다.
교섭이 결렬될 경우 이르면 29일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4일 관련 브리핑에서 “화요일(29일)에 있는 국무회의 또는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서라도 운송개시명령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업무개시명령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4조에 근거하며, 운송사업자나 운송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이를 화물기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화물운송 종사자격 취소·정지가 내려질 수도 있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사실상 ‘강제노동’으로 보고, “반헌법적인 조치”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질 경우 총파업이 장기화하는 것은 물론 노정관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운수노련은 국제노동기구(ILO)에 ‘긴급 개입’ 요청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화물연대가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안전운임제 일몰 안건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 사안이다.
그러나 법 개정 논의를 위한 국회 법안심사소위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내년도 예산안 문제로 여야가 대치 상황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노동자들은 전국 주요 항만·산업단지·사업장 등 16개 본부별 50여개 거점에서 2만5000여명이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수도권 최대 컨테이너 물류기지인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 마련된 화물연대 천막에는 정부와의 첫 교섭을 앞두고 긴장감이 맴돌았다. 정부가 화물연대 측에 ‘선 복귀 후 협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화물연대 측은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광재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장은 “‘안전운임제 확대’를 약속하기 전까지는 업무에 복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상황을 점검하고 근무 중인 경찰 기동대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의왕ICD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윤 청장은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 “핵심 주동자와 극렬행위자 그리고 배후까지 끝까지 추적해 예외없이 사법조치하는 등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파업 주요 물류 거점지역에 경비경력 2100여명을 투입해 화물연대가 비조합원 차량 운송 방해, 차로 점거, 운전자 폭행, 차량 파손 등의 행위를 하는지 점검하고 있다. 이번 총파업과 관련해 현재까지 8명이 입건된 상태다.
유선희·김태희·구교형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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