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도 50세처럼... '슈퍼 브레인' 유지한 비밀은?

한건필 2022. 11. 2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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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도 비껴간 건강한 뇌, 낙천적 성격·활발한 사회성이 비결?
미국의 한 연구진은 80세를 넘긴 나이에도 50~60대 수준의 뛰어난 기억력과 인지능력을 지닌 '슈퍼에이저(Super Ager)'들의 뇌를 스캔해 이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비결을 탐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80세를 넘긴 나이에도 뛰어난 기억력과 인지능력을 지닌 사람을 슈퍼에이저(Super Ager)라고 한다. 우리말로 옮기면 '슈퍼 노인'쯤 된다. 미국의 CNN은 26일(현지시간) 이 용어를 탄생시킨 미국 노스웨스턴대 파이번그의대 연구진의 14년에 걸친 연구를 토대로 그들의 감춰진 비밀을 보도했다.

슈퍼에이저 프로젝트 그룹에 들어가려면 80세가 넘어야 하고 광범위한 인지테스트에서 50대와 60대의 평균적 기억력과 인지능력 이상을 지녀야 한다. 이 프로젝트를 구상한 파인버그 의대의 에밀리 로갈스키 교수(정신의학 및 행동과학)는 "슈퍼에이저는 일상적인 사건과 과거의 개인적인 경험을 회상하는 능력(에피소드 기억력)을 갖춰야 하지만 다른 인지 테스트에선 평균적 점수 이상만 받으면 된다"면서 "지능만 놓고 보면 평균 수준"이라고 말했다. 로갈스키 교수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노인 중 약 10%만이 그러한 기준을 충족시킨다고 한다.

슈퍼에이저로 인정받으면 다양한 3D 뇌 스캔을 받는다. 그리고 매년 인지테스트와 뇌 스캔을 받게 된다. 그렇게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뇌의 크기가 점점 줄어든다. 슈퍼에이저의 경우 사고, 의사 결정, 기억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이 50대와 60대의 그것보다 훨씬 더 두껍고 더 느리게 수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후 기증된 슈퍼에이저의 뇌를 조사해보면 내후각피질(entorhinal cortex)에 더 크고 건강한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파이버그의대의 나카르 게펜 교수(정신의학 및 행동과학)는 내후각피질이 "가장 먼저 알츠하이머병의 타격을 받게 되는 뇌 영역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슈퍼에이저의 뇌와 초기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의 뇌를 비교한 게펜 교수는 내후각피질이 또 다른 중요한 기억 중심인 해마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기억과 학습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게펜 교수 연구진은 슈퍼에이저의 뇌가 인지적으로 건강한 대조군의 뇌보다 신경섬유질을 구서하는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엉켜서 생기는 '타우 엉킴'이 3배나 적게 발생한다는 것도 발견했다. 타우 엉킴은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적 징후 중 하나다. 그는 "내후각피질에 있는 신경세포가 더 크다는 것은 그만큼 구조적으로 건전하고 신경섬유질의 타우 엉킴 형성을 견뎌낼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게펜 교수 연구진은 또한 슈퍼에이지의 뇌에선 인간 외에 유인원과 코끼리, 고래, 돌고래, 명금류에서만 발견되는 '폰이코노모신경세포(Von Economo Neurons‧VEN)'라는 희귀 신경세포가 더 많다는 점을 발견했다. 코르크 마개 형태로 생긴 VEN은 신속한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과 유인원처럼 사회성 강화에도 직접적 도움을 준다는 가설도 있다.

VEN은 인지·추론 측면과 감성·감정 측면을 연결하는 뇌의 앞쪽에 고리를 형성하는 전측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에서 발견됐다. 전측대상피질은 감정을 조절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좋은 기억력의 또 다른 열쇠로 여겨지고 있다. 게펜 교수는 "이를 종합해보면 슈퍼에이저는 유전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검증하는 길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더 큰 내후각피질을 가졌는지를 측정하는 것뿐이라 아직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로갈스키 교수는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슈퍼에이저의 특징도 있다고 밝혔다. 그들은 신체적으로 활동적이며 긍정적 성격을 지녔다. 또 매일 새로운 것을 읽거나 배우며 두뇌를 자극한다. 80대까지 일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사회성이 좋아 가족과 친구에 둘러싸여 있으며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슈퍼에이저는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더 긍정적 관계를 맺는다"면서 "사회적 관계성이야말로 그 연령대의 평균적이고 정상적인 사람과 구별케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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