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외면한 개인사업자대출…인터넷은행에 기회되나
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 잔액 하락 전환
“금리 상승 등에 따른 부실 우려 때문”
동시에 인뱅의 개인사업자대출 진출해
리스크 관리는 여전한 숙제로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개인사업자들이 은행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최근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증가하며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큰 개인사업자대출의 문턱을 높인 탓이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올해 연달아 개인사업자대출을 출시하며, 고객을 적극 확보하고 있다. 이에 개인사업자대출이 인터넷은행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부실 위험의 촉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314조4000억원으로 9월말(315조2000억원)과 10월말(314조8000억원)을 거치며 매달 약 4000억원씩 감소했다. 반면 대기업대출 잔액의 경우 지난 23일 기준 110조원으로 전월말(107조)에 비해 약 3조원가량 증가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높아진 대출 수요에 전체 기업대출 규모는 늘고 있으나, 유일하게 개인사업자대출의 증가세가 꺾인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최근 은행들이 금리 상승, 경기 침체에 따른 부실 우려와 자금 조달난 등 요인에 따라 개인사업자대출의 문턱을 높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한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담당자는 “하반기 이후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며 규모가 큰 기업들에 대한 심사도 깐깐해진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리스크가 큰 개인사업자대출의 경우 그 파급력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개인사업자대출의 부실 위험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올 6월말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총잔액은 1051조원 규모로, 지난 연말(963조원)과 비교해 약 100조원가량 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속된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 침체 등 요인으로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부담액이 지난 9월 13조9000억원에서 내년말 19조1000억원으로 약 37%가량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에 은행권의 높은 대출 문턱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오는 4분기 국내은행의 차주별 대출태도지수는 13으로 전분기(6)에 비해 7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3)는 전분기와 동일하게 강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확대되는 부실 우려와는 반대로, 인터넷은행들은 올해 줄줄이 개인사업자대출 상품을 출시하며 기업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향후 기업대출을 본격화하기 위한 발판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지만, 진입장벽이 낮은 개인사업자 시장을 먼저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토스뱅크는 올해 2월 인터넷은행 중 가장 먼저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이어 케이뱅크는 5월과 9월에 각각 개인사업자 보증서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상품을 내놨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초 개인사업자대출을 포함한 개인사업자뱅킹 서비스를 출시했다.
개인사업자대출 시장이 인터넷은행의 격전지로 거듭나며, 고객 모집에도 경쟁이 붙었다. 토스뱅크는 무보증·부담보로 최대 1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해 약 8개월 만에 개인사업자 고객 3만1300여명을 모집했다. 지난달 5일 기준 대출잔액은 9850억원으로 약 1조원에 육박했다. 케이뱅크는 유일하게 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가장 후발주자로 참여한 카카오뱅크는 대출뿐만 아니라 통장·카드 등을 합친 개인사업자 종합 뱅킹서비스를 내놨다.
그러나 위험 부담이 큰 개인사업자대출의 리스크 관리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시중은행들에 비해 중저신용자 고객 비중과 연체율이 높은 특성상, 부실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올해 3분기 기준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0.67%로 지난해말(0.41%)에 비해 약 0.26%p 뛰었다. 카카오뱅크 또한 올해 3분기 0.36%로 지난해말(0.22%)보다 0.14%p 상승해 9월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0.21%)을 상회하고 있다. 올해 대출 영업을 재개한 토스뱅크의 연체율은 지난 상반기말 기준 0.15%로 낮은 수준에 있지만, 3개월 전(0.04%)보다 0.11%포인트 늘면서 증가 추세에 있다.
이에 인터넷은행들은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 강화 등 리스크 관리 역량을 키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왔기 때문에, 신용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과 모니터링 기술을 꾸준히 고도화해 부실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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