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검푸른 혈관이… 엄마를 괴롭히는 하지정맥류 [토닥토닥 엄마건강]

김희원 2022. 11. 2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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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종·저림 등 임신 중 흔한 정맥 순환 장애
출산 후 증상 지속되기도…압박스타킹 도움
육아·가사노동 여성 특히 취약…50대 최다
생활습관 개선해 예방 가능, 시술은 신중히

“다리가 보라색이 됐는데… 이거 하지정맥류 맞죠?”, “종아리에서 벌레 기어다니는 느낌이 나요. 수술해야 하나요?”

게티이미지뱅크
임신 중 이처럼 하지정맥류 의심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호르몬에 의해 혈류에 변화가 생기고 무거워진 배가 정맥을 누르면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다리가 붓고 저리는 증상이 흔히 나타난다. 심해지면 하지정맥류로 발전하는데, 보통은 출산 후 1년 이내 정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출산 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괜찮았다가도 한참 뒤에 하지정맥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큰 불편함이 없다면 생활습관 개선과 보존적 치료로 관리할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하고 외관상 변화가 심한 경우엔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임신 중 흔히 발생…출산 후에도 주의해야

세살배기 아들 엄마 C는 임신 기간 다리 저림이 심했다. 6∼7개월 째부터 아침 저녁으로 다리가 붓고 저리는 느낌이 나기 시작했는데 그 정도가 점점 강해졌다. 산부인과 주치의는 “한번 하지정맥류가 생기면 출산 후에도 쉽게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면서 압박스타킹 착용을 권했다.

산부인과 처방을 받아 압박스타킹을 구입한 첫 날, 스타킹이 잘 늘어나지 않아 신는 데 애를 먹었다. 배를 굽히기 어려워 더 힘들었다. 이렇게 압박이 강한 스타킹을 신으면 혈액순환이 더 안되는 게 아닌가 의심도 들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남편의 도움으로 압박 스타킹을 신은 뒤 다리가 가벼워지고 스타킹이 다리를 단단히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 뒤로 C는 출산 때까지 압박스타킹을 꼭 챙겨 신었고, 출산 후에도 지금까지 몸이 붓거나 저리는 문제는 없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C와 반대다. 임신 때는 특별히 혈액순환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첫째 출산 후엔 부종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둘째 출산 뒤부터는 아침마다 다리가 붓고 저렸다. 아이가 세돌이 됐을 무렵엔 자다가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다. 그래도 ‘잠자리가 불편해서’일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다리 몇 군데 특정 부위에서 찌릿찌릿하며 뭔가 움직이는 불쾌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조금 더 지나니 통증도 생겼다. 하지정맥류를 의심했지만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 않았다.

어쨌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흉부외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인근 병원을 찾았다. 초음파 검사 결과 하지정맥류가 맞았다. 양쪽 종아리와 한쪽 허벅지 뒷부분 정맥에서 2∼3초간 혈액이 역류하는 것이 발견됐다.

담당의는 “무조건 수술이나 시술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2주치 약과 압박스타킹을 처방했다. 수술은 피하고 싶어 2주동안 꼬박꼬박 약을 챙겨먹고 압박스타킹을 신었다. 하지만 불편함이 전혀 가시지 않았고 결국 고주파를 이용해 문제가 된 정맥류를 폐쇄하는 시술을 받았다.

“저는 아직 30대인데 하지정맥류가 왜 생겼을까요?”라고 담당의에게 물었더니 “인터넷에 ‘하지정맥류 원인’이라고 검색하면 10가지 정도가 나온다. 거기에 해당되는 게 있으면 ‘아, 이거구나’ 생각하시라”고 답했다.

검색을 했다. 임신, 비만, 흡연, 운동부족, 오래 서 있는 경우, 오래 앉아 있는 경우, 몸에 꽉 끼는 옷 착용, 고령, 가족력, 경구 피임약 복용 등 다양한 원인이 나왔다. 찬찬히 살펴 보니 왜 내가 하지정맥류를 얻었는지 알 것 같았다. 

몇 년간 육아를 핑계로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초기 재택근무를 하면서는 한 번 앉으면 몇 시간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문인지 살이 급격히 쪘고, 그러다보니 원래 입던 옷들이 몸에 꽉 꼈던 것 같다. 오랜 기간 잘못된 생활습관이 누적돼 벌어진 일로 보였다.

게티이미티뱅크
◆정맥 부풀고 구불구불…‘티 안나는’ 경우도

하지정맥류란 무엇인가. ‘류’(瘤)는 ‘혹’이라는 뜻이다. 정맥류는 정맥이 혹처럼 확장되고 부풀어 오른 것을 말한다.

정맥이 왜 부풀까. 사람 몸 속의 피는 심장에서 동맥을 타고 내려갔다가 정맥을 타고 돌아온다. 피가 중력을 거슬러 다시 심장으로 가려면 힘이 필요한데 근육이 이 역할을 한다. 하체 근육이 수축하면서 펌프 역할을 해 혈액을 밀어 올리며, 정맥 속에 있는 판막은 역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돕는다.

그런데 운동이 부족해 근육이 약화하거나 나이가 들어 정맥 탄력이 감소하면 정맥이 늘어나게 되고, 판막이 약해져 혈액이 역류하게 된다. 역류가 심해지면 정맥 내부 압력이 올라가면서 혈관이 부풀고 정맥류가 나타난다. 이같은 문제는 대부분 하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하지정맥류’라고 부르는 것이다.

하지정맥류는 병원에서 정맥초음파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역류 시간이 0.5초 이상이면 하지정맥류로 본다. 정맥류가 생기면 푸르스름한 정맥이 피부에 튀어나오고 심하면 피부색이 변하거나 궤양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정맥류여도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피하지방이 두꺼운 여성의 경우 겉으로 보기엔 큰 변화가 없더라도 다리 안쪽에서 진행된 정맥류로 인해 부종, 역류, 다리저림 등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겉으로 보기에 핏줄이 많이 튀어나오고 뭉쳐 있어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37만7000여명이 하지정맥류로 병원을 찾았다. 여성 환자가 69.7%로 남성의 2.3배였다. 여성 중에서도 50대가 16만3000명가량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60대, 40대, 70대, 30대 순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여성이 더 취약해, 운동·압박스타킹 도움

여성의 하지정맥류 발병이 남성보다 월등히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임신한 여성에서 정맥류가 발생하기 쉽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임신은 체내의 혈액량을 증가시키고, 다리에서 골반으로 돌아오는 혈류를 감소시킨다. 이러한 혈류 변화는 태아의 발육에는 도움을 주지만 부작용을 유발해 하지 정맥을 확장시킨다. 특히 임신 말기 태아가 크면서 자궁이 골반 내부 정맥을 압박하게 되면 정맥류가 발생하거나 악화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임신 중에 발생한 정맥류는 출산 후 수개월에 걸쳐서 점차 호전된다. 다만 임신 중 하지정맥류 정도가 심했다면 출산 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더 심해질 수 있다.

임신이 아니어도 여성은 하지정맥류에 좀 더 취약한 조건을 갖고 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거나 살림을 할 때 오랜시간 서 있거나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고, 다리를 움직이는 시간도 적을 수 있다.

권준교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피는 정맥에서 중력을 거슬러 근육이 수축하는 힘으로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정맥 순환에 가장 나쁜 자세는 오랫동안 가만히 서 있는 것”이라며 “백화점 직원, 요리사 등 오래 서 있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분이나 가만히 서서 요리, 설거지를 오랜기간 해온 주부들에서 하지정맥류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하지정맥류를 예방하려면 오래 서 있거나 오래 앉아 있지 말아야 하며, 여의치 않을 때는 자주 자세를 바꾸거나 발목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틈틈이 다리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발 끝을 몸쪽으로 당겨 종아리를 수축시켜주는 운동이 가장 좋다. 유튜브나 인터넷에 정맥 순환에 순환에 도움이되는 근육 운동이 많이 소개되고 있으니 따라하면 된다.

이미 하지정맥류가 발생했더라도 곧바로 수술이나 시술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 하지정맥류는 국제 표준인 ‘CEAP(임상적 소견·원인·해부학적 위치·병태생리학적 분류) 분류법’에 따라 6단계로 나뉘는데, 푸른 힘줄이 세 줄기 이상 돌출되고 직경 2∼3㎜의 꼬불꼬불한 힘줄이 나타나는 3단계라도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으면 보존적 치료로 관리할 수 있다.

대표적 보존적 치료는 약물과 압박스타킹 착용이다. 약물은 하지정맥류 증상 완화 효과가 검증된 종류로 병원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정맥 순환 영양제 종류는 이미 진행된 하지정맥류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압박스타킹도 시중에 여러 종류가 나와있지만 전문의들은 병원 처방을 받아 의료용을 신는 것을 권한다. 자신의 종아리 굵기에 맞는 압박 정도의 스타킹을 고를 수 있고, 의료보험이 적용돼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또 발목부터 무릎까지만 감싸는 스타킹은 발 부분을 붓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발끝부터 이어지는 형태를 신는 것이 좋다.

보존적 치료를 할 때는 오래 서 있거나 다리를 꼬고 앉는 등 생활습관을 고치고, 잠을 잘 때 심장보다 높게 다리를 올리면 훨씬 도움이 된다.

CEAP 분류상 4단계인 직경 4∼5㎜의 혈관 돌출, 색소침착, 습진 등 문제가 나타나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혈관경화요법을 선택할 수 있다. 주사로 약물을 주입해 확장된 혈관을 굳히는 것이다. 주사 치료로 호전이 어렵다면 문제가 생긴 혈관을 제거하는 수술이나 레이저 혹은 고주파로 폐쇄하는 시술을 한다.

다만 이런 시술은 비급여이기 때문에 비싼데다 병원간 시술 비용 편차가 크다. 또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한 경우가 많아 과잉진료·시술 논란이 있으므로 잘 따져보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

권 교수는 “다리가 붓거나 저리고 혈관이 튀어나오는 등 증상이 발생하면 혈관외과 등 혈관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게 우선”이라며 ”또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았더라도 CEAP 분류상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경우라면 보존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하지정맥류 CEAP 분류
 
△1단계 : 가느다란 실핏줄이 미세하게 나타나고 자각증상이 있는 정도. 모세혈관 확장, 망상정맥류 등으로 구분.
 
△2단계 : 다리에 붉거나 푸른색 띠는 거미줄 모양 실핏줄 나타남. 형태가 거미 다리와 비슷해 거미양 정맥으로 불림.
 
△3단계 : 직경 2∼3㎜ 혈관이 돌출되고 부종 나타나는 단계. 검사 통해 역류가 확인되면 보존적 치료 하고 정기 검진 필요.
 
△4단계 : 직경 4∼5㎜ 혈관 돌출 확인되고 색소침착과 습진 등 피부 문제 발생. 단순한 보존적 치료로 호전 어려워 약물, 수술, 시술 등 치료 고려.
 
△5단계 : 혈관 심하게 돌출되고 색소침착에 이어 피부 궤양 등 합병증 동반. 심한 경우 피부 괴사도 나타나 빠른 대처 필요.
 
△6단계 : 혈관 돌출, 부종, 활동성 궤양 동반된 상태로 다리에 불편함은 물론 피부가 곪고 아물지 않는 단계로 매우 심각.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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