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따라 '희비' 엇갈리는 자사고… 경쟁률도 양극화 [심층기획]
MB때 대폭 늘렸다 文정부서 폐지 추진
“내신 불리” 인식 늘며 학생 선호도 줄어
10여년새 54→35곳 감소… 양극화 양상
“다양성 취지 퇴색” “상위권 교육 필요”
자사고 존치 놓고 교육계도 찬반 갈려
이주호, 연내 ‘유지 기조’ 개편 시안 마련
서울교육청·자사고 소송사태 영향 주목
“(고교) 다양화 정책이 어떤 면에선 서열화로 이어진 부작용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명박정부는 2010년 전국 7개였던 자립형사립고(정부 지원 없이 독립된 재정·교과과정으로 운영하는 사립고)를 자사고로 전환해 대폭 늘리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에 자사고는 54곳까지 늘었으나 ‘교육 다양화’란 취지와 달리 서열화만 불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문재인정부는 자사고와 특수목적고(외고·국제고)가 2025년 일반고로 전환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강행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시한부’였던 자사고는 일단 살아남게 되는 분위기다.
교육계에선 학령 인구 감소, 대입 제도 개편, 전 정부의 ‘자사고 때리기’ 정책 등이 작용한 결과라 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대입이 수시 위주로 흘러 ‘자사고는 내신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퍼진 데다가 정부가 자사고 폐지 정책을 밀어붙여 학부모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 등 일부 교육청이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내렸던 것도 자사고 폐지 우려를 키웠다. 서울시교육청 평가에서 탈락했던 자사고가 소송 끝에 부활하면서 올해 서울 지역 자사고 경쟁률은 1.3대 1로 지난해(1.09대 1)보다 소폭 올랐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전 인기 자사고의 경쟁률이 5대 1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인기가 많이 식었다는 분석이다.
대입 성적이 좋은 자사고에 지원자가 몰리는 것은 결국 현재 자사고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의미란 지적도 있다. 자사고가 입시 기관으로 변질했다는 것이다. 실제 인기 자사고인 전주 상산고는 교육 과정을 2학년에 끝내고 3학년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에 ‘올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괄 폐지·존치를 논의하기보다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양질의 자사고만 남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교육계 관계자는 “이명박정부 전 특목고는 전체 고교의 5% 수준이라 소수만 준비했지만, 현재는 15%가량이 자사고·특목고에 가서 너도나도 준비하고, 제 역할을 못하는 학교도 많다”며 “부족한 학교는 취소하고 소수만 남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자사고 존치 등이 담긴 고교 체제 개편안 시안을 내놓고 내년 6월까지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교육청 소송은 변수다.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자사고 평가 후 8곳의 지정을 취소한 뒤 법적 다툼 끝에 패소했는데, “정부가 자사고를 폐지하기로 한 만큼 소송은 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향후 정부가 자사고 존치를 공식화하면 법적 싸움이 또 시작될 수 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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