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에 ‘쓰레기 중고차’ 샀다…‘침수차 공포’ 확산, 3000대 폐차 안했다 [세상만車]
확인된 침수차 1만8289대
침수차 3292대, ‘폐차’안해
딜러매입 침수차도 148대
#B씨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침수·사고가 없다고 기재된 렉서스 차량을 5000만원에 구매했다. 얼마 뒤 엔진이 이상하다고 느낀 B씨는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점검받다 침수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화가 난 B씨는 딜러에게 항의했다. 딜러는 자신도 침수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발뺌한 뒤 잠수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발생한 출고대란에서 알 수 있듯이 자동차는 물과 상극인 전자전기 장치와 금속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물 먹은 차는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경제적 피해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사람 목숨까지 위협한다. 침수차는 무조건 폐차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들은 잘 모르지만 폭우와 태풍이 잦아지는 가을부터 중고차 시장에서는 암묵적으로 ‘침수차 주의보’가 발령된다.
115년 만에 기록적인 물폭탄에 ‘수입차 메카’ 서울 강남이 물에 잠긴 올해에는 주의보 수준이 아니다. 침수차 ‘위기 경보’가 사실상 발령됐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국산차는 물론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벤츠, BMW, 아우디, 테슬라 등 값비싼 수입차 포함해 2만대 가량이 침수돼서다.
국토부는 올 여름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침수차들이 불법 유통되지 못하도록 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는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에 등록해야 하는 침수 이력 차량을 확대했다.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에 가입한 차량의 경우 기존에는 보험개발원에서 전손(全損, 수리비가 피보험차량 가액을 초과하는 경우) 처리된 침수차 정보만 전송했다.
9월부터는 분손(分損, 수리비가 피보험차량 가액을 넘지 않는 경우) 처리된 침수차 정보까지 전송하도록 개선했다.
또 침수로 도로에 방치돼 지방자치단체에서 도로 안전을 위해 견인하거나 침수피해 사실확인서를 제출받은 침수차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이 침수 이력을 알 수 있게 됐다.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침수차 중 1만4849대는 폐차(말소등록)됐다. 중고차 매매업자에게 판매된 침수차는 148대다. 폐차하지 않고 개인이 계속 소유중인 침수차는 3292대다.
중고차 시장이나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침수차가 유통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자차보험 가입률을 감안하면 침수차 10대 중 3대는 보험사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차보험 가입률은 72.7%다. 단순 계산으로는 올해 침수된 차량 10대 중 3대는 보험사를 통해 보상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금전적 피해를 줄이려는 일부 침수차 소유자, 이들에게 차를 산 악덕 호객꾼들이 침수 사실을 숨긴 채 판매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8월10일 대규모 침수차가 발생한 뒤 온라인 사이트에는 침수차를 좋은 값에 구입한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폐차 값보다 더 비싸게 사겠다며 시동이 걸리지 않는 침수차를 폐차 금액의 10배 이상 주고 매입했다는 글도 등장했다.
대량으로 발생한 침수차들을 임시 보관해둔 서울대공원 주차장 인근에는 침수차를 사겠다는 현수막까지 나붙었다.
일반 소비자가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안전벨트 점검, 악취 및 오물 확인 정도다.
차량이 내부까지 침수됐다면 안전벨트에 흔적이 남는 경우가 있다. 안전벨트를 끝까지 감아보면 끝부분에 흙이나 오염물질이 묻어나오기도 한다.
단, 안전벨트만으로는 침수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 침수차를 전문적으로 속여 파는 악덕 딜러나 정비업자 대부분도 이 사실을 알고 세척 작업을 벌이기 때문이다.
안전벨트가 ‘너무’ 깨끗하다면 침수로 새 제품으로 교체했다고 의심한 뒤 제조일자로 침수차 여부를 일부 파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새 상품이 아닌 것처럼 사용흔적을 만들면 알아채기 어렵다.
또 침수차를 팔면서 실내 악취나 금속 부위 녹 등 눈에 쉽게 보이는 침수 흔적을 놔두는 경우는 드물다. 자동차 전문가가 시간을 들여 점검하지 않는 이상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없앤다.
악덕 딜러들은 침수차를 매입한 뒤 바로 팔지 않는다. 흔적이 있다면 두 달 정도 세척과 정비 작업을 거친다.
흔적과 바로 나타나는 침수차 증상을 없앤 뒤에는 “냄새나 오물이 없다” “시트 아래에 곰팡이나 얼룩이 없다” “안전벨트가 교체되지 않았고 말끔하다” 등의 말로 침수차가 아닌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인다.
어설프게 알려진 침수차 구별법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침수차는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구매자가 다시 중고차로 내놓는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침수 흔적은 사라진다. 1~2년전 유입된 침수차는 전문가들도 흔적을 찾아내기 어렵다.
일반 매매업체를 통해 구입한다면 보험개발원의 자동차이력정보서비스(카히스토리)를 이용해야 한다. 카히스토리를 발급받으면 침수로 수리 또는 전손 처리됐는지 적혀 있다.
물론 한계도 있다. 자차보험으로 침수 피해를 보상받은 차량만 파악할 수 있다. 자차보험에 가입했지만 침수 피해를 자비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전과’를 남기지 않는 차들을 걸러낼 수 없다.
올 여름 침수차를 좋은 값에 매입한다고 광고를 몰린 업체들도 자차보험에 흔적이 없는 차들을 선호했다.
국토부가 운영하는 자동차 365 홈페이지를 통해 정비 및 검사 이력, 침수 여부, 사고 이력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침수차가 대량으로 발생한 시기에 하체, 시트, 엔진오일 등이 집중적으로 교환됐다면 침수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
번호판이나 소유자를 바꾸는 침수차 세탁도 파악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자동차 민원 대국민 포털’ 사이트에서 자동차등록원부를 보면 차량번호와 소유자 변경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번호판이 교체되고, 소유자가 짧은 기간에 여러 번 바뀌었다면 침수 여부를 더욱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비용이 들더라도 진단 및 보상 체계를 갖춘 중고차 기업, 수입차 브랜드나 캐피탈사가 운영하는 인증 중고차 매장에서 구입하면 된다.
중고차 구매 동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정비 전문가가 출장비나 점검비를 받고 소비자와 같이 가서 차를 살펴봐준다.
비용은 차종에 따라 달라진다. 고가 수입차나 스포츠카가 아니라면 한대당 10만~20만원 수준이다. 비싸다면 비싸고 싸다면 싼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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