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중국 위협론과 대만 선거

손제민 기자 입력 2022. 11. 2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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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민당 지지자들이 26일 타이베이 시내에서 지방선거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대만 선거는 지방선거로는 이례적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무력 사용 발언으로 어느 때보다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치러진 선거이기 때문이다. 차이잉원 총통과 집권 민진당은 선거 기간 중국의 위협을 부각하며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투표할 것을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야당인 국민당이 독립을 포기하고 중국과의 화해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는 노선을 표방해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호소가 어느 정도 먹힐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27일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개 지자체장 가운데 민진당은 5곳에서만 승리했고 야당인 국민당이 수도 타이베이를 포함해 13곳을 가져갔다. 2004년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민진당의 최대 패배이다. 차이 총통은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에서 물러났다. 차이 총통은 2020년 총통 선거에서 중국의 2019년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진압을 부각한 뒤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에는 안보위기론이 표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방선거 특성상 유권자들이 민생 현안에 더 주목했기 때문일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백신 수급 문제에서 드러난 중앙정부의 무능, 대도시의 공기오염과 교통혼잡 문제 등이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됐다. 일부 민진당 후보의 자질이 부족했음에도 차이 총통이 이들을 계속 지지한 것도 시민들의 실망감을 키웠다고 한다.

언젠가부터 한국의 선거에서도 안보위기론이 잘 먹히지 않는다. 대만과 한국 시민들이 중국과 북한에 대해 느끼는 안보 위협을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일말의 불안감 속에서 일상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대만선거 결과를 보며 중국은 미소를 짓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그런 것이다. 공동체의 운명이 걸린 외교안보 정책에서 국론이 통일되면 좋지만, 그렇게 잘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시민들로서는 민주주의에 충실하며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 외부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최선의 길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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