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돌아온 조용필 "4년이 40년 같았어요"

고경석 2022. 11. 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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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용필이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2022 조용필 & 위대한탄생' 콘서트에서 공연하고 있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얼마 만이에요? 가수 생활한 이후 가장 긴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4년이 40년 같았습니다. 그립기도 했고, 반갑고 기쁩니다."

가요계 원조 아이돌의 등장에 중년 관객의 환호가 이어졌다. "오빠!" "사랑해요" "멋있어요"… 중년 여성은 물론 굵은 목소리의 남성들도 덩달아 "오빠"를 연호했다. 72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가왕의 절창에 탄성과 '떼창'이 이어졌다.

조용필이 4년 만에 팬들 앞에 섰다.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2022 조용필 & 위대한탄생' 콘서트 무대에 오른 그는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가 무색하게 에너지 넘치는 공연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내가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했을 텐데 코로나19에 걸린 적은 없지만 최근 '확찐자'가 돼 3㎏이 늘어난 덕에 주름살이 없어진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진 조용필은 첫 곡 '꿈'으로 예열을 마친 뒤 '단발머리', '그대를 사랑해'를 연이어 부르며 이날 공연이 록페스티벌이 될 것임을 조용히 예고했다.

가수 조용필이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2022 조용필 & 위대한탄생' 콘서트에서 공연하고 있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발표한 팝 록 성향의 두 신곡 '찰나'와 '세렝게티처럼'의 영향일까. 이날 공연에선 밴드 '위대한탄생'의 존재가 두드러져 보였다. '친구여', 'Q', '그 겨울의 찻집'처럼 느릿한 곡이나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 같은 미드 템포의 곡이 열기를 식히기도 했지만 공연의 중심엔 언제나 록이 있었다. 1993년 이후 위대한탄생 멤버로 가왕과 함께하고 있는 최희선은 강렬한 록 기타로 공연 전반의 사운드를 이끌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한오백년' 같은 트로트나 민요 성향의 곡은 들을 수 없었다. 소속사 YPC 관계자는 "조용필이 지난 50주년 공연과는 다른 것을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며 "60여 곡 중에서 오랜 선곡 과정을 거쳐 30곡 정도가 남아 이를 토대로 연습을 했고 실제 공연에선 23곡으로 좁혀졌다"고 설명했다. 신곡과의 경합 속에서 2013년 가요계를 강타한 19집 히트곡 '바운스'와 '헬로'도 빠졌다.

19집을 기점으로 전성기 시절의 창법을 버린 조용필의 목소리는 밴드의 로킹한 연주와 어우러져 관객의 흥을 끌어올렸다. 대부분의 곡에서는 원곡과 다름없는 고음을 소화하는 저력을 보이며 감탄을 자아냈다. 가왕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고 말하는 듯했다.

전성기 못지않은 가창력은 부단한 노력과 완벽주의의 산물이다. 최희선은 공연 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조용필이) 콘서트 전 두 달 이상 일주일에 3, 4일씩 5시간 정도 우리와 함께 연습했다"며 "완벽을 기하기 위해 정해진 연습 외에 두 번을 더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가수 조용필이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2022 조용필 & 위대한탄생' 콘서트에서 신곡 '세렝게티처럼'을 부르는 사이 대형 LED 화면에 아프리카 초원을 묘사한 이미지가 펼쳐지고 있다. 고경석 기자

고삐를 죄었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긴장감을 이어간 공연의 백미는 후반부에 집중됐다. 프로그레시브 록 성향의 대곡 '태양의 눈', 서사시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거쳐 '어제, 오늘 그리고', '못찾겠다 꾀꼬리', '미지의 세계', 본 공연의 마지막 곡 '모나리자'로 이어진 후반부는 대중적 팝과 파워풀한 록이 어우러지며 객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이번 공연의 숨은 주인공은 두 신곡이었다. 청춘으로 돌아간 듯한 사운드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찰나'와 '세렝게티처럼'은 밝고 희망찬 분위기로 공연의 주춧돌 역할을 했다. 조용필은 "신곡을 녹음할 때는 열심히 하는데 내고 나선 사람들이 좋아할지 궁금하다"며 "막상 발표하고 나선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인데 그래도 신곡을 낼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말했다.

공연의 또 다른 주연은 곡에 맞춰 바뀌는 화려한 영상이었다. 무대 뒤를 널찍하게 꽉 채운 LED 화면과 기다란 널빤지처럼 생긴 '플라잉 LED'는 객석 상공을 오르내리며 역동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세렝게티처럼'에선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한 장면 같은 광활한 초원을 묘사해 눈길을 사로잡았고, '파도처럼 일렁이며'라는 가사가 있는 '추억 속의 재회'에선 천장에서 폭포가 떨어지는 듯한 영상과 수중 이미지로 해저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안기기도 했다. 조용필은 "이번엔 서울에서만 공연하는데 이 장비를 끌고 지방에서 공연하기가 쉽지 않다"며 양해를 구했다.

본 공연의 열기는 앙코르 곡 ‘찰나’로 이어졌다. 4년 전 공연의 도입부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여행을 떠나요’는 이번 공연에서 대미를 장식하며 1만여 관객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조용필이 '현재 진행형의 전설'임을 입증한 이번 공연은 26, 27일에 이어 내달 3, 4일 두 차례 더 열린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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