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기’ 집권 적도기니 대통령, 6선 달성…독재 길어져 인권·경제 상황 더 나빠질 듯
군주를 제외하면 세계 최장기 집권 지도자인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적도기니 대통령(80)이 이번 대선에서도 승리하며 6선에 성공했다. 세계 최장기 대통령 재임기간 기록은 43년에서 더 늘어나게 됐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도 손꼽히는 독재자의 장기 집권으로 적도기니의 인권·경제 상황만 더욱 열악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적도기니 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현지시간) 오비앙 대통령이 투표율 98%에 94.9%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오비앙 대통령은 이번 당선으로 7년 임기를 다시 보장받았다.
오비앙 대통령은 여당인 적도기니민주당(PDGE)을 비롯해 15개 정당 연합체의 지지를 받았다. 그는 2016년 대선 때도 93.7%를 득표한 것을 포함해 이전 5번의 대선에서 90% 이상 몰표를 얻었다.
야당 민주사회융합당(CPDS)의 안드레스 에소도 온도 후보는 오비앙 정권 당국자들이 대리투표를 하거나 유권자를 압박하는 등 부정선거를 치렀다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도 오비앙 정권의 부패와 인권 유린, 독재를 비판하며 공정한 선거를 시행하라고 촉구했지만, 오비앙 측은 선거개입이라며 반발했다.
오비앙 대통령은 적도기니를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는 1979년 8월 쿠데타로 스페인 독립 이후 초대 대통령을 지내고 있던 삼촌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를 축출하고 권력을 잡았다. 이후 전임자 삼촌과 마찬가지로 철권통치를 휘둘렀다. 반체제 인사들에 대해선 자신에 대한 암살·쿠데타를 기도했다며 수시로 구금했고, 정부 요직은 부통령인 아들을 비롯해 그의 가족들이 독차지했다. 모든 방송매체는 정부가 소유하거나 오비앙 측근들이 통제하고 있다.
오비앙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 출마할 당시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밝혔다. 부통령인 아들이 다음 대선에서 당선될 걸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공개석상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한때 그런 전망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아들이 부정축재로 미국, 스위스, 프랑스 등지에 소유하고 있던 호화 주택과 슈퍼카를 몰수당하며 여론이 악화되자 이번 대선에도 직접 나섰다.
오비앙 정권에 대한 지지는 석유 판매 수익으로 유지되고 있다. 1996년 적도기니 영해에서 석유가 발견되면서 적도기니의 1인당 국민소득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빈부격차와 만연한 부패는 오비앙 정권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가장 최근 통계인 세계은행의 2006년 조사에 따르면 적도기니 전체 인구 140만명 중 80%는 하루 생활비가 채 2달러도 안 되는 등 빈곤선 아래 놓인 것으로 집계됐다. 적도기니는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 지수 조사에서 180개국 중 172위를 차지했다.
향후 오비앙 대통령은 그간 제기된 각종 인권 유린과 선거조작 의혹 등 오명을 씻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앞서 지난 9월 사형제를 폐지했다.
석유 수입 감소와 코로나19발 경기 침체로 여론이 나빠 쿠데타 위험이 높다고 AFP통신은 지적했다. 오비앙 대통령은 현재까지 최소 10차례의 쿠데타 및 암살 시도를 저지했다고 주장한다. 적도기니 정부 당국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반체제 인사, 외세에 의한 선동을 막는다며 국경을 폐쇄한 바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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