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리뷰]17년 만에 돌아온 "무서운 게 딱 좋아"…'공포' 보단 '씁쓸'

오현주 기자 2022. 11. 2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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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초등학생이던 2004년 어느 여름.

당시 '빨간 마스크'를 생생하게 그려 인기를 끌었던 만화책 '무서운 게 딱 좋아!'가 지난해 8월 네이버 웹툰으로 재탄생하면서다.

'무서운 게 딱 좋아!'는 오랫동안 떠돌던 도시 괴담을 처음으로 어린이 만화책에 옮겨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기자가 다니던 학교 역시 같은반 친구들과 이 책을 돌려보는 게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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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 공포 만화책, 네이버 웹툰으로 재탄생
'빨간 마스크' 등 인기작 재구성…예전과 비교하는 재미
네이버 웹툰으로 돌아온 '무서운 게 딱 좋아!' (네이버 웹툰 제공)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안녕. 내가 예쁘니? 그럼 나랑 똑같이 만들어줄게!" (네이버 웹툰 '무서운 게 딱 좋아!')

기자가 초등학생이던 2004년 어느 여름. 같은 학교 친구들이 '계피 사탕'을 사러 간다며 수업을 들어오지 않아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 친구들은 또 쉬는시간에 누군가를 보면 '포마드'를 외칠 것을 신신당부했다. 이들을 무서움에 떨게 했던 주인공은 바로 '빨간 마스크'. 사탕을 산 것도 그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 전국의 초등학생들은 '빨간 마스크'라는 귀신에게 빠진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한 초등학생이 '빨간 마스크'가 무서워 등교를 거부한다는 기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20년간 잊혀졌던 '빨간 마스크'가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당시 '빨간 마스크'를 생생하게 그려 인기를 끌었던 만화책 '무서운 게 딱 좋아!'가 지난해 8월 네이버 웹툰으로 재탄생하면서다. 특히 2000년대 중반에 초등학교를 다녔던 90년대생들에게 입소문을 다시 타면서 원래 10회였던 연재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무서운 게 딱 좋아!'는 오랫동안 떠돌던 도시 괴담을 처음으로 어린이 만화책에 옮겨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기자가 다니던 학교 역시 같은반 친구들과 이 책을 돌려보는 게 일상이었다.

웹툰은 만화책의 베스트 에피소드를 재구성한 형태로 전반적으로 옛스러운 느낌이다. 궁서체 폰트와 주인공이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강조하고자 '꽈당'하고 뒤로 넘어지는 장면 역시 들어갔다.

시대가 바뀐 만큼 달라진 부분을 비교하는 것도 재밌었다. 우선 대부분의 귀신들의 얼굴이 다소 착해졌다. 레전드 에피소드로 꼽히는 '빨간 마스크'와 '꿈속의 도망'의 귀신들은 그때 그시절보다 순한 인상으로 변했다.

극중 인물들이 쓰는 휴대전화도 달라졌다. '폴더폰'은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또 이들은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했다.

또 만화책에서는 직접 친구를 만나러 가서 친구가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웹툰에서는 스마트폰으로 통화하면서 듣는 식으로 표현됐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이 웹툰이 더이상 '공포 만화'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댓글창에는 "씁쓸하다" "나만 변했구나"라는 내용이 많이 달렸다. 이야기는 그대로지만, 그 만화를 보는 사람들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특히 '빨간 마스크' 에피소드를 보면서 씁쓸함을 많이 느꼈다. 예전에는 '빨간 마스크'란 귀신이 마냥 무서웠다면, 이제는 타인에게 인정을 받으려 애쓰는 사람처럼 보였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가 예쁘니? 예쁘다고 말해"라며 다그치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자기애'보다 '자기학대'에 익숙한 인물 같았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를 너무 오래 쓰고 다닌 탓에 '빨간 마스크' 귀신은 참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인물로 비춰지기도 했다.

"노래는 거기 그대로 있는데 삶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변함 없는 음악은 변함 많은 인생을 더욱 아프게 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씨는 평론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이렇게 말했다. 90년대생 직장인들이 다시 '무서운 게 딱 좋아!'를 보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단순히 추억물을 감상하는 느낌이 아니라, 그 만화를 보던 어린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는 순간을 느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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