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화제의 책]

엄민용 기자 입력 2022. 11. 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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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우리 술 표지



우리 술(막걸리·소주)의 전통 제조 과정과 조선시대 시인 묵객들의 술에 얽힌 흥미로운 ‘애주사’를 민속·풍속적이며 미생물 과학으로까지 전개한 술 인문역사교양서 ‘응답하라 우리 술’(김승호 지음 / 깊은샘)이 출간됐다.

저자는 다채로운 우리 술의 맛과 멋, 인문학적 향취를 책 안에 올올이 담아냈다. 우선 우리 술의 제조 비법을 지역의 좋은 부재료(소나무, 지초, 진달래, 국화 등)를 누룩으로 발효시켜 오래도록 변치 않는 맛과 향을 음미할 수 있도록 한 왕가와 사대부가의 로컬푸드 전통에서 찾는다.

“하등 멥쌀 한 말을 절구에 찧어 굵은 체에 쳐 낸다. 쌀가루를 시루에 쪄 떡을 만든 다음 차게 식기를 기다려 물 한두 말과 누룩 넉 장(여름엔 넉 장 반)을 가루 내어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친 뒤 이불로 덮어 겨울엔 열흘, 여름엔 이레 동안 발효시킨다.”

저자는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나오는 막걸리 제조 방법을 소개하며 “전통술을 만들 때는 이처럼 쌀과 누룩 그리고 물로 빚으며, 간혹 쌀이 아닌 지역의 재료가 등장할 때도 있다”고 전한다. 가령 제주도의 오메기(차좁쌀의 사투리)와 남도의 보리·밀·메밀·감자 등이다. 이렇게 곡물과 누룩 그리고 물이 만난 뒤 일주일 또는 열흘이 지나면 막걸리가 만들어진다. 이를 좀 더 고급스럽게 하려면 ‘덧술’을 하는데, 한 번을 더하면 이양주이고 두 번을 더하면 삼양주가 된다. 덧술을 한 술은 단양주와 비교해 더욱 풍부한 맛을 가지고, 알코올 도수도 높아진다. 전국 명인명주의 맛과 향이 여기서 갈리며 저마다의 특색을 띠게 된다.

이토록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우려내던 우리의 술이 불과 100년도 안 돼 국가와 자본에 의해 ‘박제화된 전통’으로 전락한 오늘의 현실을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 지금 젊은 양조인들과 전통 명주 장인들에 의해 재현되고 있는 각종 수제 주류의 독특하고 창조적인 주류 양조 과정에서 우리가 찾아가야 할 ‘소비하는 전통’의 모범답안을 찾는다. 저자가 전국의 양조 명인과 국세청 주류면허 담당관, 대학의 미생물학과 교수 등을 만나기 위해 발품을 판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 술의 다채롭고 흥미로우며 과학적인 제조 방법을 몸으로 체득하기 위해 직접 막걸리와 수제 맥주, 증류소주 등의 제조법을 배우는 한편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다양한 인연들이 왜 그토록 전통 방식의 양조 재현에 애쓰는지를 탐구한다. 안동소주의 조옥화 명인, 한산소곡주의 우희열 명인, 문배주의 이기춘 명인, 부산금정산성막걸리의 유길청 명인, 삼해약주의 권희자 명인, 이성자 송절주장, 두술도가의 김두수 대표, 해창주조장의 오병인 대표, 삼해소주의 김택상 명인, 진도 홍주의 허화자 무형문화재, 감홍로의 이기숙 명인, 향온주의 이성자 향온주장 등 저자가 만난 이들의 이야기는 다채로운 술 빛깔만큼이나 다양한 감정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적신다. 그러는 사이 우리 술이 지닌 다채로운 모습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저자는 책 행간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름답고 건강했던 우리의 전통술을 오늘에 되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한다. 전통을 제대로 재현해 낸 최근의 수제 주류들을 대중이 쉽고 익숙하게 소비하는 이른바 ‘소비하는 전통’에 그 답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서민의 애환이 깃든 우리 술 막걸리와 소주가 제대로 대접받고, 예와 정이 함께하던 우리네 술 문화가 아름다운 전통으로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바람도 전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우리 술도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이자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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