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향에 담은 美(미)와 術(술)… 장인의 예술 감각, 술을 만나다

최보윤 기자 2022. 11. 2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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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까지 열리는 발베니 메이커스 전시
전통과 현대를 잇는 ’진실된 인내’의 만남
한국 전통장인·현대공예가 등 발베니 에디션 선보여
지난 24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휘겸재에서 열리는 ‘발베니 메이커스 전시’의 일부. 2014년 국가무형문화재 소반장 기능 보유자로 지정된 김춘식 소반장(小盤匠)이 선보인 발베니 나주 소반과 그 옆 오른쪽 작은 사진은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 채상장 기능 보유자로 지정된 서신정 채상장(彩箱匠) 선보인 발베니 채상. 김춘식 소반장은 해방 후 사라져버린 나주소반 제작 방법을 연구하고 복원하여 나주소반의 맥을 이었고, 서신정 채상장은 현존하는 유일한 채상장이다. 발베니의 데이비드 스튜어트가 셰리 오크통에서 피니싱한 발베니 클래식을 선보인 시기인 발베니 1983(35년)과 함께 했다. /발베니 제공

커다란 부챗살이 일으키는 풍류(風流)에 오크향이 넘실댄다. 바람결 좋은 전라북도 전주 삼천동의 한 주택. 방 한쪽엔 대나무 조각이 수북이 쌓여 있고, 나무를 깎고 다듬는 도구인 목살자, 세말칼, 합죽칼, 도구리, 활비비, 대톱 같은 도구들이 가득하다.

반백의 김동식(79) 선자장(扇子匠)이 쉼 없이 나무를 다듬는다. 대나무를 자르고 쪼개 부챗살을 만들며, 민어의 부레를 끓여 만든 부레풀로 이를 붙이는 등 150여 가지 공정을 거쳐야만 제 모습을 드러내는 합죽선. 4대째 대를 이어 합죽선을 만들어온 그는 대한제국 고종황제에게 진상된 합죽선을 제작한 외조부 라학천(羅鶴千)을 스승으로 60년 넘게 한 길을 걸었다. 모든 과정을 손으로 하는 동안 찍히고 찢기고 아무르기를 반복하며 스스로 갑옷을 입힌 듯한 단련된 손은 장인의 상징이다.

김동식 선자장_발베니 오크 합죽선./모든 사진=발베니 제공

◇오크향을 담은 합죽선…장인의 미(美)’와 ‘술(術)’ 닮은 술

국내 처음이자 유일의 국가무형문화재 선자장 기능 보유자인 김동식 선자장은 최근 ‘오크 합죽선’을 선보였다. 스코틀랜드 정통 수제 싱글 몰트 위스키 브랜드인 발베니와 함께한 특별 에디션이다. 이 둘은 대번에 서로의 공통점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대를 이어 전통을 계승하고,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며, 흐트러지지 않는 정성과 꼼수 없는 정직함 즉 그들 표현대로 ‘진실된 인내’로 작업한다는 것.

1892년 증류소 설립 이래 보리재배부터 몰팅, 증류, 병입 등까지 전통 방식을 그대로 이은 발베니는 장인들의 땀방울로 만들어지는 유일한 브랜드로 알려졌다. 발베니는 이러한 장인 정신에 대한 헌사로 세계 장인들과 함께 하는 발베니의 ‘메이커스 캠페인’을 선보였다. 글로벌 캠페인을 통해 음악, 미술, 디자인 등을 넘나드는 예술 장인과 ‘만들기(Making)’ 예술의 본질적인 가치와 과정을 공유하며 서로의 영감을 주고받고 있다.

발베니를 국내 전개하는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김효상 대표)도 2018년부터 국내에 숨어 있는 장인들을 만나며 장인 정신의 가치를 높여왔다. 지난해부터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공예 장인들과 새로운 ‘발베니 메이커스 캠페인’을 펼쳤다. 평소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작품에 애정 어린 관심을 보여온 방송인이자 사업가 마크 테토가 참여해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서 선보인 발베니 메이커스 캠페인’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이어온 장인 그리고 대를 이어가는 젊은 계승자의 작업과 이야기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개했고, 올해는 전통 소재를 현대적 기법으로 표현하는 공예작가들과 함께 전통의 가치와 공예에 대한 열정을 나누며 특별 에디션을 제작해 왔다.

①말총을 한 올 한 올 엮어 입체적 토기의 형태로 제작하는 정다혜 작가. ②2014년 국가무형문화재 소병진 소목장.
③2001년 국가무형문화재 염장 기능 보유자로 지정된 조대용 염장(簾匠). ④2015년 국가무형문화재 김동식 선자장.

◇장인·공예작가 특별 에디션 선보이는 발베니 메이커스 전시…판매 수익금 기부

2년간 12명의 공예장인과 작가들과 나눈 그들의 작업 의식과 세계관이 전시를 통해 대중을 만난다.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회동 휘겸재에서 열리는 ‘발베니 메이커스 전시’를 통해서다. 현장 예약인 무료 전시로, 발베니 위스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발베니 에디션과 함께 작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12개의 에디션은 전시기간 동안 판매하고 그 수익금은 기부될 예정이다.

옻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해낸 정해조 작가(이하 참여순서), 역사와 혼이 깃든 아름다운 합죽선을 제작하는 김동식 선자장(국가무형문화재 128호), 소박, 간결하고 또한 견고한 나주반의 특성을 보여주는 김춘식 나주반장(국가무형문화재 99호),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채상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한 서신정 채상장, 전통방식으로 섬세한 현대적 문양의 통영 발을 제작하는 조대용 염장(국가무형문화재 114호), 견고함과 은은함을 담은 전주장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는 소병진 소목장 등의 장인들이 참여했다.

김춘식 나주반장_발베니 나주소반
발베니 나주소반과 발베니 옻칠 잔
정해조 에디션_발베니 옻칠 잔./발베니
서신정 채산장 _발베니 채상
서신정 채산장 _발베니 채상

또 올해 새롭게 프로젝트에 초대된 6인의 현대공예작가로는 유기에 옻칠을 덧입혀 현대적인 모형을 선보이는 문채훈 작가, 제주의 전통 공예인 말총으로 조형물을 만드는 정다혜 작가, 한지의 굴곡을 통해 빛을 전달하는 조명의 권중모 작가, 유기로 만든 모형에 자개로 빛을 입히는 김현주 작가, 은을 두드리고 굽어 한국적 조형미의 작품을 만드는 이상협 작가, 가죽을 해체하고 다시 조합해 새로운 형태를 구성하는 김준수 작가 등으로 구성됐다.

정다혜 에디션_발베니 말총 오브제.

비공예적 재료, 뉴테크와 개념적 예술, 창조적인 주제 해석을 통해 한국 공예의 미래적 가치를 보여 준다. 휘겸재 앞 카페 ‘로우루프’에서는 발베니 팝업 바가 운영되며 발베니 12년을 비롯하여 이 전시를 기념해 만든 3가지 종류의 칵테일도 선보인다.

발베니 관계자는 “한국의 장인들은 재료를 통해 자연을 가까이하고, 표현을 통해 전통을 알고, 쓰임을 넘어 ‘미(美)’와 ‘술(術)’이 조화를 이루어, 사람과 자연, 자연과 문화, 전통과 현대가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문화 전반에 면면히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러한 장인들의 모습은 몰트 위스키 개발과 생산에 평생을 바쳐 위스키 제조법의 축적된 기술과 비법을 지키고 전수해 온 발베니 수석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 MBE(영국 여왕으로부터 장인들에게 수여하는 최고 영예의 훈장)의 지난 60여 년과 닮아 있다”고 말했다.

29일까지 서울 가회동 휘겸재에서 열리는 '발베니 메이커스 전시회' 여러 모습들
29일까지 열리는 '발베니 메이커스 전시회' 여러 모습들
29일까지 열리는 '발베니 메이커스 전시회' 여러 모습들
29일까지 열리는 '발베니 메이커스 전시회' 여러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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