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피는 푸른 밤, 호랑이 덩실덩실 춤추고.. 검은 소, 만나러 가볼까
서귀포시 예술의전당.. 12월 2일~7일 김민수 개인전
# 조선시대 사랑받던 미술 장르 중 하나인 민화. '민화'하면 흔히 까치나 호랑이를 시작으로 다산이나 순수한 영혼을 상징하는 잉어나 연꽃, 부귀영화를 뜻하는 모란 등 '기복신앙' 요소를 화혀한 원색에 담아 풀어놓은 그림을 떠올립니다. 특유 익살과 해학성을 기반으로, 자유분방함과 대담함을 엮어 '누구나 그릴 수 있겠다' 싶지만, 사실 '아무나 그릴 수 없는' 고도의 전문교육이 요구돼 작품적인 면이나 완성도에선 문인 산수화와 비견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현재까지도 많은 작가들이 자신만의 기법과 작풍으로, 현대화 가능성을 타진하며 지평을 넓히고 있습니다. 설화나 다양한 민화 속 '호랑이'를 통해 희망을 발견한 신진작가의 해석은 그래서 더 빛이 납니다. (정효빈 '온량호락(溫良好樂)'전)
# 제주에서 흑우(黑牛)에 매료돼 여러 문헌들을 두루 찾아가며 제주흑우의 모든 것이라 해도 좋을 만큼 흑우의 진실에 천착해온 사진작가이자 화가입니다. 흑우를 주제로 사진과 그림 작업을 하고 제주에 정착해 '검은 소'의 정체 그리고 미학에 빠져 살며, “제주 흑돼지나 제주마와 달리 제주흑우를 왜 사람들이 모르는지, 어떻게 멸종 위기에서 부활하는지?" 자문했다는 작가는 '검은 소'의 예술사진을 찍는 것에서 출발해 역사·문화적 의미를 탐구하는 사진과 글, 그림세계로 경계를 넓혔습니다. 지난해 그림책 '검은 소 이야기'(도서출판 한그루)를 펴내고 원화 전시도 개최했습니다. 재차 제주흑우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를 선보입니다. (김민수 '검은 소 이야기'전)
"호랑이, 꽃을 머금다".. 민화 속 호랑이를 만나다
자연스레 일상에 녹아든 어느 호랑이, 혹은 호랑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24일 시작해 내년 1월 1일까지 이어지는 정효빈 작가의 첫 개인전인 '온량호락(溫良好樂)' 이 민화 전문 ‘루씨쏜 아뜰리에’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온량호락(溫良好樂)'은 "따뜻하고 어질며 기뻐하고 즐거워하다"라는 뜻으로, 다양한 호랑이의 모습과 함께 따스한 색감이, 작품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작가는 "제주에 거주하며 호랑이를 통해 생활 속에 지친 나를 품어주었던 편안함을 제주 민화로 담았다"며 "무서움보다는 귀엽고 따뜻한 이미지의 엄마 호랑이와 아가 호랑이들을 그리게 됐다. 존재 만으로도 위엄이 있지만, 새끼를 품어주는 엄마 호랑이는 든든하고 편안한 나의 수호신 같은 존재라는 느낌이 들어, 이를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작업 배경을 전했습니다.
■ "낮은데서, 서로를 품는다는 것"
사실 우리네 삶과 어우러진 호랑이, 환한 미소로 꽃을 들여다보고 꽃에 둘러싸인 호랑이, 그 눈에 담긴 꽃은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꽃을 사랑하고 주변을 보듬는 호랑이는, 작가의 마음을 닮았고 또 담았습니다.
가장 낮은 '땅'에서 꽃을 어루만지고, 개개 존재들이 조화를 이룹니다.
현실적으로 강한 동물의 상징이 호랑이라고 할 때, 세상 약한 꽃과 어울림이라는데서 강자와 약자의 화해, 그리고 상생이란 의미가 빚어집니다.
흔히 아는 맹수가 아닌, 꽃을 보고 웃으며 풍경에 녹아든 해학적인 호랑이들.
한 치 앞을 내다보기도 힘든 삶에서 '호랑이'와 같은 날들을 마주칠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긍정적 의미로 넘어선다면 희망이 찾아올 것이란 작가의 순수한 바람이자 메시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호랑장막도' 창작.. 제주 동백꽃, 의미 더해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호락장막도'는 민화 속 한 장르인 '호피장막도'에 창의성을 가미해 '호랑장막도'로 재현한 작품입니다.
밖에서 실내를 바라보는 듯, 화려한 호피 문양의 장막을 열면 수많은 이야기로 왁자지껄 소란을 떨던 것들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풍부한 메시지를 품은 다양한 소재들을 격조있게 표현했고 장막 또한 범 가죽을 늘어놓은 장엄함을 주지만, 둥글둥글한 문양이 반복돼 고급스러우면서 장식적인 느낌을 함께 전달합니다.
제주의 동백꽃이 어우러져 더 각별합니다.
꽃말은 붉은 건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한다', 하얀 색은 '비밀스러운 사랑', 더불어 절조와 의지를 상징해 여러모로 제주의 역사와 아픔까지 배어 곱씹을수록 의미망이 가지를 뻗어나갑니다.
보고 생각할 여지를 더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정효빈 작가는 루씨쏜 아뜰리에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신진 작가로 선정돼, 이번 첫 개인전을 계기로 활발할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서귀포시 보목로의 루씨쏜 아뜰리에는 매달 다른 전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원데이 클래스 체험도 할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으로, 전시 감상과 함께 휴식을 할 수 있는 갤러리 카페입니다.
자세한 전시 정보와 예약은 루씨쏜 아뜰리에 인스타그램을 참고하거나 전화문의하면 됩니다.
무료 관람이며 운영시간은 목,금,토,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월,화,수 휴무입니다.
"아, 제주흑우..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일제 시대, 일본으로 건너가 품종이 개량되면서 '와규'가 된 소.
멸종 위기를 넘어 가치를 인정받아 이제야 위상을 정립하고 있는 제주흑우에 대한 이야기, 전시입니다.
제주흑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김민수 사진작가입니다.
연말, 제주흑우에 대한 천착과 그간 작업 결과물들을 한데 모은 자리로 찾아옵니다.
다음달 2일부터 7일까지 서귀포예술의전당 전시실에서 열리는 '검은 소 이야기' 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다양한 매체 작업 '제주흑우' 알려
2013년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된 검은 소는 제주흑돼지, 제주토종말과 더불어 '3대 보물'로 꼽히지만, 그 이름을 되찾고 가치를 인정받은 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사진작가이면서 화가인 김민수 ㈔문화예술공간몬딱 대표는 지난해 그림책 '검은 소 이야기', 제주흑우 사진과 역사를 담은 화보집 '우보천리(牛步千里)'를 제작해 펴낸 바 있습니다.
예술사진부터 다큐멘터리 사진과 글 등 다양한 매체와 방식을 통해 제주흑우사(史)를 엮어 제주흑우의 가치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런 제주흑우와의 인연으로 2017년 제주를 찾아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2018년에 서귀포 안덕면의 유휴공간인 감귤창고를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현재 ㈔문화예술공간몬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짧고 단단하게 솟아오른 한 쌍의 뿔은 도도함과 우직함, 강인함을…잘생긴 턱의 짧고 강한 흰 수염은 고집을 드러낸다. 은빛 먹빛 커다란 눈망울은 순수함 속에 슬픔을 담고 있다”며 “그리다 보면 흑우의 얼굴은 이상하게도 사람의 얼굴과 오버랩된다. 나는 검은 소를 닮아가고 있다. 그의 우보천리 길에 동행하고 싶다”고 작업 배경을 밝혔습니다.
■ 오프닝 리셉션 12월 3일 오후 3시
전시에선 2021년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제주스토리업 최우수로 선정된 ‘검은 소 이야기’ 그림책과 원화, 2022년 제주문화예술재단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돼 작업한 그림(100호 10점),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융복합 사업에서 우수로 뽑힌 ‘제주까무’ 캐릭터 문화상품 등 제주흑우 주제그림과 사진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 책, 영상물들을 다수 선보입니다.
12월 3일 오후 3시 황안나 사회로, 팬플룻(서란영), 성악(정찬희) 공연 무대로 오프닝 리셉션을 갖습니다.
전시기간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능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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