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살해당했다, 함께 떡볶이 먹던 그 골목에서"

남형도 기자 2022. 11. 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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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오빠가 일면식도 없는 가해자에게 살해당했다.

"오빠가 살해당한 사건 장소는, 흉흉하고 외진 곳이 아닙니다. '우리 동네' 입니다. 오빠와 제가 초등학교 때 어묵과 떡볶이를 사 먹고, 고등학생 때 늦게까지 공부한 뒤 걸어오던 곳입니다. 그날 오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너무나도 익숙하고 편안한 그 길을 걸어 오빠는 집으로 돌아오려 했지만, 100m를 남기고 다신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오빠는 비빔면을 끓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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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고양이 살려주던 착한 아들, 흉기 찔려 싸늘한 시신으로"…사형제 부활 외치는 아버지의 애끓는 '청원'
지난달 2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한 아파트단지 인근 노상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된, 30대 청년 장례식장 빈소에 마련된 고인의 영정사진 모습./사진=뉴시스

친오빠가 일면식도 없는 가해자에게 살해당했다. 10월 2일 새벽이었다. 피해자의 여동생은 9일 뒤인 또박또박, 손글씨로 탄원서를 썼다.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에게, 엄벌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오빠가 살해당한 사건 장소는, 흉흉하고 외진 곳이 아닙니다. '우리 동네' 입니다. 오빠와 제가 초등학교 때 어묵과 떡볶이를 사 먹고, 고등학생 때 늦게까지 공부한 뒤 걸어오던 곳입니다. 그날 오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너무나도 익숙하고 편안한 그 길을 걸어 오빠는 집으로 돌아오려 했지만, 100m를 남기고 다신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동생이 기억하는 오빠는 다정했다. 가족이 모여 삼겹살을 먹을 때면, 동생은 비빔면이 생각났다. 그럴 때마다 오빠는 비빔면을 끓여줬다. 생활에 보태라며 자신의 월급을 쪼개어, 동생에게 용돈을 챙겨주기도 했다.

그리 늘 든든한 버팀목이던 오빠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일면식도 없는 30대 남성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참변'
친오빠를 잃은 여동생 연씨의 탄원서./사진=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피해자 연모씨(33)는 아버지의 공업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날은 일찍 퇴근했다. 부모에게 마라탕을 대접하고 싶다며 사러 갔다. 포장해 온 뒤 조리법을 알려주고는 "저녁 약속이 있다"며 나갔다.

유족 측에 따르면, 연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고 귀가 중이었다. 10월 2일 새벽 1시 13분쯤, 이들은 집에 가다가 사소한 언쟁이 있어 평상시보다 조금 높은 어조로 이야길 나눴다. 그런데 누군가 "야!"하고 외치는 목소릴 들었다. 일면식 없는 30대 남성 가해자 A씨가 집 안에서, 다투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창문 밖으로 소리친 거였다. 이에 연씨도 "뭐!"라고 대꾸했고, 가던 길을 갔다.

이에 격분한 A씨가 집에서 흉기를 들고 나왔다. 그는 둘을 향해 쫓아오며 "네가 나한테 소리 질렀냐?"라고 물었고, 연씨가 "그래, 내가 했다"고 답했다. A씨는 주먹으로 연씨 얼굴을 폭행했다. 이어 연씨의 가슴, 얼굴 부위에 흉기를 휘둘렀다. 연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연씨 여자친구도 다쳤다.

"새끼 참새, 3시간 동안 살려준 착한 아들…사형제 부활해달라" 애끓는 청원
아들을 잃은 아버지 연씨의 탄원서./사진=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아버지는 하루아침에 아들을 잃었다. 그의 비통한 탄원서엔, 평소 기억하던 아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아빠 일 돕겠다며 힘들고 지저분한 일을 열심히 배웠습니다. 월급을 많이 주지 못해도 불평 한 번 없었습니다. 올해 봄 공장 안으로 새끼 참새가 날아들었습니다. 아들은 3시간 넘게 산처럼 쌓인 물건을 걷어낸 뒤, 날려서 살려주었습니다. 지난해 봄엔 새끼 고양이가 폐유통에 빠진 걸 건졌습니다. 정성껏 씻겨 병원에 데리고 가서 검사하고 주사를 맞혀주었습니다. 왜 이렇게 비참하게 한순간 떠나야하는지,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피해자 연씨의 부친이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린, 가해자 엄벌 청원./사진=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https://petitions.assembly.go.kr/status/onGoing/E1EEDC180E473549E054B49691C1987F)

아버지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지난 16일 글을 올렸다. 다름아닌 '사형제 부활' 청원이었다. 청원 취지에 아버지는 이렇게 썼다. "사람의 귀한 생명을 물가에 있는 개구리처럼 가볍게 여겨, 자신의 감정에 따라 살인한 살인범은 사형에 처해야 합니다. 남을 죽이면 자신도 죽는다는 걸 알아야 귀한 생명을 가볍게 뺏지 못할 것입니다."

지난 9일, 경기 수원지법 안산지원(부장판사 김영민)은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부친 연씨는 지난달 18일부터 이 사건 재판이 열리는 수원지법 안산지원 정문 앞에서 A씨 엄벌을 촉구하기 위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해왔다.
아들을 잃은 피해자 유족 연씨가 수원지법 안산지원 정문 앞에서 엄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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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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