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트램' 26년째 공전…"충청권 메가시티, 정부 결단 필요"
트램 국내 첫 사례, 당시 예산산정 기준 미흡… 타지역 사례 비교 증액 명분 충분
균형발전·광역교통망·메가시티 등 국가적 대의 위해 정부 전향적 결단 필요
26년 간 공전해 온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사업이 또 한 번의 고비를 앞두고 있다. 시민들의 오랜 염원 아래 논란을 매듭지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 문턱을 넘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총 사업비 증액 관련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으로, 당시 예산 산정 기준의 적절성과 타 시도 도시철도 사례 등 측면에서 타당성이 확보되고 있다.
나아가 트램이 지역균형발전과 도시재생 촉매제이자 충청권 메가시티 형성이란 국가적 대의 실현 차원에서 정부의 전향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은 19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승인 이후 혼선을 거듭하며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03년 도시철도 2호선 건설 관련 논의를 시작한 이래 2014년 4월 고가 자기부상열차, 2014년 6월 트램 방식으로 결정되기까지 11년 간 '건설방식'을 둘러싼 논란을 빚어왔다.
2019년 1월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으로 트램사업을 올린 이후엔 '급전방식' 문제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2021년 2월엔 3분의 1 가선에서 같은 해 10월 전 구간 무가선 방식으로 번복, 2022년 2월 다시 유·무가선 혼용방식으로 변경됐다.
이후 지난 6월 기본설계 결과 총사업비가 7492억 원에서 7345억 원 증액된 1조 4837억 원으로 조정, 사업기간은 1년 여 지연됐으며 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 협의도 거치게 됐다. 사업비 증가 주요 원인으로는 물가·지가 인상 1363억 원, 급전시설 변경 672억 원, 구조물 보강 및 지장물 이설 1688억 원 등이다.
이처럼 트램이 수십년째 공전을 거듭하면서 일각에선 건설방식 등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책 결정이 번복될 경우 사업의 불확실성을 고려, 트램 조속 추진을 통한 지역 교통 인프라 확충, 균형발전 매개체로 삼는 방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트램의 경우 여타 철도사업 방식 대비 효율성이 높고, 대전의 철도교통망이 타 지역에 비해 부족한 점 등도 추진 명분을 더하고 있다.
트램은 km당 400억 원의 사업비가 소요되는 반면 저심도 개척 방식은 820억 원, 고가 방식은 650억 원, 일반 지하철은 1200억 원을 필요로 한다. 대전시가 도시철도 2호선을 신설하는 데 있어서 현재의 트램 방식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셈이다.
철도사업 사업비가 증액된 타 시도 사례(부산 오륙도 트램 487억 원→906억 원, 광주 도시철도 2조 2114억 원→3조 1000억 원 추정)와 대전 인구 1만 명당 도시철도 차량 대수가 전국 주요도시 중 최하위인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 최근 증액된 사업비의 경우 대전 트램이 국내 첫 사례로 추진되면서 당시 지장물 이설 비용이 미반영되는 등 예산산정 기준의 허점도 드러났다.
대전에게 있어 트램이란 대중교통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핵심도시를 한 데 묶어 하나의 대도시권을 형성하는 메가시티는 '광역교통망' 구축을 통한 접근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이에 충청권 자치단체는 충청권 광역철도를 비롯한 대형 철도 사업을 통해 지역 연결에 힘쓰고 있는데 트램 노선의 여러 정거장이 광역철도 환승 체계에 포함돼 있다. 트램이 단순한 대중교통을 넘어서 충청권 메가시티의 가교 역할을 맡게 된다는 얘기다.
이범규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램이 가져다 주는 이점은 이미 해외 여러 도시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트램의 착공은 균형발전, 도시재생, 환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대전의 도시 경쟁력을 확보시킬 것"이라며 "중앙정부와의 협의와 각종 행정절차를 최대한 줄여 크게 지연된 트램 착공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대전시는 내달 중 민선 8기 트램 주요 정책발표(무가선 트램, 안전 및 교통혼잡 해소, 경관개선 등)를 앞두고 있다.
트램이 기재부의 문턱을 원활하게 넘길 경우 곧바로 총사업비 조정과 기본계획 변경 및 실시설계 등을 거쳐 본격적인 착공에 돌입하게 된다. 대전시민의 해묵은 염원이자 26년의 세월 동안 답보를 면치 못하던 트램 사업이 드디어 첫 삽을 뜨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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