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폐식용유 연료' 군용기 세계 첫 비행…"탄소 절감·작전능력 향상"
영국 공군이 ‘지속 가능 항공연료(SAF)’만 100% 사용해 군용기를 띄우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SAF는 폐식용유 등으로 만든다. 이번 비행은 기후변화 대응뿐만 아니라 군이 기존 보급망에 의존하지 않고 연료를 구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2일(현지시간) 과학기술전문지 뉴아틀라스는 영국 잉글랜드 중부 지역인 옥스퍼드셔에서 영국 공군의 공중급유기인 ‘A330MRTT’가 최근 동체에 달린 엔진 두 기 모두에 100% SAF만 넣어 90분간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번 시험에 사용된 영국 공군의 공중급유기는 민간 항공기인 A330을 개조한 쌍발 제트기다. 이 급유기는 한국 공군도 보유하고 있다.
군용기가 100% SAF를 이용해 비행에 성공한 건 이번이 세계 최초다. 민간에서는 올해 6월 스웨덴 브라텐스항공(BRA)이 SAF만으로 비행기를 띄우는 데 성공했다.
SAF는 가공육 제조 뒤에 남은 찌꺼기나 사탕수수·옥수수의 잔존물 등으로 제조하는데 이번에 공중급유기에 주유된 건 폐식용유를 원료로 한 것이다. 에어버스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SAF는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 각국은 항공유에서 나오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SAF를 일정 비율 이상 기존 연료에 혼합하는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시험 비행으로 100% SAF로도 비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비행기를 조종한 헤수스 루이스 기장은 에어버스에 “승무원의 관점에서 (기존 연료와) 어떤 차이도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국 공군이 SAF를 사용하려는 데에는 기후변화 대응 외에 다른 이유도 있다. 전시에 장거리 보급망에 의존하지 않고 연료를 공급할 방법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은 반드시 석유를 비행기에 넣어야 하는데, 유류 수송을 위한 차량 행렬은 적이 노리는 공격 목표다. 연료를 보급망에 의존하지 않고 쉽게 구하게 되면 아군의 작전 기간과 범위는 자연히 늘어난다. ‘일석이조’를 원하는 영국 공군의 노력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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