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아들이 성인 치료실로" 청소년 되면 적절한 치료 기회마저 잃는다 [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발달장애 가족 릴레이 인터뷰⑭
대전 중증 장애 아동 엄마 윤영씨
편집자주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071명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광역지자체별 발달장애 인프라의 실태를 분석해 인터랙티브와 12건의 기사로 찾아갔습니다.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설문 응답자들의 개별 인터뷰를 매주 토, 일 게재합니다. 생생하고, 아픈 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뇌병변・지적 장애를 동반한 11세 중증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장윤영(가명)씨는 하루도 빠짐 없이 아들의 휠체어를 밀며 병원을 오간다. 아들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본인이 한 푼이라도 더 벌 때, 많은 치료를 받게 해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커져서다.
치료비 부담도 무시할 수 없지만 더 급한 문제는 따로 있다. 불과 4년 뒤면 장씨 아들은 잘 다니는 소아 치료실을 나와 성인 치료실로 옮겨야 한다는 점이다. 고작 10대 중반에 성인 치료실로 가야 하는 사정은 뭘까. 다음은 장씨와의 일문일답.
-병원은 얼마나 자주 가시나요?
"우리 아이는 매일 가요. 일반 병원 두 군데, 사설 치료 센터 두 군데 다녀요. 원래는 대학 병원을 주 2회 이상 1시간씩 갔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한 명당 진료 횟수에 상한이 생겨나더라고요. 그래서 마음껏 갈 수도 없게 됐죠."
한국일보 기자가 지난 9월 중순 유명 자폐 전문 교수들에게 진료 문의를 해봤더니, 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2027년까지,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2025년까지,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2024년까지 이미 예약이 다 차 있고 이후 스케줄도 나와 있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
한국일보의 설문조사 결과,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한 경우 접수 후 1년 이상 기다린 응답자는 제주에서 27.9%에 이르렀고, 경기 19.7%, 서울 18.4% 등이었다.
(관련기사▶"자폐 전문 교수님, 2027년까지 진료 예약 끝났습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310430004161 로 검색하세요.)
-앞으로도 같은 곳으로 치료를 다닐 예정이신가요?
"그럴 수 없어요. 15세가 되면 성인 치료실로 이동해야 해요. 대학병원이고 일반병원이고 모두 코로나19나 진료 수가 문제를 들면서 소아 치료실을 없애는 추세거든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400명에 못 미친다. 그마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은 전국에 총 266곳인데, 서울(111곳)과 경기(58곳)·인천(12곳)에 몰려 있다. 전남엔 3곳, 경북·세종엔 각각 2곳뿐이다.
-아이가 성인 치료실을 이용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성인 치료실에는 거의 중증 어르신들이 계셔서 그분들 위주로 시스템이 돌아가요. 적극적인 행동치료는 더 이상 하지 않고 요양・돌봄에 중점을 두죠. 아이 발달 수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행동치료를 진행하는 소아 치료실에 비하면, 성인 치료실 행동치료는 수박 겉핥기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고작 중학교 3학년인데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엄마들로선 아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치료를 최대한 받게 해주려는 욕심이 커지죠."
-어머님들은 아이를 성인 치료실에 보내는 걸 안 좋아하시겠네요.
"아니에요. 성인 치료실에 보내는 거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엄마들도 많아요. (성인 치료실에서) 사실상 치료가 안 되는 건 맞지만 사설 치료 기관은 워낙 비싸니까요. 경제적 여건이 안 되는 가정이 많잖아요."
-어머님도 치료비 부담을 무시할 수 없으시겠어요.
"그렇죠. 최대한의 치료를 해주려는 욕심은 크지만 실제로 많이 할 수도 없어요. 우리 아이는 출생 직후 장애 진단을 받았으니 평생 치료비가 들어간 셈인데 수천만 원 이상 되죠. 저소득층이나 한부모 가정에 해당하지 않아서 치료비 혜택도 온전히 받지 못해요. 바우처 금액을 지원하는 소득 기준도 세전 기준이라 더 박하게 느껴지고요."
-지금 받고 계신 지원금 수준은 얼마나 되세요?
"장애인콜택시 지원이랑 7세 이후부터 받기 시작한 활동지원서비스 정도예요. 바우처는 아이가 2세일 때까지는 아예 못 받다가 3, 4세가 됐을 때쯤부터 받기 시작했는데 자부담만 월 8만 원이네요. 활동지원서비스도 월 18만 원을 저희가 내고요. 자부담금만 이래저래 모으면 월 40만~50만 원 정도 돼요."
(관련기사▶1시간 치료수업에 15만원? 사교육 시장 내몰린 부모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509190004669 로 검색하세요.)
-가장 해결이 시급하다고 생각하시는 건 뭘까요?
"어쨌든 소아 치료가 더 활성화되길 바라요. 소아 치료실을 더 만들 수 없다면 기존 소아 치료실 이용 연령이라도 연장해준다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기존 소아 치료 시스템을 몇 년이라도 더 이어갈 수 있게 말이에요. 기존에 하던 치료를 안 하면 당장 몸이 굳거나 퇴화해 버리니까요. 어떻게 해서든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어요."
▶인터랙티브 바로가기: 클릭하시면 1,071명 설문조사 결과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주소(interactive.hankookilbo.com/v/disability/)를 복사해서 검색창에 입력해주세요.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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