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선수들, 월드컵 후 처형당할 수도” 외신 보도, 왜?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 중인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귀국 후 최대 사형에 이르는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선수들이 자국 내 반정부 시위에 연대하는 의미로 경기 시작 전 국가를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매체 더선 등 외신은 25일(현지 시각) “이란 선수들은 고국에 돌아가면 반정부 행위자로 분류돼 징역살이를 하거나 심하게는 처형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잉글랜드전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한 뒤 관료들로부터 처벌에 대한 경고를 받고 있다”며 “이란 정치인들은 ‘국가를 부를 의향이 있는 새로운 선수들로 팀을 교체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이란 선수들은 지난 21일 잉글랜드와 가진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해 눈길을 끌었다. 보통 국제 경기에 출전한 이란 선수들은 국가 연주 시 가슴에 오른손을 얹고 따라 부르지만, 이번에는 모두가 어깨동무를 한 채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킨 것이다. 그러자 관중석에서도 ‘자유’를 뜻하는 “아자디, 아자디” 함성이 울려 퍼졌고 ‘여성, 생명, 자유’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휘날렸다.
선수들의 이같은 행동은 자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연대하겠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20대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사건 이후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날로 격화하는 시위에 당국은 강경 진압에 나서고 있고 이 과정에서 다수가 목숨을 잃었다. 시위대와 뜻을 함께 하겠다고 밝힌 배우 등 유명인들이 구금되는 사례들도 전해지고 있다.
다만 선수들은 25일 웨일스와 가진 B조 2차전에서 전 경기와 다르게 국가를 따라 불렀다. 보통 때와 다른 점은, 마치 어쩔 수 없이 부르는 것이라는 듯 입술을 작게 움직이고 성의 없는 표정을 지었다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선수들이 단체로 국가를 부르기로 한 것은 분명했지만 이런 불편한 모습은 상대팀이 국가를 부르는 기세와 큰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선수들이 이란 정부로부터 처벌의 압박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첫 경기 당시 선수들이 국가 제창을 거부하자 이란 국영TV는 생중계를 중단해 그 모습을 화면에서 지워버렸다. 또 메흐디 참란 테헤란 시의회 의장은 “국가와 국기를 모욕하는 그 누구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수들의 행위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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