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비정상’ 낙인찍는 사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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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구글링이었다.
말레이시아계 영국 작가인 맨디 엘-사예(37)가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자 유사 이미지로 '이근민'이라는 작가의 작업이 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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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시작은 구글링이었다. 말레이시아계 영국 작가인 맨디 엘-사예(37)가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자 유사 이미지로 ‘이근민’이라는 작가의 작업이 뜬 것. 화면상으로 본 이미지에 흥미를 느낀 그는 곧 이근민을 검색하고, 찾아보고, 연락하기에 이른다. 대작으로 꽉 채운 2인전은 어찌보면 사소한 구글링에서 출발했다.
리만머핀 서울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맨디 엘-사예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근민(40)의 2인전 ‘리캄버넌트(Recombinant·유전자 재조합)’을 개최한다. 유전학 분야에서 분리된 DNA를 유전자상 다시 결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물질이 나오는데 이것을 리캄버넌트로 부른다. 재조합시엔 유전자, 세포, 유기체가 유전 정보를 상호 교환, 새로운 물질이 탄생한다. 두 작가는 오랜기간 서로 교류하면서 미적 취향과 작업 방식, 그리고 예술적 충동, 영감 등에서 접점을 찾아 2인전을 준비했다. 그들의 작업은 다르지만 또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건 예술적 리캄버넌트의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근민은 약자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소비되는 과정의 이면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에 관심이 많다. 대학 시절, 환각을 경험하고 병원에서 내린 진단명은 하나의 '숫자 코드'였다. 사회가 작동과 편의를 위해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분류하며 통솔하는 체계에 반발하고 저항한다. “아플때 마다 경험한 환각을 페인팅으로 미디어 작업으로 반복했다. 사회적 데이터와 패키징에 저항하는 모습을 반문하듯 보여주고 싶었다. 일종의 병상 그림일기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병증을 진단받은 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다름을 병리화 하고 제거해야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사회규범과 시스템을 비판한다.
엘-사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인 아빠와 말레이시아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5살때 영국으로 건너오게 된다. 신부전증을 앓으면서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컴퓨터 수리공으로 오랜기간 일한 아빠, 이민자 가정 환경 속에서 이민자 2세로 복합적 정체성을 획득한 작가는 의사소통, 지식, 정체성의 분열 등을 작업의 주요 주제로 활용하며 문화단절, 언어적 엔트로피, 의미의 변형이 발생하는 장소로서 신체를 탐구한다. 혈흔이나 멍든 피부를 연상시키는 파스텔 색조는 분명 ‘신체적’이지만 어지럽게 인쇄된 텍스트는 군사작전 암호명이나 광고, 신문조각에서 모은 것으로 모든것이 정치와 연계돼 있음을 암시한다. “정신이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 파편화된 인체가 어떤 역사적 파편과 연결되어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지 탐구하고 싶었다”
두 작가는 모두 개인의 고유성을 지우는 제도와 이를 맞닥뜨린 개인이 스스로를 대변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환각이 보이는 자는 숫자로 낙인을 찍고, 아픈 이민자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출신을 유추한다. 가명을 쓰고, 환각을 적극적으로 작업에 차용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아웃사이더 예술가로 나서며 이러한 상황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불온한 핑크빛의 장기와 화사한 파스텔톤의 블루가 금방이라도 부서질것 같은 시각적 병치를 끌어낸다. 그 위에 울리는 불안하고 불규칙적인 음악은 예민한 예술가들을 섬세하게 보듬는 장치다. 전시는 12월 10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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