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건강 톡 '메디神'] 간이식으로 간질환·간암 동시 치료 가능

2022. 11. 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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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은 각종 간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 중 기존의 내과적 혹은 외과적 방법으로 치료가 되지 않아 병이 계속 진행되는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건강한 사람이 급격하게 간이 나빠지거나 간질환 환자가 감염, 출혈 등의 원인으로 간기능이 악화돼 회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태에서도 적절한 시간에 좋은 간을 이식받으면 기적처럼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는 놀라운 의술이다.

우리나라 전래동화 '별주부전'을 보면 임종을 앞둔 용왕이 병에서 나으려면 토끼의 간을 먹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아마 토끼의 간이 좋은 것은 신선한 채소를 주로 먹고,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깡충깡충 뛰면서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용왕은 궁중에서 술과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 여러 신하와 시녀들의 도움을 받으며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아 간이 나빠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토끼의 건강한 간을 통해 용왕이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는 설화는 우리 조상들이 간이식에 대한 혜안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는 국내 간이식 성적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억측도 해본다.

간암 환자 대부분은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과 같은 간질환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간이식은 기존 간질환과 동시에 간암을 치료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간암의 다양한 치료법 중 간이식이 가장 생존율이 높고, 특히 간암 치료 후 재발률이 낮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해준다. 더불어 간이식은 간경화가 심해서 간암을 치료할 수 없는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모든 간암 환자에게 간이식이 가능하고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질환 평가 단계에서 간에만 암이 있고 다른 장기로 전이가 없어야 하고, 주요한 큰 혈관 안에 암이 침범해 있지 않아야 하며, 종양의 크기가 작고 개수가 적어야 간이식 후 성적이 좋다.

다행히 최근 다양한 간이식 예후 인자 개발 등을 통해 간이식 수술로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없던 경우도 수술 전 시행한 간암 치료법에 대한 반응이 좋거나 암표지자의 수치가 낮다면 좋은 성적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다. 혹자는 간을 전부 제거하는 것이니 종양이 아주 많고 크더라도 간이식을 하면 간암이 재발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의아해한다. 하지만 간을 모두 제거하더라도 기존 간암이 심한 경우는 혈중에 남아 있던 간암세포나 우리 몸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던 간암세포에 의해 간암이 재발할 수 있다.

간이식은 새로운 장기를 얻는 방법에 따라 뇌사자 간이식과 생체 부분 간이식으로 나눌 수 있다. 뇌사자 간이식은 뇌사한 기증자의 간을 이식하는 것으로, 뇌사자 발생 시점에서 가장 간이 좋지 않은 환자가 우선 이식 대상자로 선정된다. 간 전체를 이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뇌사자가 고령이거나 지방간이 있는 경우도 있고, 대부분 뇌사자 발생 병원과 이식 병원이 일치하지 않아 이동시간 등 문제로 장기 상태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 생체 부분 간이식은 건강한 사람의 간 일부분만 기증받는 것으로, 이식받는 간의 크기는 작지만 최상의 상태인 이식편을 제공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는 뇌사자 숫자가 적어 상대적으로 간기능이 좋은 간암 환자가 뇌사자의 간을 기증받기는 매우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 생체 부분 간이식을 받는다. 두 방식에 따른 수술 후 치료 성적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간이식 수술은 외과적 수술 중 가장 위중하고 어려운 수술 중 하나로 수술로 인한 단기 위험을 감안해야 한다.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며 이에 따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술 술기 및 수술 전후 환자 관리 발전, 면역억제제와 각종 간염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등에 힘입어 간이식 결과가 향상되고 있다. 최근 간암 환자의 간이식 후 10년 무병 생존율은 70%가 넘는다. 간이식 수술은 어렵고 상대적으로 위험하며 평생 관리가 필요하지만, 수술 후 사회 복귀와 자유로운 신체활동은 물론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치료법이다.

[정동환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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