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방송사의 갈등·공정성 위기

2022. 11. 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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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11월 들어 윤석열 정부와 MBC, YTN, TBS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말하자면, 정체성과 편파성 논란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이들 공영방송사가 친정부 논조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공영방송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감독과 규제 기관 역시 그동안 이들의 편파성을 제대로 바로 잡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도 "아차" 싶었을 것이다. 인수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미디어 정책 방향을 마련하지 못했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는 주목했지만 정작 방송 프로그램의 편파성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TBS와 YTN에 대해서는 해법을 나름 찾은 듯싶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15일 TBS에 대한 서울시 예산 지원의 근거가 되는 조례 폐지, 340억원에 달하는 연간 지원금을 2024년부터 끊기로 했다.

시사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 편파성은 그동안 논란의 중심이었다. 2019년 조국 법무부장관 사태에서는 조국 장관 옹호방송으로, 지난해 4월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세훈 후보를 공격하는 '생태탕집 아들'을 출연시켜 논쟁을 키우기도 했다. TBS는 시민의 세금으로 제작되는 만큼 청취율이 아니라 공정성을 먼저 고려했어야 했다. 이는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지속적인 편파성 지적에도 바로 잡으려는 움직임도 없었다. 재원의 70%가 줄어들 위기에 처하면서 방송의 무뎌진 공정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셈이다.

정부는 YTN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YTN의 최대주주인 한전KDN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한 YTN 지분 전량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모기업인 한국전력의 재정 부실에다 정부의 공공기관 슬림화 방침에 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YTN은 1998년 이후 정부 영향을 받는 한전KDN(지분 21.43%)과 마사회(9.52%)가 대주주인 어정쩡한 공영방송을 유지해왔다. 2019년 저녁 뉴스인 '뉴스가 있는 저녁' 앵커로 진보 성향의 변상욱 CBS 대기자를 영입하면서 앵커의 편파적 발언이 여러 차례 문제가 됐다. YTN의 민영화는 방송 내용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아니다. 방송이 한전KDN의 고유업무가 아니라는 점과 2011년 연합뉴스TV 출범으로 공영방송 형태의 24시간 뉴스 채널이 2개 존재한다는 점은 민영화 추진의 근거를 제공한다.

MBC는 뜨거운 감자, 그 자체다. 이렇다 할 해결책 없이 소모적인 논쟁만 벌어지고 있다. 지난 9월 MBC가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과정에서 비속어 발언 논란 보도 이후 대통령실에서는 MBC에 대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듯싶다. 지난 11월 초 MBC 취재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가 조치에 이어, 20일에는 MBC 기자의 태도를 이유로 대통령의 출근길 도어스테핑 중단 조치를 내렸다.

국민의힘에서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의 교체와 새로운 사장 선임만으로는 현재 보도 논조는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 듯싶다. 박성중 의원은 지난 22일 "MBC의 사장, 부사장, 본부장, 부장 이런 간부들 전부가 민주노총 출신"이라며 "궁극적으로 1공영 다민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외 방송사는 모두 민영화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MBC 민영화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무엇보다 '방송문화진흥회법'을 개정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찬성할 리 없다. 16개의 지역MBC 네트워크가 가진 공공성도 무시할 수 없다. MBC의 민영화 추진은 별 실효성 없는 논란만 키울 뿐이다.

차라리 MBC에 수신료 지원을 하고,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으로 만들면 어떨까. 2020년 5월 MBC의 박성제 사장도 공영방송으로서 MBC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MBC에 대한 공적 재원의 지원을 역설한 바 있다. KBS가 MBC를 흡수, KBS3-TV로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다만 수신료를 지원하는 만큼 보도의 편파성을 막는 장치를 꼼꼼하게 마련해야 한다. 독립된, 실질적 권한을 지닌 '공영방송 공정성 위원회'를 설립, 모든 보도를 상시 모니터링하면 된다. 만약 편파 보도를 하면 옐로우 카드, 레드 카드를 통해 관련자를 경고·퇴출시켜야 한다.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최첨단 장비를 활용, 오랜 편파 시비를 없앤 것은 좋은 참조가 된다. MBC의 편파성 극복은 민영화가 아니라 공적재원 지원과 그에 따른 철저한 뉴스 편향성 모니터링이 해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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