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왕세자도 반한 단풍나무… “황홀한 웃음, 사랑으로 물드는 기쁨”[정충신 기자의 꽃·나무 카페]

정충신 기자 2022. 11. 2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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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단풍나무 열매. 늦가을 잘 건조된 열매는 각기 다른 각도로 벌어지는 열매의 날개(프로펠러)가 바람을 타고 멀리 이동한다. 한 개씩 쪼개져서 회전하며 날아간다. 2020년 1월9일
서울 덕수궁 정원에 조성된 단풍나무가 노란 은행잎과 나무줄기의 푸른 이끼와 더불어 총천연색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11월13일 촬영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산책로의 붉은 단풍나무. 벚나무, 은행나무 낙엽 위에서 늦가을까지 단풍을 자랑한다. 11월17일 촬영
단풍나무가 가을비 속에서 붉은 울음틀 토해내고 있다.11월12일 서울 안산 한 아파트에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산책로. 노란 은행나무 잎이 떨어긴 길 위를 울긋불긋 단풍나무 잎이 피어 있다. 11월17일 촬영
서울 성북동 길상사의 단풍나무 낙엽. 단풍나무의 꽃말은 염려,소중한 추억, 아름다운 변화다. 11월 20일 촬영
서울 성북동 길상사 경내의 단풍나무가 햇살을 받아 황금빛과 붉은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느티나무 고목의 갈색 잎과 대조를 보인다.
성북동 길상사 정문을 들어서면 한 그루에 붉은색과 노란색이 함께 피는 단풍나무가 눈길을 끈다.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우리 단풍나무 종류는 20여종…캐나다 국기 단풍은 사탕단풍

봄에는 빨간 꽃송이, 가을에는 프로펠러 단 시옷자 열매

단풍나무 꽃말은 ‘염려·소중한 추억·아름다운 변화’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다/문득 그가 보고 싶을 적엔/단풍나무 아래로 오세요//마음속에 가득 찬 말들이/잘 표현되지 않아/안타까울 때도/단풍나무 아래로 오세요//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세상과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저절로 기도가 되는//단풍나무 아래서/하늘을 보면 행복합니다//별을 닮은 단풍잎들이/황홀한 웃음에 취해//나의 남은 세월 모두가/사랑으로 물드는 기쁨이여>

이해인 수녀는 시 ‘단풍나무 아래서’를 직접 소개하며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면 조금씩 사라져가는 지상에서의 남은 시간들을 생각해 보며 저절로 숙연해지는 마음”이라며 단풍과 낙엽의 의미를 음미했다. 이해인 수녀는 “단풍잎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영성이란 헛된 욕심을 버리고 혼자만 잘난 체하기보다 남의 좋은 점도 배우면서 공동선을 지향할 줄 아는 겸손의 영성”이라며 자연에 이치에 순응하는 삶과 죽음의 철학을 들려준다.

추정 재산 2조 달러(약 2678조 원)로 세계 최고의 부자인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지난 17일 초청받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안내로 정원을 산책하며 붉은 빛 단풍나무 등 한국의 가을 정취에 반해 할 말을 잊은 채 “뷰티풀”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한다.

중동지방을 여행하면 아라비아반도 남쪽 끝 오만을 제외하고 사막지대 열대지방에서는 열대야자나 선인장을 제외하고 도심에 드문드문 식재된 나무 한그루마다 관수 호스를 설치해 정성스럽게 가꾼다. 한 마디로 ‘석유 먹고 자라는’ 나무들이다. 중동 지역 개인 정원의 ‘나무’는 부의 상징으로 간주될 정도다.

빈 살만 왕세자가 남산의 울긋불긋 단풍과 파란 가을 하늘, 푸른 정원수를 배경으로 붉게 피어난 단풍나무에 마음을 뺏기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의 가을 풍경은 풍경은 모스크 벽에 형형색색 대리석으로 조각을 새기기도 하는 이상향이다. 나무와 숲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세계 최고의 부호가 수백조원을 들여 건설하고 싶은 이상향의 미래도시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의 가을 단풍 정취는 사막의 부호들에게도 신의 축복이다.

‘단풍’이란 의미는 ‘기후변화로 식물의 잎이 붉은빛이나 누런빛으로 변하는 현상. 또는 그렇게 변한 잎’이라 정의한다.단풍나무는 워낙 단풍이 아름답기 때문에 이름도 단풍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전세계 단풍나무 종류는 150여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만 단풍나무 종류가 20종 정도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단풍이 들지 않는 단풍나무 종류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단풍이라고 얘기할 때는 ‘단풍나무’와 ‘당단풍나무’가 대표적이다. 이 중에는 대표종인 단풍나무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당단풍나무 그리고 이름에 ‘단풍’이 들어가지는 않는 신나무, 복자기나무, 고로쇠나무와 울릉도에 분포하는 귀한 섬단풍나무, 우산고로쇠도 있다. 외국에서 도입돼 도시 곳곳에 심어진 은단풍과 중국단풍, 공작단풍, 네군도단풍 등까지 더해 우리나라에서는 스무종이 넘는 단풍나무를 만날 수 있다. 부게꽃나무·복장나무·청시닥나무·시닥나무·산겨릅나무·홍단풍·세열단풍 등이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단풍나무과 종류들이다.

이해인 수녀가 ‘별을 닮은 단풍잎’이라고 표현했듯이, 단풍나무속 식물 중에는 손바닥 형태를 띠는 잎이 많다. 단풍나무 종류는 주로 손가락 형태로 갈라진 잎 모양으로 구분된다. 단풍나무는 당단풍나무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잎몸이 5~7개로 갈라지고, 당단풍나무는 그보다 많은 9~11개로 갈라진다. 손가락이 더 많은 것이 당단풍나무다. 중국단풍은 잎몸이 3갈래로 갈라진다. 단풍 든 잎의 색도 다르다.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단풍나무와 당단풍나무는 새빨간색, 중국단풍은 연한 노란색, 복자기나무는 주황빛을 띤다고 한다.

잎 형태와 단풍 색뿐 아니라 꽃과 열매의 형태도 다르다고 한다. 단풍나무의 꽃과 열매도 단풍 만큼은 못하지만 나름 운치 있고 매혹적이다. 봄바람이 불 때면 연둣빛 단풍나무 잎 사이로 깜찍한 빨간 꽃송이들이 피어난다.단풍나무는 모두 시옷자 모양의 열매를 달고 있어서 열매만 보고도 단풍나무 종류임을 알 수 있다. 한자로 날개 시(翅)자를 써서 ‘시과(翅果)’라고도 부른다.

가을 단풍은 날씨가 추워지면 식물이 광합성을 점점 줄이면서 초록의 엽록소가 더 만들어지지 않고 온도에 약해 파괴되는 가운데, 그보다 양이 훨씬 적어 숨겨졌던 다른 색소들이 표면으로 나타나 다양한 색깔로 표현되는 것이다. 주로 붉은색을 띠는 것은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라는 물질이 발현된 것이다. 안토시아닌은 자외선으로부터 세포 보호, 수분 부족 및 추위로부터 잎을 지키고, 항균 및 항산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노란색 또는 주황색을 띠는 카로티노이드계, 갈색을 띠는 탄닌 등이 있다. 잎 세포 내 색소 분자가 각각 얼마나 있는지 상대적인 양에 따라 단풍의 색이 결정된다고 한다.

캐나다 국기에 나오는 단풍나무는 우리가 보는 단풍나무와 수종이 다른 사탕단풍(설탕단풍)이다. 영어로 단풍나무를 메이플(Maple)이라고 한다. 팬케이크나 와플 등 디저트에 곁들이는 메이플 시럽은 단풍나무 수액으로 만든다. 거의 모든 종류의 단풍나무에서 수액을 얻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주로 설탕단풍 수액으로 메이플 시럽을 만든다. 캐나다 국기에 그려진 나뭇잎 그림은 사탕단풍의 잎이다. 사탕단풍 학명은 에써 사카룸(acersaccharum). ‘acer’는 갈라진다는 의미로 단풍나무, 뒤에 나오는 ‘saccharum’은 설탕(사탕수수)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단풍나무 종류인 고로쇠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는데 고로쇠 수액은 뼈에 좋다고 해서 골리수(骨利水)로도 불린다. 동서양에서 단풍나무 수액은 보약인 셈이다. 한방에서는 뿌리껍질과 가지를 ‘계조축’이라는 약재로 사용한다. 무릎관절염으로 통증이 심할 때 물에 넣고 달여서 복용하면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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