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자금조달 묶인 은행 두고 ‘고심’… 사모 형식 은행채 발행 확대 검토

김유진 기자 2022. 11. 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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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발행·예금금리 인상 제한된 은행권, 자금 조달 고민 커져
당국, 은행 간 타 은행채 인수 유인할 방안 내놓을 듯
시장 자금 흡수하는 공모 대신 사모 형식 은행채 발행 방안 유력
금융위원회 내부 (금융위원회 제공) 2021.4.14/뉴스1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유동성 확보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은행권에 은행채 발행과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을 자제하라고 주문했으나, 시장 안정화를 위한 은행권의 자금 수요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은행 간 은행채 인수를 유인할 수 있도록 사모 형식의 은행채 발행을 활성화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자금 융통책을 다음 주 마련할 예정이다.

27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다음 주 초 은행권의 자금조달과 관련한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음 주 초반 추가적인 은행권의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한 회의가 있다”며 “조만간 은행권의 자금 조달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은행은 시장 안정 역할을 맡으며 자금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은행은 한국전력이 한전채 발행을 통해 채권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지 않도록 2조원 규모의 기업 대출을 실행했다. 이외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기업에 대출을 내주며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를 100%에서 105%로 한시적으로 완화하며 은행의 기업 대출을 독려할 정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기업 원화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169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무려 13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외에도 은행권은 시장 안정을 위해 채권안정펀드 등 95조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은행은 시장에 공급해야 할 자금 조달 수단이 제한된 상황이다. 은행은 통상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예금을 확보해 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채권시장 불안에 따라 은행권에 시장 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또, 금융 여건이 악화되며 시장 내 자금흐름이 위험자산에서 안정자산으로 이동하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자 은행권에 예금 금리 인상을 삼가할 것을 주문했다. 사실상 예금 확보에 제약을 건 셈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간·업권내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금 조달과 공급이 엇박자를 내며 은행도 ‘돈 가뭄’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 간 은행채 인수를 유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이 공모 형식으로 진행되면 시장의 자금을 흡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모 형식 발행을 통해 은행이나 연기금 등이 인수하도록 탄력적으로 은행채 발행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이 다른 은행이 발행한 은행채를 살 수는 있지만 살 유인이 없었다”며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 유인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 24일 “은행이 다른 은행이 발행한 은행채를 인수할 수 있느냐와 관련돼 공정거래법상 이슈 등에 대한 문제점을 제거하는 등 가능한 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은행채를 적격담보증권에 포함시킨 만큼 타 은행채 매입을 통해 유동성 비율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가 포함되면서 기존에 적격담보증권으로 맡겨놨던 국공채 등을 팔지 않아도 은행채를 새로 사 유동성 비율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며 “여력이 있는 은행이 다른 은행이 발행한 은행채를 사도 적격담보대출로 그 은행채를 넣으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런 차원에서 은행끼리 은행채를 통해 자금 공급을 해보라는 게 곧 있을 발표의 주된 내용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이 제한된 상황에서 은행채 수급을 은행권 내에서 해결하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적격담보증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에 대출할 때 인정해 주는 담보물이다. 은행에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해줄 때 적격담보증권으로 인정하는 증권은 주로 국채, 통안증권, 정부보증채 등의 국공채다. 그러나 금융권 유동성 공급을 위해 내년 1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은행채도 적격담보증권으로 인정된다. 은행채가 적격담보증권에 포함되면서 은행은 대출 담보로 은행채를 한은에 납입해 자금을 지원받는 대신 국채를 보유하게 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안정을 꾀할 수 있다.

LCR은 30일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예금과 국공채 등 유동자산 비율을 뜻하는 단기 건전성 규제다.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 등 단기간에 급격히 예금 등이 빠져나갈 경우를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을 갖추라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자금 공급 부담이 커지자 한은이 회사채 매입기구인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를 재가동하면서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한은에서는 SPV 재가동에 대한 논의는 구체화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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