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예방 나섰다가… 헬기 추락해 5명 숨져

박동민 기자(pdm2000@mk.co.kr), 이상헌 기자(deswit21@mk.co.kr) 2022. 11. 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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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에서 산불 예방 활동을 하던 헬기 1대가 야산으로 추락해 5명이 숨졌다.

27일 오전 10시 50분께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 야산에서 S-58T 기종 중형 임차 헬기가 추락했다. 사고 직후 동체에서 발생한 화재는 1시간15분 만에 꺼졌으나 잿더미 속에서 A씨 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최식봉 양양소방서장은 "헬기 배터리 부분에서 계속 폭발음이 발생해 쉽게 접근할 수 없던 탓에 진화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추락한 헬기는 속초·고성·양양이 공동으로 임차해 운용 중이며 이날 공중에서 산불 취약지 예방 활동을 벌이는 산불 계도 비행 중에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장 A씨(71)와 정비사 B씨(54)는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산불 방지 공중 계도와 감시 비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A씨와 B씨 2명만 탑승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사고 현장에서는 20대 C씨와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 2명 등 총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5명이 탑승한 사실은 헬기 계류장 폐쇄회로(CC)TV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소방당국과 산림당국은 이들의 정확한 신원을 파악 중이다.

현장은 사고 당시 충격을 짐작게 할 정도로 참혹했다. 추락 후 발생한 화재로 인해 헬기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다. 사방으로 흩어진 각종 기체도 화염에 새카맣게 타면서 잿더미로 변했다. 산산조각 난 헬기 주변의 아름드리나무 등은 검게 그을려 사고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사고를 목격한 주민은 "집에 있는데 헬기가 날아다니며 산불을 조심하자는 방송을 하는 걸 들었는데 불과 2∼3초 뒤에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면서 "그러더니 시커먼 연기가 올라와서 '헬기가 잘못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바로 신고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주민은 "산에 올라갔지만 불이 크게 번져 접근할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고 지점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도 "일 나가는 아들에게 잘 다녀오라고 배웅을 나왔는데 아들이 '저기 산불이 난 것 같다'고 했다"며 "새카만 연기가 엄청나게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는 산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동민 기자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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