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것 발굴에 앞장서는 해외 명품들

최보윤 기자 2022. 11. 27. 14: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 BOUTIQUE’S TREND REPORT]
오는 29일까지 종로구 휘겸재에서 열린 '발베니 메이커스 전시' 프리뷰에서 대용 염장(국가무형문화재 114호)과 정다혜 작가(2022 로에베 재단 공예상 위너)가 방송인이자 사업가 마크 테토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얼마 전 한 해외 명품 회사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국내 현대미술 작가와 협업하고 싶은데 그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다른 곳에서는 국내 젊은 작가들 중에서 눈에 띄는 이는 없냐는 의견도 물어옵니다. 얼마 전까지 K팝스타와 K드라마 스타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던 이들이 이제는 국내 젊은 작가와 전국 구석구석에 있는 장인들까지 찾아봅니다.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한국을 찾는 해외 CEO들을 만나다보면 우리보다 우리 문화에 더 관심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단순히 팔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장인 정신’ 등 자신 브랜드와 연결 고리를 찾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장인들의 현대성에 대해 더없는 찬사를 보내기도 합니다.

지난 프리즈 미술 박람회를 위해 한국을 찾았던 브레게 CEO는 당시 만났던 기자들에게 “한국 장인들과의 협업도 고려하고 있다”며 마치 스포일러 처럼 슬쩍 자신의 뜻을 비추기도 했지요. 로에베의 조너선 앤더슨 디자이너는 “한국 전통 공예가 1800년대 영국 공예보다 훨씬 현대적이어서 놀랐다”고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이번 발베니의 공예 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예를 ‘기술’이라 생각했던 생각의 궤를 넓히는 한국 장인들의 창의성에 놀랐다는 후문입니다. 불가리도 국내 민화 작가와 협업했고, 블랑팡 역시 매듭장 등에게 협업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오방색이나 제주 에디션 등 한국만을 위한 제품을 여럿 선보인 구찌는 합죽선 장인과 한지 장인 등을 찾아 전국을 뒤졌다고 하지요.

얼마 전 출장에서 만난 한 독일의 시계 장인은 “그동안 일본의 금박이나 나전 같이 일본 기술만 대단한 줄 알았는데 한국을 보니 더욱 놀랍다”고도 합니다. 저희 팀에게 “혹시 일본인이냐”고 조심스레 물었던 자신을 향해 “장인들을 기리는 곳에 한국인은 없을 줄 알았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그는 미안하다며 몇 번을 사죄하며 이야기하는 데 어쩌면 뼈아픈 진단일 지도 모릅니다.

과거 우리의 장인은 ‘노예’처럼 이용당했다는 뉴스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장점을 우리가 더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수관 하나 없이 자신의 방 안에서 묵묵히 자연과 싸우고 있는 장인들이 어쩌면 K팝, K 드라마에 이어 넥스트 K스타들로 인정받을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