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꾼들은 호가단위 변경을 왜 반대할까 [주경야독]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kdk@mk.co.kr) 입력 2022. 11. 27. 14: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부터 주식매매 때 호가단위가 가격대별로 세분화된다. 주가가 10만원 이상~50만원 미만인 주식의 호가가격단위는 현행 500원이지만 개정 이후 10만원 이상~20만원 미만 구간에선 100원으로 조정된다. 20만원 이상~50만원 미만의 주가 종목은 현행과 같은 500원이다. -2022년 11월 1일 매일경제

내년 1월부터 국내 증시에서 작다면 작은, 크다면 큰 변화가 생깁니다. 호가 단위가 바뀝니다.

현재 주가가 1만8950원인 한국전력을 예로 들면 지금은 매수 주문을 낼 때 1만8950원, 1만9000원, 1만9050원 등 50원 단위로 주문가가 높아집니다. 내년부터 호가 단위가 바뀌게 되면 1만8950원, 1만8960원, 1만8970원 등 10원 단위로 주가가 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이런 변화가 득이 되느냐 실이 되느냐를 궁금해하실 텐데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큰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그동안 호가 체계의 불합리성을 이용해 단타 투자를 하셨던 분들은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인데요.

이번엔 호가 단위가 내년부터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 그리고 호가 단위 변경으로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될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내년 1월부터 바뀌게 되는 호가 단위. [제공 : 한국거래소]
호가 단위가 세분화된다는데 뭐가 바뀌는 거죠?

삼성전자 주식을 딱 6만1390원에 살 수 있을까요? 주식 투자를 해보셨던 분들은 아마 안 된다는 걸 금방 아실 겁니다. 주문 자체가 안 됩니다. 호가 단위 때문에 그렇습니다. 호가단위는 최소 가격변동 단위입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5만~10만원 구간이기 때문에 호가 단위는 100원입니다. 그러니까 매수를 하든 매도를 하든 6만1300원, 6만1400원, 6만1500원 등 100원 단위로만 주문을 낼 수 있습니다.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의 호가 단위는 1원, 1000~5000원은 5원, 5000~1만원은 10원, 1만~5만원은 50원, 5만~10만원은 500원, 50만원 이상은 1000원입니다.

내년 1월부터는 2000원 미만은 1원, 2000~5000원은 5원, 5000~2만원은 10원, 2만~5만원은 50원, 5만~20만원은 100원, 20만~50만원은 500원, 50만원 이상은 1000원으로 바뀝니다.

복잡한데요. 구간별로 살펴보면 1000~2000원짜리 종목의 호가단위는 현재 5원에서 1원으로 내려가구요. 1만~2만원짜리 종목과 10만~20만원짜리 종목의 호가 단위도 각각 50원에서 10원으로, 500원에서 100원으로 줄어듭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호가 단위도 통일됩니다. 코스닥은 주가가 5만원만 넘으면 호가 단위가 100원으로 고정돼있었지만 바뀐 코스피 규정을 따라가게 됩니다.

호가 단위가 세분화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 좋은 일입니다. 현재 주가가 15만원이라고 할 때 이 종목을 당장 매수하려면 15만원 또는 15만500원의 가격을 써내야 합니다. 호가 단위가 촘촘해지면 15만원이나 15만100원의 호가를 내면 됩니다. 400원 이득인 셈이죠. 당장 팔려고 하는 입장에서도 14만9500원이 아닌 14만9900원의 매도 호가를 낼 수 있습니다. 100주, 1000주 단위를 생각해보면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잃으면 -0.1%, 벌면 0.5%...호가단위 투자자들이 울상인 이유

호가 단위가 바뀐다는 이유 만으로 주식을 살 사람도, 반대로 주식을 팔 사람도 없을 것 같습니다. 호가 단위 변경이란 이슈는 증시 자체는 중립적이라고 봐도 될텐데요.

초단기 투자자들의 상황은 다릅니다. 초단기 투자법 중에서는 호가 단위가 바뀌는 구간을 이용한 전략이 있습니다. 도화엔지니어링의 24일 종가는 정확히 1만원입니다. 1만원은 호가 단위가 10원에서 50원으로 바뀌는 가격인데요. 호가창을 보면 9980원, 9990원, 1만원, 1만50원, 1만100원 순입니다. 이 주식을 1만원에 매수한 투자자의 입장에서 주가가 한 계단 내려가면 0.1%의 손실을 입지만 한 계단 오르면 0.5%의 수익을 냅니다. 5전 1승 4패만 해도 본전치기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주가가 10만원인 종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래로는 호가 단위가 100원이고 위로는 500원이어서 주가가 한 계단만 움직이면 바로 팔자는 전략으로 덤벼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호가 단위가 5배로 뛰는 구간이 현재 1만원, 10만원에서 내년부터는 2만원, 20만원으로 바뀝니다. 기존에 1만원짜리 종목을 사서 500원 수익을 보고 팔았는데 앞으로는 2만원짜리 종목을 사야 하니 수익률은 반토막이 나게 됩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출처 : 연합뉴스]
호가 단위가 촘촘해지면 공매도가 더 늘어난다는데

호가단위 변경을 반대하시는 분들은 크게 두 가지 주장을 합니다.

하나는 주가 상승이 이전보다 더뎌질 것이란 주장입니다. 10만원이던 주가가 11만원이 되려면 현재는 500원 단위로 20개의 호가를 지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호가 단위가 100원으로 바뀌면 100개의 호가를 뚫어야 하는 것이죠.

그렇게 보일 수는 있는데요. 호가 단위 변경이란 제도 자체가 시장 참여자들의 매수세를 자극하거나 매도세를 자극하는 이슈는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기존에 10만원에서 11만원의 주가 사이에 쌓여있는 매물량은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각 호가별로 5분의 1씩 분산돼있을 뿐입니다. 똑같은 매수세가 들어왔을 때 호가 단위가 어떻게 바뀌든 주가는 10만원에서 11만원으로 똑같이 상승할 것입니다.

다른 하나의 주장은 공매도와 관련돼있습니다. 호가 단위의 세분화로 거래량이 증가하면 공매도 투자자들이 더 쉽게 공매도를 하고 주식을 재매입해 상환하는 것도 수월해진다는 주장입니다. 이 부분은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공매도 매물을 내놓을 때는 현재 주가보다 한 계단 높은 매도호가를 내야 합니다. 업틱룰이라는 규정인데요. 현재 주가가 10만원이면 공매도 투자자들은 10만500원에 매도 주문을 내지만 앞으로는 10만100원에 매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낮은 가격에 파니까 수익이 줄어든다고 볼 수도 있고, 매도가가 낮아지는 만큼 공매도가 더 활성화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호가 단위 변경이 공매도와 큰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일례로 지난 2016년 당시 셀트리온 주주들은 코스닥을 떠나 코스피로 이전하자고 건의했습니다. 코스피로 이전하면 호가단위가 100원에서 500원으로 커지면서 공매도 투자의 리스크가 커져 공매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2018년 셀트리온은 코스피로 이전했는데요. 그때나 지금이나 셀트리온에 공매도 투자가 많이 들어가있는 것은 차이가 없습니다.

주경야독,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공부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장이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홀로 꿋꿋이 공부하는 개미들의 편에 있겠습니다. ‘주’식과 ‘경’제 이‘야’기를 쉽게 풀어 여러분의 ‘독’학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주경야독은 매주 금요일에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알고 싶은 얘기가 있으시다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