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가왕의 귀환'… 20대도 80대도 떼창 환호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2. 11. 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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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서울 콘서트 1만 관객 홀려
'단발머리' 등 총 23곡 2시간 열창
'찰나' '세렝게티처럼' 신곡 첫선
현대적 사운드·여전한 가창력
형님부대 향해 "형, 여기있다"
조용필이 26일 관객 떼창과 함께 '여와남'을 열창하자 LED 화면에 그와 관객석의 모습이 동시에 나타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얼마 만이야? 아마 제가 가수 생활을 한 이후로 (공연을 쉰) 가장 긴 시간이 아니었던가 생각되네요. 4년이 40년 같았습니다. 그립기도 하고 또 반갑고 기쁩니다. 아주 좋습니다."

2018년 50주년 콘서트 이후 4년 만에 무대에 오른 '가왕' 조용필은 공연 시간 120분 내내 잠시도 쉬지 않고 열창을 이어갔다. 20대 청년부터 80대 할머니까지 남녀노소 1만여 명으로 붐빈 공연장은 체감상 영하권으로 떨어진 초겨울 날씨가 무색하게 후끈 달아올랐다.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2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의 26일 첫날 공연 첫 무대는 1991년 곡 '꿈'이었다. 조용필이 걸어 나와 관객을 환영한다는 듯 두 팔을 양옆으로 활짝 벌리자 기타리스트 최희선, 베이시스트 이태윤 등 밴드 '위대한탄생'이 연주하는 익숙한 전주로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미디어아트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무대 연출도 관객을 홀렸다. 압권은 무대에서 관객석을 향해 길게 뻗은 세로형 전광판 '플라잉 LED'였다. 길이 40m, 무게 2t의 대형 LED가 천장에 매달려 있는 형태다. 공연장을 순식간에 꽃밭으로 만들었다가(단발머리), 물속 깊은 곳에 있는 듯한 느낌(추억 속의 재회)을 주기도 하고, 아프리카 초원 한복판(세렝게티처럼)에 있는 듯한 경험도 선사했다.

조용필 소속사 YPC 관계자는 "체조경기장 상부에 대형 LED 전광판을 설치한 건 이번이 첫 시도"라며 "안전진단과 관련 허가 등 많은 절차를 거쳐 현실화한 연출"이라고 전했다.

원조 '오빠부대'의 창시자로 불리는 만큼 팬들과 편안한 소통도 공연의 일부였다. "사랑해요! 반가워요!"라는 외침에 조용필은 "나도요"라고 화답했다. 코로나19에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는 그는 "살이 3㎏ 불어서 확 쪄버렸다. '확찐자'가 됐다. 그래서 주름살이 좀 없어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형님부대'도 눈에 띄었다. 조용필이 1981년 곡 '여와남'을 부르기 전, 무대 위에서 관객 분포를 둘러보며 "오늘 가만히 보니 공연장 3분의 1은 남자, 3분의 2는 여자다. 의외로 남자 분이 많이 계신다"고 했을 정도다. 관객석에서 "형님 멋있어요"라는 소리가 들려오자 조용필은 "형 여기 있어. 아직 형이다. 형님 아니야"라고 농담도 던졌다.

2013년 '바운스' '헬로' 등 신곡으로 음원 순위 정상에 오르며 대중성은 물론 음악적 진화·혁신의 아이콘이 된 그는 최근 9년 만에 '찰나' '세렝게티처럼' 등 2개 신곡을 발표한 소회도 밝혔다. 역시 새로운 사운드와 싱잉랩 등 시도가 돋보이는 곡이다. 그는 "녹음할 때는 항상 열심히 하지만 마지막에 발표하고는 '에라 모르겠다'가 된다"며 "그래도 신곡을 낼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말했다.

올해 일흔 둘, 칠순을 넘기고 연 첫 단독 공연인데도 무대 위에서 힘든 내색은 없었다. 직접 일렉트로닉 기타를 연주하기도 했다.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응원봉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거나 '떼창'을 하며 호응했다. '고추잠자리' '어제, 오늘, 그리고' '못 찾겠다 꾀꼬리' '모나리자' 등 전주만 들어도 몸이 들썩이는 곡들이 계속되자 관객석 분위기는 흡사 록 페스티벌 현장처럼 고조됐다.

관객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이날에 이어 27일, 다음달 3~4일 총 나흘간 서울에서만 열리는 이번 공연의 4만여 석은 일찌감치 모두 매진되며 조용필의 티켓파워를 입증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오랜 팬이라는 조봉숙 씨(52)는 "신곡 무대가 제일 기대된다. 떼창 부르려고 노래 연습도 많이 하고 왔다"며 "가족들도 오늘만큼은 엄마·아내를 찾지 않을 거다. 딸도 공연장에 같이 왔다"고 했다.

공연장에서 만난 학생 성민호 씨(27)도 "무대와 라이브 등 공연이 볼 만하다는 주변 얘기를 듣고 표를 구해 오게 됐다"고 했다. 오랜만의 조용필 공연을 놓치지 않겠다며 암표를 구해 온 83세 여성도 있었다. 미국에서 온 손보미 씨(63)는 "역시 오빠는 살아 있다. 공연에 오니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공연이 너무 짧았다"고 했다.

공연의 끝을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조용필은 이미 내년 데뷔 55주년 기념 활동과 정규 20집 발매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제 팬데믹 상황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컴백 여정에 나설 것을 예고하듯 조용필은 콘서트 끝 곡으로 '여행을 떠나요'를 열창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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