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반도체전쟁은 특허전쟁

2022. 11. 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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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특허청장

지난 여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10억분의 3미터의 선폭으로 반도체 칩에 회로를 새겨 넣는 초고밀도 집적기술이다. 이러한 집적기술의 시작에 한국인인 고(故) 강대원 박사가 기여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반도체 집적기술은 1959년 잭 킬비가 최초로 개발했으나, 전력소비가 크고 제조가 까다로워서 제품화에는 실패했다.

1960년 강대원 박사가 특허 받은 MOSFET(전계효과 트랜지스터) 소자는 반도체 트랜지스터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였고, 60년이 지난 현재까지 쓰이고 있다. 강 박사는 그 후에도 총 22개의 특허를 받았으며 지난 2009년 에디슨, 스티븐 호킹이 헌액된 미국 발명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강 박사의 MOSFET 특허보다 5년 늦은 1965년, 우리나라에 트랜지스터 조립 공장이 세워지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정부의 지원과 기업, 연구소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어느덧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경쟁기업들의 새로운 기술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어 현실에 안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년마다 반도체 집적도는 2배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는지를 단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다. 치열한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 박사처럼 핵심 기술을 특허로 선점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이 핵심기술에 대한 특허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신속한 특허심사가 필요하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사가 1개월 지연될 경우 1조1000억원의 경제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최근 특허출원은 연 3.5%씩 증가하고 있으나 심사 인력은 부족해 첫 번째 심사결과를 받아보는데 일반심사의 경우 12개월 이상 소요되고 있다. 이는 미국보다는 다소 빠르기는 하나, 0.1개월의 일본이나 4.3개월의 유럽특허청에 비해 느린 실정이다.

이에 특허청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발표된 국정과제에 '반도체 등 핵심기술 민간퇴직자의 특허심사관 채용'을 포함시켜 신속하고 정확한 특허심사를 제공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그동안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앞으로 2년간 반도체 분야의 민간 퇴직자를 특허 전문 심사관으로 채용키로 결정하였고 최근 채용 절차를 시작했다.

현장 전문성을 갖춘 민간 퇴직자는 기술 이해도가 높아 즉시 특허심사에 투입될 수 있으므로 반도체 분야의 심사 처리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사의 품질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작년 산업부의 통계에 따르면 해외로의 기술 유출의 46%는 인력 유출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민간 퇴직자를 전문 심사관으로 채용함으로써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아울러, 핵심 기술의 특허 획득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기 위해 11월부터 반도체 분야를 우선심사 신청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우선심사 신청을 하면 약 2.5개월 안에 첫 번째 심사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이는 일반심사에 비해 10개월 가량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이번 제도 개선은 반도체 분야에 그치지 않고, 산업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다른 첨단기술 분야로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짧은 시간에 창의력과 성실함을 무기로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했다. 그러나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세계 각국은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장벽이 나타난 셈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특허라는 사다리를 통해 이러한 장벽을 넘어 세계를 이끄는 초격차 기술로 우뚝 설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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