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선 돈 확 몰리는데…“서울 사람들은 왜 안하지?”
다른 지역 33% 늘 때 서울은 7.3%
보통예금 증가율 12.6%보다 작아
주식·부동산 투자 대기자금 많고
‘금리 더 오른다’ 기대감 더 큰 탓
2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예금은행 지역별 수신’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서울지역 정기예금 말잔은 528조원으로, 지난해 말 492조원 대비 7.3%(35조 9562억원)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서울을 제외한 정기예금이 286조원에서 380조원으로 33%(94조 5128억원) 급증한 것에 비하면 4분의 1에 불과하다. 전국 17개 광역 자치단체 중 전년 말 대비 정기예금 증가율이 10% 미만인 곳은 서울뿐이었다. 대전, 제주, 전남 등 일부 지역은 동기간 60% 이상 정기예금 잔액이 늘며 급성장했다.
서울 지역은 올해 전 기간에 걸쳐 정기예금 잔액의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2월을 제외하고 매번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다른 지역은 가파르게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다른 지역은 2021년 말 대비 20~30%씩 늘었는데 서울은 증가폭이 5% 미만이었다.
금리가 오른다고 허겁지겁 정기예금을 들기보다 우선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고 파킹통장 등에 묻어 두고 정점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리 고점에서 중도해지 후 재가입할 계획이라면, 하루만 맡겨도 2%이상의 이자를 주는 파킹통장이 유리하다. 시중은행 주요 정기예금은 중도해지 시 받는 이자율이 1%도 안 되기 때문이다.
정기예금과 달리 보통예금 증가율은 서울이 상위권이었다. 서울의 보통예금은 2021년 12월 말 128조원에서 2022년 9월 말 144조원으로 16조원으로 12.6% 증가하며 증가율이 전국 4위였다. 증가율로 보면 서울 지역은 보통예금이 정기예금보다도 빠르게 증가했다. 반면 9월 기준 지난해 말보다 잔액이 줄어든 광역자치단체는 17곳 중 10곳이나 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서울 지역에서 대기성 자금의 증가 현상이 유의미하게 관측됐다”고 했다.
대기 자금 중에서는 다시 주식, 부동산 시장 재진입을 노리는 ‘큰 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예금 이자율도 5~6%로 준수하지만 잘하면 수십, 수백 퍼센트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자산시장에는 못 미치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1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 비율은 서울이 45.5%로 전국에서 제일 많다. 또 금융자산이 많을수록 공격 지향적 투자 성향을 보인다. 김형리 NH농협은행 NHAll100자문센터 팀장도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며 수도권의 젊은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저점 매수 시점을 고민하는 고객들이 생겨났다”며 “이들은 애초에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들로 굳이 정기예금을 들었다 다시 갈아타기 보다는 언제든지 현금을 바로 동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는 경향이 많다”고 했다.
지방은행들이 고금리 특판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유동성을 흡수했다는 분석도 있다. 통상 지방은행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인프라에 맞서 금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한다. 현재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정기예금 이자율 순위를 봐도 BNK부산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등이 5% 이상의 이율을 제시하며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지방은행들이 자금을 끌어 모으기 위해 특판을 여러 차례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종착금리’가 가까워지면서 연말연초에 대기자금 일부가 은행으로 이동하는 ‘역 머니무브’가 또 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2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0%에서 3.25%로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며 “최종금리를 3.5%로 본 위원이 3명으로 대다수 의견”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 한 차례 정도 인상 여지가 남아있다는 의미로, 현재 금리가 정점에 가까워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에 사는 20대 A씨는 “금리가 계속 오를 것 같아 파킹 통장에 돈을 넣어두고 관망하고 있었다”며 “이제 웬만큼 오를 대로 오른 것 같아, 제일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에 가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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