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에 구애하는 유튜브...‘장밋빛 계획’ 뒤 가시가 있네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2. 11. 2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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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웹툰작가 출신의 스트리머인 침착맨(이말년)이 방송 플랫폼을 옮긴다고 선언했습니다. 미국 아마존닷컴이 운영하는 실시간 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 ‘유튜브’로 방송 플랫폼을 옮긴다는 것이죠. 침착맨은 “생각이 완벽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유튜브 라이브로 가야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트위치는 망 사용료를 이유로 한국에서 서비스를 축소하고 있죠. 지난 9월 말에는 서비스 운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로, 방송 최대 화질을 1080p에서 720p로 낮췄고요. 이같은 상황이 인플루언서들에게 유튜브 라이브로 눈을 돌리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 라이브커머스 강화하는 유튜브...이커머스에 손 내밀었다

11번가의 라이브커머스 촬영 현장. <사진=11번가>
유튜브는 지난 몇년동안 유튜브 플랫폼에서 쇼핑 기능을 강화하면서 크리에이터와 고객 둘 다 잡기 위한 전방위 행보를 펼치고 있습니다. 유튜브 주요 수입원인 디지털 광고 시장이 과거와 달리 부진하자, 직접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쇼핑 강화로 눈을 돌린 겁니다.

유튜브가 이미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라이브방송 시장에서 쇼핑을 얹어놓으면, 물건을 직접 팔려고 하는 판매자와 크리에이터까지 모두 엮어내면서 라방 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곧바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플랫폼 위에 ‘쇼핑’ 기능을 얹는 것만으로 단순 라이브방송에서 라이브쇼핑으로 몸을 바꿔낼 수 있는 것이죠.

실제로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은 유튜브와 협업을 강화하면서 유튜브 라이브방송 위에 자신들의 서비스를 얹고 있습니다. 11번가, 위메프, 그립 등은 이미 유튜브와 손을 잡았죠.

이커머스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합니다. 자체 플랫폼과 유튜브로 라방을 동시 송출하면서 시청자 수를 늘리고, 플랫폼으로 신규 이용자를 유입시키겠다는 계획이죠. 유튜브 입장에서는 국내서에서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높은 라이브쇼핑 점유율을 확보한 플랫폼들을 제치고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복안이 있고요.

대표적으로 11번가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11번가는 유튜브에서 진행하는 실시간 스트리밍에 11번가 판매 상품을 연동하는 기능을 도입한 라방을 연말까지 최대 40개 이상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지난 10월부터 유튜브에서 진행하는 실시간 스트리밍에 11번가 판매 상품을 연동하는 기능을 본격 도입했죠.

라이브방송 중 크리에이터들이 소개한 상품을 구매하길 원하면 방송 화면 하단에 생성된 ‘상품’ 배너를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배너를 누르면 고객들은 링크를 통해 11번가 플랫폼으로 이동돼 해당 상품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겁니다.

쉽게 말해 유튜브는 국내서 쇼핑 사업을 직접 하는 것보다 제휴 모델을 구축해 이커머스 회사들의 정산 시스템 등을 가져다 쓰는 것이죠. 플랫폼을 빌려주는 것만으로 새로운 수익이 발생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고요.

11번가 입장에서도 윈윈입니다. 새로운 판매 채널이 확보되는 차원이 가장 큽니다. 유튜브에서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인기 크리에이터들을 구독하는 신규 고객이 11번가로 유입도는 효과가 발생하는 겁니다.

실제로 구매 고객 분석 결과 평소 11번가를 자주 이용하지 않던 ‘패밀리’ 등급 고객 비중이 방송 전 10%에서 방송 후 80%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1번가 관계자는 “원하는 상품을 11번가의 시스템을 통해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유튜브에는 익숙하지만, 11번가에서 아직 물건 구매를 해보지 않은 이들을 11번가로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1번가와 마찬가지로 CJ온스타일이나 위메프, 그립도 유튜브와 라이브쇼핑 파트너십을 체결했죠. 11번가와 유사합니다. 유튜브 라방에서 소개되는 상품을 각 플랫폼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플랫폼은 상품 기획과 결제·구매 지원, 마케팅, 방송 기획 등 커머스 영역 전반을 담당하고요. 방송 제작과 송출 등을 지원하기 위한 콘텐츠, 기능 교육 전반은 유튜브에서 담당하는 형태입니다.

◆ 유튜브에 자사 라방 경쟁력 뚝 떨어질수도

<사진=매경DB>
다만 플랫폼에서 내건 자체 라이브쇼핑 경쟁력은 낮아질 가능성도 큽니다. 고객들이 유튜브로의 접근이 용이하고, 유튜브의 이용 시간만 늘어갈 뿐, 실제 자체 플랫폼에서의 최초 유입 이후의 충성고객으로 만들어내기까지의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거대 플랫폼인 유튜브는 사실 손해볼 게 없다”라며 “이커머스 기업의 라이브방송 자생력을 자칫하다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거대 플랫폼 위의 인플루언서들에게 더 휘둘리기만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일부 인플루언서와 협업해야만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라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실제로 특정한 인플루언서의 팬덤을 또다른 플랫폼의 고객으로 바꿔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진단했습니다.

네이버나 쿠팡, 카카오 등이 긴장해야할 때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유튜브가 짧은 동영상인 ‘쇼츠’에까지 쇼핑 기능을 도입하면서 쇼핑 강화에 나서면 순식간에 라이브쇼핑의 판이 기울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유튜브는 유튜브 쇼츠에 쇼핑 기능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미국 일부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동영상을 통해 판매하는 상품에 태그를 추가하는 기능을 시범 도입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이 라이브방송을 강화하는데는 그 자체로 시장이 해가 갈수록 커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라방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원에서, 올해는 6조원, 내년에는 1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홍키자의 빅테크'는 플랫폼, 테크, 유통,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지금 홍성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깊이가 다른 콘텐츠를 매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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