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벨트도 따뜻해진다면? ‘뜨끈한 자동차’는 진화한다 [ESC]

한겨레 2022. 11. 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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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선 핸들·시트는 선호도 최고
무릎·목 따뜻하게 하는 기능도
따뜻한 안전벨트, 의외의 한 수
메르세데스 벤츠의 넥 워머 기능인 ‘에어 스카프’를 켜고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하는 모습. 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그 기분은 군대에서 처음 느꼈다. 혹한기 훈련 아침, 일어나 밖으로 나가기 위해 전투화를 신었을 때의 기분 나쁜 차가움이란. 전투화를 왜 밖에 놓고 잤을까 후회해봐도 소용없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제대 후 정말 의외의 장소에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바로 나의 첫차에서다. 어느 추운 날 아침, 출근하기 위해 자동차 시트에 몸을 포갰을 때 그 차가움이 혹한기 훈련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그나마 시트는 괜찮았다. 문제는 운전대였다. 얼얼한 차가움이 손끝으로 전달됐다. 임기응변으로 옷 소매를 길게 늘여 손바닥을 감싸도 봤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렇다. 내 차에는 ‘엉뜨’와 ‘손뜨’라고 불리는 열선 시트와 열선 운전대가 없었다.

지붕 열고 달려도 춥지 않아

열선 시트와 열선 운전대는 나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몸으로 느껴지는 효과는 히터보다 효과도 몇 곱절은 좋은 것 같았다. 이건 오직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다. 한 리서치에 따르면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동차 옵션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니 열선 시트와 열선 운전대의 위상은 대단하다.

이런 소비자 니즈는 기업엔 수익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열선 시트와 운전대 말고도 겨울철 운전자의 주행 환경을 편안하고 안락하게 만들어줄 따뜻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선보이고 있다. 그럼 어떤 기능들이 있을까?

겨울철 실외에 주차해둔 차는 차량 내부와 외부 기온의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춥다. 이럴 때 유용한 기능이 원격 시동이다. 자동차 키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차량과 일정 거리 떨어진 곳에서 리모컨 버튼으로 시동을 걸고 끌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추운 겨울 히터를 미리 틀어놔 차 안의 온도를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격 시동은 겨울철뿐만 아니라 무더운 여름철에도 유용하다. 겨울과 반대로 차량을 내부 온도를 낮추는 용도다.

겨울철에는 유리나 거울에 습기가 쉽게 찬다. 특히 사이드미러에 습기가 생기면 차선을 변경할 때 시야를 방해해 교통사고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차에 타기 전 휴지나 손수건으로 사이드미러를 닦아 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거다. 하지만 사이드미러 스스로 습기를 제거할 수 있다면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사이드미러 뒷면에 내장된 전자 코일이 열을 발생해 사이드미러 겉면에 있는 눈이나 습기, 물을 열로 제거한다. 운전 중에 눈이나 비가 많이 내릴 때 이 기능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원격 시동을 거는 모습. 베엠베 제공

여기까지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면 다음부터는 고급기술이다. 컨버터블 차량이 잘 어울리는 계절은 언제일까? 새싹이 돋아나는 봄? 울긋불긋 낙엽이 지는 가을? 하지만 이젠 겨울도 포함되어야 한다. 열선 시트와 열선 운전대, 그리고 이것이 추가되면서 눈이 오지 않는 겨울이라면 언제든 지붕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넥워머다. 넥워머는 컨버터블 자동차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기능으로 어느 브랜드에서는 ‘에어 스카프’라고도 부른다. 운전석과 조수석 헤드레스트 아래에 구멍을 뚫어 목 주변에 따뜻한 바람을 내보내는 기능이다. 실제로 겨울철 컨버터블의 지붕을 열고 넥워머 기능을 사용해 봤는데 사용 여부에 따라 몸으로 느껴지는 따뜻함의 차이가 크다. 그러니 앞으로 겨울철 도로 위에서 컨버터블의 지붕을 열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안쓰러운 표정을 짓지 말자. 그는 분명 넥워머 기능을 켜고 달릴 테니까.

현대차 베뉴의 무릎 워머.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의 소형 스포츠실용차(SUV) 베뉴를 출시할 때 세계 최초 타이틀이 달렸다. 보통 세계 최초 타이틀은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에서나 볼 수 있기에 조금 의아했다. 베뉴에 들어간 세계 최초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적외선 무릎 워머다. 운전대 아래쪽에 달린 손바닥만 한 커버 안쪽에 열선이 들어 있어 복사열로 무릎을 따뜻하게 해주는 기능이다. 운전대 오른쪽, 와이퍼 조작 레버 아래에 버튼이 달렸는데 이 버튼을 누르면 무릎과 그 주변이 따뜻해진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30만 원 정도인데, 버튼 시동과 스마트키 시동이 가능한 차에만 달 수 있다. 현대차의 옵션 장사는 날이 갈수록 영리해지고 있다.

최근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에서 자주 보이는 따뜻한 기술은 열선 암레스트다. 베엠베(BMW) 7시리즈와 메르세데스 벤츠 에스(S) 클래스에는 뒷자리 팔걸이에 열선이 깔렸다. 이 열선을 켜면 차 안에서 엉덩이와 등, 손뿐만 아니라 팔도 후끈하게 할 수 있다. 두 차 모두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컨트롤 패널)에 달린 디스플레이와 뒷자리 디스플레이에서 열선 암 레스트를 체크하면 된다. 폭신한 암 레스트 위에 팔을 얹으면 1분도 안 돼 따뜻해진다.

열선 시트가 들어간 안전 벨트.

안전벨트가 따뜻해지면 생기는 일

이외에도 앞으로 만날 수도 있는 기능도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안전 기술을 담은 테스트카를 공개하는 ‘이에스에프(ESF) 2019’에서 안전벨트에 열선을 달아 선보였다. 벨트 섬유 속에 열선을 넣어 열선 시트를 켜면 자동으로 안전벨트가 따뜻해진다. 벤츠는 안전을 위해 열선 안전벨트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안전벨트가 따뜻해지면 뒷자리 승객도 안전벨트를 매는 것은 물론 두꺼운 외투를 입은 채 안전벨트를 매는 일도 줄어들기 때문.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뒷좌석 승객의 70% 정도만 안전벨트를 매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이나 인도는 뒷좌석 승객의 안전벨트 착용률이 제로에 가깝다. 이 안전벨트는 버클에 조명이 들어와 매기도 쉽다. 게다가 안전벨트를 매야 뒷자리에 있는 유에스비(USB) 포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누구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같이 스마트폰 사용이 많은 시대에 충전과 안전을 결부시킨 건 꽤 기발한 아이디어다.

김선관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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