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올림픽 국가정원 통해 글로벌 생태관광 도시로"
"가리왕산 합리적인 복원방법"
전남 순천만·울산 태화강 이어
"제3호 국가정원 지정 필요"
백두대간을 잇는 생태도시 강원도 정선군이 '가리왕산 올림픽 국가정원 지정'을 민선 8기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승준 정선군수도 3선 임기를 시작하면서 국가정원 조성 추진을 제1호로 결재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주민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월 정선군 내 180여 개 기관·사회 단체가 국가정원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국정과제 등 정부 주요 시책 반영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8월에는 강원도 내 17개 민간 단체·기관이 강원도민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최근에는 강원도 새마을지도자 1000여 명이 가리왕산을 찾아 국가정원 지정을 기원하는 등 각계각층이 힘을 보태고 있다.
이같이 범도민 차원에서 국가정원 지정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것은 가리왕산을 지속가능한 올림픽 유산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가리왕산 하봉 일대에 조성된 알파인 경기장은 대회 폐막 이후 존치냐 산림 복원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정선에선 일부 시설만이라도 올림픽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산림청은 원상 복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결국 큰 틀에서 산림 복구로 가닥이 잡혔고, 곤돌라의 경우 2024년 말 이후 존치 여부를 정하기로 결론 났다.
이에 정선군이 제시한 대안이 바로 올림픽 국가정원 지정이다. 국가정원이야말로 가장 합리적인 생태 복원 방안이고, 올림픽 개최지라는 의미까지 부여한다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정선군 입장이다.
최승준 군수는 "정선의 문화 콘텐츠, 관광 및 역사자원까지 더해져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누구나 찾아 걷고 가꾸며 살고 싶은 글로벌 생태 관광, 정원 관광 명소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선군은 '보전 숲·복원 숲이 있는 천혜의 숲속 산림형 국가정원'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또 '생명·평화·문화·뉴딜의 숲'이라는 4대 핵심 가치와 함께 '자연친화형·생태복원형·공존상생형'이라는 3대 추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정원을 거점 삼아 정선군 9개 읍·면 1221㎢ 일대 산림과 문화재, 명소, 상업지역, 주거지를 하나의 정원도시로 연결해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이 같은 '생태 정원 클러스터'가 형성되면 약 2747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등으로 낙후된 정선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백두대간의 중추이자 생태적 가치가 높은 가리왕산은 국가정원으로 지정되기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국유림 분포가 100%에 가까워 산림청과 협의만 되면 국가정원 조성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고 정선군은 판단하고 있다.
학계 등에서도 올림픽 국가정원이 가리왕산 생태 복원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8월 서울에서 국가정원 강원도민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 당시 김태린 상지대 융합관광기획학과 교수는 "올림픽 유산 활용, 생태 복원, 지역 관광 개발을 모두 아우르는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이 올림픽 국가정원 조성"이라고 강조했다. 조승만 신구대 환경조경학과 겸임교수 역시 "올림픽 국가정원 조성은 가리왕산 숲이 보전되고 복원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유지 및 관리하는 데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정책적 측면에서도 타당성과 적합성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국가정원은 전남 순천만(제1호)과 울산 태화강(제2호) 2곳으로 모두 하천과 바다에 인접한 해안수변형 정원이다. 국가정원의 주무부처가 산림청인데도 정작 산림형 국가정원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가리왕산에 제3호 국가정원을 조성하면 산림자원의 생산적 복원과 자연친화적 활용이라는 관련 법 취지에 부합하고, 나아가 올림픽 유산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세계적인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추진위는 "가리왕산 올림픽 국가정원 조성은 특정 지역 발전과 확장만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치유와 회복의 에너지를 전달하고 지속가능한 국가 균형발전을 견인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면서 "소통하고 참여하며 함께 머무는 정주형 생태정원도시의 발전 모델을 정립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정선군은 한발 더 나아가 국가정원 조성과 연계한 '아시아올림픽아카데미(AOA)' 설립도 추진 중이다. 지난달 정선군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올림픽 유산의 지속가능한 활용 및 국제적인 스포츠 전문가 양성을 위해 공동으로 아카데미 설립을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최승준 군수는 "아시아 최초의 국제인증 올림픽 스포츠 전문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은 강원도에서 국제기구를 유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아시아 45개국에 대한 관광 홍보 효과도 커 강원도는 물론 국가 관광산업에도 일대 전환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가리왕산은?
태백산맥 중앙부를 이루는 해발 1561m의 고산이다. 고대 맥국의 갈왕이 이곳에 피란해 성을 쌓고 머물렀다고 해 '갈왕산'으로도 불렸다. 조선시대 궁중에 진상하던 산삼을 캐던 곳이라는 '삼산봉표(蔘山封標)비'가 발견돼 보존되고 있다. 산 일대에는 전국에서 제일가는 천연활엽수림과 희귀수목인 주목, 구상나무, 마가목 등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특히 노랑무늬붓꽃, 한계령풀, 금강제비꽃, 도깨비부채 등 희귀식물 자생지가 형성돼 있어 생태적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산림청은 2008년 10월부터 '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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