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무성영화와 변사, 그리고 AI의 만남, ‘딥.포토플래이 2탄!’

현화영 입력 2022. 11. 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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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3관에서는 ‘딥.포토플래이 2탄!’이라는 조금은 낯선 제목의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알고 보면, 매우 흥미로운 ‘휴먼 X 인공지능 공동 예술창작 프로젝트’ 공연이자 전시라 소개하고 싶다. 

이미 몇 차례 다룬 적이 있는데, 영화는 19세기 말 탄생 당시 무성영화였다. 여기서 무성영화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사운드를 녹음하지 않은 영화라는 의미이다. 당시 관객이 침묵 속에 영화를 감상하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풍성한 라이브 사운드와 함께 영화를 감상했다. 변사의 해설, 음악가들의 연주가 어우러져 무성영화 상영은 일종의 공연과 유사했다. 다만 영화관 사정에 따라 공연의 규모나 완성도는 달랐다. 

이번 ‘딥.포토플래이 2탄!’에서는 1920년대 후반 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규설 감독의 무성영화 ‘근로의 끝에는 가난이 없다’가 이상근 배우의 해설과 박상현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함께 상영될 예정이다.

여기까지는 그동안 한국영상자료원이 여러 차례 진행됐던 무성영화 공연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상업 장편 극영화로서 ‘청춘의 십자로’(감독 안종화, 1934)는 김태용 감독의 연출로 조희봉 배우의 해설, 뮤지컬 배우의 노래, 라이브 연주 등이 어우러진 ‘복합공연’ 형태로 재탄생했다. 2008년 이후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공연이 진행된 바 있다. 

2021년에는 1957년에 한국 홍콩 최초의 합작영화로 제작된 정창화 감독의 ‘이국정원’이 ‘라이브 더빙 쇼’ 형태로 공연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발굴 당시 사운드가 유실된 상황이었는데, 후시녹음 하는 상황을 연출한 공연으로 재탄생했다. 녹음 트랙이 하나이던 당시를 재현해, 녹음실 마이크 앞에서 대사 더빙, 효과음 만들기, 음악연주를 동시에 진행하는 모습을 스크린 위의 영화와 함께 보고 들을 수 있었다. 

 
한국영화만 한국영상자료원의 무성영화 공연 대상인 건 아니었다. 2022년 7월에는 무르나우 감독의 무성영화 ‘노스페라투’(1922)가 황진아 거문고 연주자, 이시문 기타리스트의 연주와 함께 상영되기도 했다. 영상과 사운드의 만남이자, 독일영화와 한국 고전 음악, 서양 음악의 만남이었다. 그 밖에도 무성 공포영화와 라이브 음악연주가 함께하는 공연 사례는 좀 더 찾아볼 수 있다. 

이번 ‘딥.포토플래이 2탄!’이 그동안의 공연과 가장 다른 점은 A.I 즉 인공지능의 참여이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인간이 작성한 대본을 변사 이상근(배우)이 연기(해설)하고, A.I와 인간이 함께 창작한 음악을 피아니스트 박상현이 연주한다.

A.I는 12분짜리 무성영화 ‘근로 끝에는 가난이 없다’에서 각각의 쇼트(커트) 길이, 피사체의 움직임 등 화면을 읽어내어, 필요한 효과음과 어울리는 멜로디, 리듬 등을 만들어냈다. 미리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만들어낸 사운드를 재료 삼아 인간 작곡가가 효과음과 음악을 완성했다.

이렇게 AI와 인간이 협력해 창작해낸 대본과 음악이 라이브로 공연된다. 

이 영화는 홍보영화로서 개봉 관련 기록이나 홍보 기사 등이 거의 없어, 정확한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영화 속 간(間) 자막과 영상 속 상황 등을 종합해 변사(해설자)용 대본도 창작됐다. 이 작업은 인간이 담당했다.

이러한 전체 과정은 이미 지난해에 공개된 바가 있다. 2021년 11월 '딥.포토플레이: 휴먼X인공지능 기반 무성영화 연주 프로젝트'에서는 작업에 참여한 이들이 작업 과정을 소개하고, 사례로서 구소련 영화 ‘카메라를 든 사나이’(감독 지가 베르토프, 1929)의 일부 장면 상영과 더불어 A.I 협업한 작업을 공연했다. 

1년이 지나 같은 방식으로 작업한 ‘근로의 끝에는 가난이 없다’ 공연이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이번에는 VR 전시를 통해서도 공연에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1930년대 종로3가 단성사 앞 거리에서 시작해, 영화관에서 무성영화를 보는 듯한 세상을 구현해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조금 낯설어진 것이 사실이다. 변사 해설과 연주가 함께하는 공연을 관람한다는 마음으로 상영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VR을 통해 무성영화 공연 관람 경험을 해보는 것도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다. 

무성영화와 사운드, 인간과 기술, 영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하는 이번 공연과 전시가 이후에 어떤 방식으로 더 확대될지도 궁금하다. 

이번 전시와 공연은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 사전 신청을 통해 관람할 수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조금 서둘러 보시기 바란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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