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에 진심인 이들을 위한 안내서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2022. 11. 2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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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사람들의 가장 진솔한 친구다.

박노해 시 속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 노동자'든, 형을 기다리며 '가을이 오면 상락주/함께 마시려 술병과 술잔을 씻어둔다' 했던 다산 정약용도 마찬가지다.

우리 술의 출발점인 누룩 이야기로 시작해 다채로운 막걸리 스토리가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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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술 찾아 전국 주유한 김승호의 《응답하라 우리 술》

(시사저널=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술은 사람들의 가장 진솔한 친구다. 박노해 시 속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 노동자'든, 형을 기다리며 '가을이 오면 상락주/함께 마시려 술병과 술잔을 씻어둔다' 했던 다산 정약용도 마찬가지다. 말술인 자신에게 끝없이 소주를 권했던 정조나 유배지를 떠도는 형 정약현을 그리워하는 다산에게 한양에서든 강진에서든 술은 모든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을 것이다.

언론과 '어쩌다 공무원' 세계를 기웃거리다 7년 전부터 우리 술에 담긴 역사와 문화에 빠져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고 전국 양조장을 찾아 다닌다는 김승호 작가의 《응답하라 우리 술》은 술에 대한 짙은 사랑을 바로 느낄 수 있는 책이다. 7년은 아주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없지만, 깊게 술에 대해 배운 그의 책에서는 술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그에게는 술에 관해 '아는 만큼 마시고, 마시는 만큼 느낀다'는 확실한 신념이 있다. 술에 대해 안다는 것은 술들이 가진 '천시(天時)·지리(地利)·인화(人和)'를 안다는 것이고, 그는 이를 위해 깊은 정성을 쏟는다.

응답하라 우리 술│김승호 지음│깊은샘 펴냄│316쪽│2만원

책은 3편으로 나뉘어 있다. 1편은 술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인류 문명사와 곡물 발효주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중심 글은 주로 인류가 술을 어떻게 구했고, 만들게 됐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2편은 우리 술 막걸리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술의 출발점인 누룩 이야기로 시작해 다채로운 막걸리 스토리가 전개된다. 조선시대까지는 손님을 맞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꼭 필요했던 술이어서 집안마다 소중하게 관리해 왔던 존재였지만, 일제 식민지 때는 통치자금의 수익원이 되기 위해 술이 왜곡되기도 한다. 3편은 전통 소주 이야기다. 역시 일제 시기 왜곡됐지만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우리 소주, 그리고 자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선택했던 새로운 증류법, 경제성을 이유로 득세한 희석식 소주까지 다양하게 다뤘다.

저자는 좀 더 깊은 술의 세계를 찾기 위해 팔도의 양조 명인들과 국세청 주류면허 담당관, 대학의 미생물학과 교수에 이르기까지 술의 전문적인 영역을 파고들었다. "전통주가 서서히 박제화의 길을 걷는 가운데 한국 술의 새로운 모색은 지역특산주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역특산주와 소규모 주류 제조면허를 취득한 양조인들이 '전통'에 새로운 상상력을 보태면서 한국 술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소규모 주류 제조면허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젊은 양조인들도 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집단의 기억이 돼 새로운 우리의 전통을 이끌 것이다."

책 전반에는 시대에 상관없는 다양한 인문 이야기를 안주로 삼고 있다. 술 자체에도 역사가 있지만, 술과 인간은 어우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술의 흔적들을 문학작품과도 연결 지으려 했습니다. 술자리에서 우리 술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문학을 같이 즐길 수 있다면 더 근사한 술자리가 되지 않을까요. 짤막한 시가 됐든, 영화가 됐든, 소설이 됐든 술을 마시면서 그 술과 관련한 스토리를 같이 소비한다면 우리 인문학의 지평도 같이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민의 막걸리 3병이 중인의 청주 한 병이 되고, 청주 3병이 하이엔드 층의 소주 한 병이 되듯이 술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 또 국민소득 100달러 시대, 3만 달러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술에 대한 인사이트를 통해 개인들도 술의 가치를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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