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익수 강등으로 본 ‘장군 강등’의 역사[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 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한국군 창군 이래 8회 강등…정승화 대장 반란군에 의해 이등병 강등도
미군 군율 엄격 적용…26회 중 대부분 1계급, 2∼4계급 강등도
김정은, 군부길들이기 차원 장성 별 뗐다 붙였다 다반사
전익수(52) 공군 법무실장이 문민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준장에서 대령으로 1계급 불명예 강등 조치가 내려지면서 ‘군 강등의 역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전 실장의 강등 조치는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반군에 의해 이등병으로 강등된 이후 장군의 불명예 계급 강등은 처음이다. 미국이나 중국, 북한 등에서는 부조리 적발 또는 통치 차원의 지도자 변심 등으로 장성 강등이 간혹 이뤄지지만, 우리나라에서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확립된 이후 처음 발생했다.
전 실장은 성추행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 부실수사 연루 의혹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전 실장은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 중사가 지난해 3월 2일 선임 부사관에게 성추행당한 뒤 군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같은 해 5월 21일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과정에서 초동 부실 수사 책임자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자신에게 사건 관련 보안 정보를 전달한 군무원 양모(49) 씨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군 검사에게 전화해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로 재판 중이다. 그가 가해자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다.
국방부는 군 사상 초유의 특별검사팀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전 실장의 수사 지휘에 잘못된 점이 있었다고 보고 재판과 별개로 징계를 추진했다. 국방부는 전 실장을 강등하는 내용의 징계안을 지난 18일 의결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이를 재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화 이후 군에서 장군이 강등되는 초유의 징계가 이뤄졌다. 이번 징계는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행정처분인 까닭에 전 실장은 곧바로 대령으로 강등됐다.
전 실장 측은 징계 처분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0일 내 항고할 수 있다. 내달 전역 예정인 전 실장의 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령으로 전역하게 된다.
◇한국군 강등은 창군 이래 8회
한국군에는 지금은 폐지됐지만 창군 이래 이등병 불명예 전역 제도가 존재했다. 불명예 전역과는 별도로 현역이나 예비역 군인을 보충역 이등병으로 강등하는 제도였다. 과거에는 8명 정도가 이 제도로 이등병으로 강등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장군의 이등병 강등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이른바 1973년 박정희 정권 내 격렬한 권력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윤필용 사건’이다. 당시 수도경비사령부 사령관이던 윤필용 장군과 참모장 손영길, 육본 진급인사실보좌관 김성배 등 핵심 주동자 3명이 감옥을 살고, 이등병으로 강등됐다. 죄목은 사석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노쇠했으니, 다음 후계자로 이후락을 삼아야 한다는 얘기가 박 대통령 귀에 들어가면서 음모죄로 강등 또는 사직당했다. 나중에 이들은 모두 무죄 판결받았다.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육군참모총장 정승화 장군이 이등병으로 강등됐다. 군사반란을 일으킨 세력들에 의해 강제로 강등된 것이다. 당시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도 이등병으로 강등됐으나 김영삼 정부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복권됐다.
이밖에 2006년 해군에서 이상석씨를 보안법 위반으로 병장에서 이등병으로 강등시켰다. 1992년 노태우 정부에서 이지문 육군중위가 이등병으로 강등됐다. 군대의 부정선거 폭로했다는 죄목이었다. 이밖에 2007년 적발된 가짜 학사장교 사건으로 이등병으로 재입대 사례등이 있다.
군인사법상의 현역 복무 결격 사유자에 대해 임용 결격시 보충역, 즉 이등병으로 편입되는 제도는 구 병역법 66조상의 강등에 대한 근거법령으로 1994년까지 존재했다. 그러나 1995년 1월 1일자로 개정된 병역법 66조는 임용결격자에 대한 보충역 장교, 부사관, 병으로의 편입으로 조항이 개정돼 장군, 제독의 이등병 강등은 현재 법률상 불가능하게 됐다.
따라서 이 법령 개정 후의 징계를 받은 장성급 장교 혹은 예비역 장교는 파면, 해임, 자격정지 이후에도 최종 계급의 보충역으로 편입돼 장관급 장교에 대한 예우는 그대로 받을 수 있다.
다만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상의 파면, 해임 장교는 안장 대상에서 제외돼 현충원 안장은 물건너간다. 현재 군인사법상의 중징계인 1계급 강등은 여전히 가능하다.
◇북한 인민무력부 장성 강등 복권은 다반사 김정은 마음대로
북한 조선인민군 내 장성 강등은 주 일어난다. 일반적인 징계성 강등도 있지만, 강등과 진급의 반복이 자주 벌어진다. 각 인사들의 비중이나 대내외 정세에 따라 계급이 수시로 조정되는 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부 길들이기 등 통치 차원에서 별뗐다 붙였다를 수시로 반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경우 차수에서 대장 강등, 다시 차수로 복권되는 등 조선인민군에서 강등은 그야말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미군 강등은 26회
미군은 중장과 대장으로 진급했을 때 3년을 채우지 못 하고 전역하면 이전 계급으로 전역하게 되며 그밖에 군기위반 등 사고를 치면 장성급 장교도 강등 대상이 된다. 우리나라처럼 정치적 보복에 의한 강등 사례는 찾기 힘들지만 전 세계에서 매일 전투를 치르는 미군의 특성상 엄격한 군기와 군율을 필요로 한다.
미군은 성군기 위반 등에 대해서는 엄격한 군율을 적용한다. 대체로 1계급 강등 사례가 많지만 사고 정도에 따라 2계급 이상 강등 사례도 드물게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존 댈러거 공군 장성은 2003년 미국공군사관학교 성폭력 사건 당시 공사 교장으로서 책임을 물어 중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당했다. 토머스 피스커스 공군 소장은 섹스 스캔들로 대령으로 2계급 강등당했다. 팀 지어디너 해군 중장은 불법 도박으로 소장으로 1계급 강등당했다. 리처드 핫산 공군 준장은 여자 부하 성추행 혐의 등으로 대령으로 강등당했다.
재니스 카핀스키 육군 준장은 이라크 포로수용소인 아부 그라이브에서 일어난 재소자 가혹행위 사태 책임을 물어 대령으로 강등당하는 등 미군은 엄격한 군율이 적용된다. 새뮤얼 코스터 소장은 1968년 베트남에서 일어난 미라이(My Lai) 학살사건 책임을 물어 준장으로 강등당했다.
존 스터플빔 해군 중장은 불륜에 관한 위증죄로 소장으로 강등됐다.
조지프 필 미 육군 중장은 주한미군 8군사령관은 재직시 한국인에게 과한 선물(금품)을 받은 혐의로 소장으로 강등됐다. 마이클 해리슨 소장은 부하 대령의 일본인 여성에 대한 성범죄 보고를 2개월 정도 늑장보고한 게 발각돼 준장으로 불명예퇴진했다.
리처드 매크 해군 대장은 1995년 발생한 일본 오키나와 강간 사건 당시 “정말 멍청하다. 내가 몇 번 말했는데 그 사건 저지르는데 쓴 차 빌릴 돈으로 여자애 따먹을 수 있다”는 부적절한 언사로 소장으로 2계급 강등당했다. 존 마허 소장은 부하의 부인과의 불륜으로 대령으로 2계급 강등됐다. 아서 리치트 공군 대장은 부하 여군 대령을 강압적으로 성관계한 혐의로 소장으로 2계급 강등됐다. 마이클 머피 공군 대령은 직무유기에 절도, 명령 불복종, 무단결근 등 종합범죄를 저질러 공군대령에서 중위로 4계급 강등됐다.
보통 강등은 1, 2계급인 점 비춰 미군 내에서도 매우 특별한 사례다. 로버트 뉴웰 준장은 부하 여군과 성관계 혐의로 대령으로 강등됐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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