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 4년 만의 콘서트, 3대가 ‘열광’···“4년이 40년 같았다···나는 행운”[현장]

최민지 기자 2022. 11. 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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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용필이 지난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2 조용필 & 위대한 탄생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빠아아아!” “형님!” “조용필! 조용필!”

1만명의 연호가 경기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양팔을 벌린 조용필이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레오파트 무늬의 셔츠에 화려한 패턴의 화이트 수트를 입고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선글라스까지 ‘가왕’의 모습이었다.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조용필 - 위대한 탄생’ 콘서트가 열렸다. 2018년 데뷔 50주년 콘서트 이후 4년 만이다. 사흘간의 콘서트 중 첫 날인 이날 시작은 ‘꿈’이었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 그 곳은 춥고도 험한 곳 /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4년 만에 팬들 앞에 선 조용필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단발머리’ ‘그대를 사랑해’까지 세 곡을 연이어 선보인 뒤 웃음을 만면에 띄운 그는 인사를 건넸다. “이게 얼마만이에요? 제가 가수 생활 한 이후로 (지난 4년이) 가장 긴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4년이 40년 같았습니다. (중략) 정말 여러분들 하고 ‘추억 속에 재회’를 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조용필은 이날 공연에서 지난 18일 발표한 미니앨범 ‘로드 투 트웬티-프렐류드 원’의 수록곡 ‘세렝게티처럼’과 ‘찰나’를 처음 라이브로 불렀다. ‘세렝게티처럼’ 전주가 흘러나오면서 무대 위 스크린에는 아프리카의 광활한 대지와 드넓은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화면이 펼쳐졌다. 마치 세렝게티 초원 위에서 노래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조용필은 ‘세렝게티처럼’을 부른 뒤 신곡을 준비하고 발표하며 든 생각을 솔직히 털어놨다. “녹음할 땐 항상 열심히 합니다. 그리고 나서 ‘사람들이 좋아해줄까’, ‘그저 그래할까’ 궁금해하죠. 마지막에 발표하고 나서는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이 됩니다. 그래도 신곡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저는 행운인 것 같습니다.”

셀 수 없을 만큼 히트곡이 많은 조용필 답게 히트곡 메들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 겨울의 찻집’, ‘친구여’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등 비교적 잔잔한 노래를 내리 부른 뒤 공연이 중반부에 이르자 신나는 노래가 이어지며 분위기를 달궜다. ‘고추잠자리’ ‘못찾겠다 꾀꼬리’ ‘어제 오늘 그리고’ 등 그의 오랜 히트곡들을 차례로 선보였다.

콘서트에서 잘 부르지 않기로 알려진 ‘태양의 눈’도 선보였다. 웅장한 사운드만큼 무대 효과도 화려했다. 실제 불을 뿜어내는 데 이어 스크린을 통해 태양과 불을 연출해 마치 조용필이 불 구덩이 속에서 노래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랜 시간 공연을 고대해 온 팬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오빠!’ ‘형님!’ ‘땡큐 조용필’이라고 적힌 손팻말과 색색의 야광봉을 신나게 흔들며 노래를 따라불렀다. 특히 ‘고추잠자리’와 ‘못찾겠다 꾀꼬리’를 부를 때에는 흥을 참지 못한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췄다. 조용필의 손짓 하나에도 뜨겁게 호응했다. 조용필이 수건으로 땀을 닦거나 수건을 위에 걸쳐놓기만 해도 관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가수 조용필이 지난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2 조용필 & 위대한 탄생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4년 만에 열린 콘서트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팬들이 모여들었다. 공연 시작 전 기온은 5도 안팎으로 떨어졌지만 팬들은 추위도 잊은 채 기념 사진을 남겼다.

광주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조성희씨(52) 가족도 그 중 하나였다. 10대 때부터 40년 넘게 조용필의 팬이라는 그는 “자기 일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조용필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함께 온 김민지씨(24) 등 자녀 3명을 가리키며 “뱃속에서부터 (조용필) 팬”이라고 소개했다.

조용필의 음악이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는 만큼 실제 콘서트장을 찾은 관객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중장년층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인 경우가 눈에 띄었다. 할머니와 그의 딸, 그리고 손녀까지 3대가 나란히 앉아 음악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콘서트는 오랜 세월 함께 한 가수를 응원해 온 팬들이 4년 만에 서로 재회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공연 시작 전 경기장 안팎에서는 “아이고, 오빠가 우릴 만나게 해줬네!”라며 서로를 얼싸안고 반기는 팬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공연장 곳곳에 팬클럽 연합의 이름으로 걸린 현수막은 조용필과 팬들이 함께 한 세월과 서로에 대한 애정을 짐작하게 했다. ‘오빠의 끊임없는 열정과 도전이 여전히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변치 않는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오빠와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결정적인 찰나!’

‘2022 조용필 & 위대한탄생 콘서트’가 열린 지난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앞에서 관객들이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최민지 기자

공연은 인터미션도 없이 이어졌다. 조용필은 일흔 둘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공연이 약 2시간 가량 진행되는 동안 그는 스무 곡 넘게 소화했다. 젊은 가수들이 서너 곡에 한 번씩 관객과 소통하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는 것과 달리 조용필은 거의 멘트 없이 몰아쳤다. ‘가왕’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라이브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야말로 2시간을 ‘노래로 꽉꽉 채워’ 팬들에게 선사하려는 것 같았다. ‘여와 남’을 부르기에 앞서 관객에게 함께 노래하는 방법을 알려준 뒤로부터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12곡을 내리 선보이기도 했다.

스물한 번째 곡 ‘모나리자’ 분위기가 최고조에 다다르고, 오후 9시 정각이 되자 조용필은 팬들에게 인사를 남기고 퇴장했다. 여전히 열기가 식지 않은 관객석에서 “앵콜!”이 터져나왔다. 2분 뒤 다시 무대에 오른 조용필은 신곡 ‘찰나’와 ‘여행을 떠나요’로 마지막까지 팬서비스를 했다. 노래를 마치고 무대를 크게 돌며 자신을 찾아와 준 팬들에게 허리 숙여 “감사합니다!”라며 무대를 떠났다. 관객들은 아쉬움을 담아 손을 흔들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조용필은 이날 첫 번째 공연에 이어 27일과 다음달 3, 4일 총 나흘 간 KSPO돔에서 약 4만 명의 관객을 만난다. 내년 상반기 미니앨범과 내년 말 정규 20집 발매를 계획하고 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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