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네옴시티’ 미래 도시 청사진인가, 신기루인가 [이슈+]
롯데월드타워 높이 건물들이 170㎞에 빼곡한 수직형 도시
제2의 두바이 꿈꿔…“석유 이후 사우디의 미래…100년 계획”
일각선 지나치게 ‘기술 낙관론’에 기대는 비현실적 계획 비판
사우디의 ‘그린 워싱’ 경계도…“대담한 약속으로 현실 가려”
사우디 왕가의 100년 사업으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지난 8일(현지시간) 첫 삽을 뜨고 인프라 공사를 시작했다. 사우디는 이 미래도시에 2030년까지 100만명, 궁극적으론 900만명을 거주시키는 걸 목표로 잡고 있다. 최근 네옴시티 중 일부인 ‘트로제나’는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만 현지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평가는 ‘담대한 꿈’이나 ‘허황된 계획’으로 갈린다고 한다.
◆700조원 규모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네옴시티는 직선 도시인 ‘더라인’과 바다 위에 떠 있는 부유식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산악지대 관광단지인 ‘트로제나’로 이뤄진다.
더라인은 폭 200m, 높이 500m의 선형 구조물을 총연장 170㎞ 길이로 지어 그 안에 사람이 살고, 나머지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존한다는 게 사우디의 구상이다. 수평 구조의 전통적 도시를 수직 구조로 재구성해 개발 면적을 줄였다. 롯데월드타워(555m)만 한 높이의 반짝이는 반투명 반사 유리 외관의 빌딩이 간격 없이 벽처럼 서울부터 강릉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전체 개발 구역은 넓지만, 실제 주민들이 살게 될 더라인이 차지하는 면적은 서울의 20분의 1 수준으로, 그 안에 서울에 맞먹는 인구가 거주할 수 있게 된다.
계획에 따르면 더라인은 100% 재생에너지로 돌아간다. 물은 담수화 플랜트에서 공급받는다. 이 도시의 주요 교통수단은 건물 지하에 깔리는 철도다. 2개 터널을 뚫어 한 곳에선 시속 250∼300㎞의 고속철도와 지하철이 사람을 실어나르고, 나머지 한 곳에선 화물 운반용 철도가 운행된다. 때문에 먼저 터널 공사를 끝내고 그 위에 건물을 올리게 된다.
네옴시티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 창의적 발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은행가 출신인 알리 시하비 현 네옴 프로젝트 자문위원은 “중동 지역의 물이 부족해져 가기에 사우디는 창의적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 역시도 네옴시티가 “실험적인 프로젝트”임은 인정한 바 있다.
완공이 된다면, 도시 자체로 세계적 명물이 될테지만, 일각에서는 사우디의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여전히 비현실적이며 지나친 ‘기술 낙관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꼬집는다.
이스라엘 건축가 엘리야후 켈러는 “사우디는 ‘블레이드 러너’ 같은 일종의 공상과학 소설을 제시하고 있다”며 “왜 사막에 이걸 새로 만들어야 하나. 기후 위기에 대처하려면 오히려 기존 도시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행보가 일종의 ‘그린 워싱’이라는 비판도 있다. 환경을 위한다는 ‘대담한 약속’을 내걸어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일주일 앞두고 ‘사우디 그린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켜 2060년까지 탄소 배출 순 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 역시 이 이니셔티브에 일환이다.
국제 기후 변화 협상 전문가인 조안나 디플레지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는 “사우디의 계획이 처음에는 기후 논의에서 중요한 진전으로 여겨졌지만 철저한 조사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사우디는 COP26 총회에서 주요 친환경 공약을 발표한 지 몇 주 만에 석유 증산을 약속했다”고 꼬집었다. 미국 시더빌대학 지질학과 톰 라이스 교수는 “기본적으로 이런 대형 건설 프로젝트 자체가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며 “네옴시티 건설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은 영국이 1년 동안 내뿜는 것의 4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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