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칼럼]놀라운 인연

전양미 건양대병원 교육전담간호사 입력 2022. 11. 2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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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일.

비번이거나 근무일정이 바뀌어 오랜만에 만나게 되면 "간호사님 안 보여서 얼마나 찾았나 몰라요", "엄마, 이쁜 간호사 선생님 오셨네, 인사해요~" 하며 반갑게 맞아주었고 간식이라도 하나 더 챙겨주려 마음 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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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양미 건양대병원 교육전담간호사

2016년 3월 1일. 누군가에게는 주중에 맞이하는 보너스 휴일처럼 즐거웠겠지만, 5년 차에 접어드는 나에게는 그냥 일상적인 근무일이었다. 그 시절 나도 여러 고비를 꾸역꾸역 넘기며 번아웃에 빠져있었다. 교대근무가 힘에 부치기 시작했고, 학교에서 글로 공부하던 것들을 환자에게 적용하며 어떤 결과를 이루어낼 때 느끼던 재미가 이제는 무덤덤해지기 시작했다. 성격상 환자나 보호자에게 내 감정을 티 내기 싫어 친절하게 웃어 보이려 노력했지만, 속으로는 곪고 있었나 보다. 그런 나에게 그날 오후 전달 된 SNS 메시지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안녕하세요. 절 기억하실진 모르겠지만…' 으로 시작되는 이 메시지의 발신자는 올해 초 우리 병동에서 한 달 넘게 입원 치료하다 퇴원한 모 할머니의 보호자인 손자였다.

할머니가 오랜 투병 끝에 지난 2월 말 돌아가셨는데 장례를 치르고 주변에 감사한 분들을 찾아 인사를 드리는 중에 할머니가 입원 기간 동안 잘 돌봐주었던 내가 생각나 수소문 끝에 SNS를 찾아서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처음 메시지를 받고 '나에게 보낸 것이 맞나?', '나를 어떻게 찾으셨을까?' 놀라움과 동시에 보호자분이 보내신 환자분의 성함을 보자마자 713호 출입문 바로 앞에 계셨던 할머니가 바로 떠올랐다. 메시지를 보낸 보호자는 나를 친절하고 감사한 간호사로 기억했지만 나 또한 할머니의 보호자들을 참 상냥하고 열심히 간병하는 보호자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장폐색으로 입원해서 큰 수술까지 받았지만, 고령과 기저 질환에 의한 합병증으로 꽤 오래 우리 병동에 입원해 계셨다.

부모를 간병하며 애정이 남다른 몇 몇 보호자들은 환자 상태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의료진에게 까다로운 요구사항이 많은 편이기도 한데 할머니의 보호자는 언제나 밝은 표정에 궁금한 것이 있거나 요구사항이 있어 간호사를 찾을 때에도 정중하고 조심스러웠다.

비번이거나 근무일정이 바뀌어 오랜만에 만나게 되면 "간호사님 안 보여서 얼마나 찾았나 몰라요", "엄마, 이쁜 간호사 선생님 오셨네, 인사해요~" 하며 반갑게 맞아주었고 간식이라도 하나 더 챙겨주려 마음 쓰셨다.

그 당시 나는 주니어도 아닌 그렇다고 시니어도 아닌 애매한 위치의 간호사였지만 담당 간호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환자를 간호하려고 노력했고 그 노력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전해지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꼈다.

의료진과 보호자가 함께 마음을 다 한 결과, 할머니는 회복하여 무사히 퇴원하셨지만 얼마 후 폐기능 저하로 호흡기내과에 재입원 하셨다는 소식까지 전해들었다.

그 이후에는 나도 내 일에 바빠 할머니의 안부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는데 이렇게 보호자분의 연락을 받게 된 것이었다.

병원이란 공간은 환자나 보호자에겐 투병과 간병의 공간이기에 좋은 기억으로 남기 참 어려운 곳이란 걸 안다. 내가 그동안 해 온 일들이 나에겐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누군가에겐 정말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를 다시 한번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다.

간호사로써 일 하며 환자나 보호자에게 어떤 대가를 바라진 않지만 나의 노력을 알아주고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행복한 일인데 할머니와 그 보호자들에게 나의 간호가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생각 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좋은 소식을 맞이하는 순간들이 내가 간호사로 일하며 가장 힘들고 지쳐있을 시기였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봐도 놀라운 인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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