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순익 50% 환원하는데… 롯데케미칼은 중간 배당 번복

이윤희 2022. 11. 2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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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株 주주 환원에 줄상승
롯데케미칼은 대규모 유상증자
주주가치 훼손 등 비판 목소리

우리 증시는 소액주주들에게 야박한 편이다. 모회사와 자회사를 동시 상장해 주주가치를 희석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할 뿐더러 주주환원 정책도 미비하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평균 주주환원율은 20%대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계 평균이 70%대, 미국의 경우 90%대인 것을 크게 밑돈다. 중국의 주주환원율도 30%대로 우리보다 앞선다.

그런 우리 증시에서 메리츠금융그룹이 주요 상장 자회사를 상장폐지한 뒤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겠다고 나서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시장에서는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는 이벤트로까지 평가했다. 기대감에 주가도 급등했다. 반면 롯데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한 롯데케미칼의 경우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게 됐다. 주가도 이에 따라 하락세를 탔다. 지난 21일 메리츠금융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2000억원을 취득하고 내년부터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 비율을 연결 순이익의 50%로 유지하겠다고 공시했다.

다음날 증시가 열리자마자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3인방이 모두 상한가로 직행했다. 이날 메리츠금융지주는 전일대비 8000원(29.91%) 오른 3만47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도 각각 29.97%, 29.87% 뛰어 상한가로 마쳤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핵심사업부 분할에 따른 모회사 기업가치 하락, 모자회사 동시 상장에 따른 더블카운팅(기업가치 중복 계산) 등 자회사 분할 상장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3개의 상장사를 하나로 합치는 결정은 이런 유행과 정반대되는 행보"라고 말했다.교환 비율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1주당 금융지주 1.27주와 0.16주로 결정됐다. 교환일자는 화재가 내년 2월 1일, 증권은 내년 4월 5일이다. 주식 교환이 마무리되면 두 자회사는 상장폐지되고 메리츠금융지주가 그룹 내 단일 상장사로 남는다.

문어발식 자회사 상장이 잦은 증시에서 메리츠의 결정은 주주들의 호응을 얻어냈다. '옥상옥' 동시 상장 전략은 대주주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대주주는 소량의 지주회사 지분만 갖고 다수 계열사를 모두 지배할 수 있고, 중복 상장으로 그룹 시가총액이 늘고 자금조달이 용이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역으로 메리츠의 경우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편입하면 대주주의 지배력은 감소한다. 신주 발행과 포괄적 교환을 실시하면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지분율은 75%대서 47%대로 낮아진다. 승계를 한다면 오너 지분율은 20% 이하로 하락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메리츠 측은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기업설명회를 열고 계열사 간 자본 배분을 효율적으로 하고 임직원 간 소통을 활발히 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사주 매입·소각과 현금 배당 등 최소 3년간 당기순익의 절반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단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 화재와 증권 자사주 소각을 진행하기로 했다. 단순 계산으로 매년 7000억원(작년 실적 기준) 가량이 주주에게 쓰이는 셈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지가 고무적"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이 부재했던 기존 정책(당기순이익의 10% 수준 배당과 추가로 자사주 매입 소각 실행 예정) 대비 상당히 명확하다"고 전했다. 롯데케미칼은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해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회사는 지난 18일 장 마감 후 이를 공시했다. 목적은 내년 2월 인수 예정인 일진머티리얼즈에 대한 인수·합병(M&A) 자금 확보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건설에 대한 지원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지분 43.8%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 이전에도 롯데케미칼은 중간배당 번복으로 눈총을 받았다. 지난 3월 롯데케미칼은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면서 매년 1회 반기 배당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못했다. 약 4개월 만에 실적 부진과 시황 불안으로 기존에 실시하던 기말배당으로 전환하겠다며 말을 바꾼 것이다.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유상증자를 결정하기 직전 사흘 동안에만 12.3% 하락했다.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지속되며 본업에서의 현금 창출력이 낮아졌는데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으로 2조7000억원 가량의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롯데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까지 이뤄지며 재정 부담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계약금 2700억원을 납부한 상태로 내년 2월까지 거래를 마쳐야 한다. 이윤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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