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숲도 아닌 그 사이 ‘여백’을 그리다

공성윤 기자 2022. 11. 27.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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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세계를 표현한다면 형식은 어떻든 상관없다." 추상미술의 선구자 바실리 칸딘스키의 말이다.

그 말대로 장희진 작가는 '빛의 우물'을 이루는 고요한 세계를 색면(色面)과 분할로 건져낸다.

정 작가는 "실재의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여백 또는 허공을 그려내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정 작가는 "작품을 통해 나무나 숲을 그리는 게 아니라 나무의 잔가지 사이사이로 비추는 빛의 면적, 즉 사이 공간을 그려내려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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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진 작가 개인전 《색(色), 삶을 사유(思惟)하다》, 12월12일까지 토포하우스에서 열려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내면의 세계를 표현한다면 형식은 어떻든 상관없다." 추상미술의 선구자 바실리 칸딘스키의 말이다. 그 말대로 장희진 작가는 '빛의 우물'을 이루는 고요한 세계를 색면(色面)과 분할로 건져낸다. 마치 3차원의 세계가 2차원인 망막에 투영된 듯한 모습이다. 삶에 대한 경험을 이처럼 색과 분할의 이미지로 표현한 장희진 작가의 개인전 《색(色), 삶을 사유(思惟)하다》가 12월12일까지 서울 종로구 토포하우스에서 열린다.

34. hue 45.5x45.5cm acrylic gouache, gel on modeling made canvas 2022 ⓒ 토포하우스

장 작가는 2002년부터 올해까지 17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독일, 스위스, 뉴욕, 중국 등 해외 아트페어와 기획전 등에 참가했다. 서울시립미술관 난지 창작스튜디오 1기 입주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개인화 디자인 브랜드 '비스포크'와 이미지 콘텐츠 계약을 하는 등 전업작가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장 작가의 외할아버지는 한국 추상회화의 선구자격으로 프랑스에서 오래 활동한 고(故) 김기린 화백이다.

외할아버지의 역량을 물려받은 정 작가 역시 추상회화에 있어 남다른 미적 감각을 보인다. 정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대상(對像)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운 추상의 모습을 캔버스 위에 펼쳐낸다. 또 일상에 자주 비치는 햇살의 변화에 따른 색 분할과 선을 적합한 색조로 표현했다는 평을 듣는다. 마치 색종이를 접었다 펼치면 나타나는 선과 균열이 전면에 드러난 듯한 느낌이다.

이번 전시는 정 작가의 이전 작품이 갖고 있었던 무거운 색감과 힘을 뺀 모습을 보여준다. 조명의 높이를 낮추고 캔버스 프레임에 비춰 표면의 굴곡이 만들어 낸 주름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식이다. 정 작가는 "한복의 하늘하늘한 소재와 색감 자체에서 모티브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 작가가 밝힌 작업 과정에 따르면, 우선 캔버스에 특수 제작한 물결 모양의 대형 곡선자를 이용해 9mm 간격의 선을 긋는다. 이후 선을 따라 0.4mm의 테이프를 붙인 뒤 그 위에 나이프를 사용해 모델링 페이스트(연고상 물질)를 수십 차례 펴 발라 올리기를 반복한다. 표면이 적당히 마르면 그 위에 다시 얇게 펴 바르기를 약 48시간 정도 반복한다.

캔버스의 표면층이 0.5mm 정도 두께가 되면 하루 건조시킨 뒤 테이프를 조심스럽게 떼어낸다. 그러면 떼어진 부분은 음각이 되고 나머지 부분은 양각이 된다. 이렇게 작품의 특징인 굴곡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후 수십 차례 사포질과 베이스 칠을 해서 완성한다. 정 작가는 "실재의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여백 또는 허공을 그려내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작가는 2001년부터 특유의 회화 방식을 구사해왔다고 한다. 2002년에는 《In Between_사이공간》이란 제목의 작품으로 시작해 십여 년을 거치는 동안 지금과 같은 굴곡의 유려한 선을 완성했다. 《Sound of Wave》 와 《Wind of Tree》 등의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정 작가는 "작품을 통해 나무나 숲을 그리는 게 아니라 나무의 잔가지 사이사이로 비추는 빛의 면적, 즉 사이 공간을 그려내려고 했다"고 밝혔다.

42. folded tint 45.5x45.5cm acrylic gouache, gel on modeling made canvas 20_ ⓒ 토포하우스
Folded Tint_131x163cm_Acrylic gouache, gel on modeling made canvas_2022_ ⓒ 토포하우스
52. folded tint 90.5 x 122cm acrylic gouache, gel on modeling made canvas _ ⓒ 토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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