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왕립예술대 류기룡 교수...'민간외교관' 역할

2022. 11. 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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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차 캄보디아 방문 후 교수직 제의받아 
녹음된 지 50년 캄보디아 국가 새로 녹음
"캄보디아와 한국 서로 잘 몰라"
류기룡 교수는 2012년 캄보디아로 건너와 10여년째 캄보디아 왕립예술대학교 학교에서 교수직을 수행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2022년 캄보디아 왕립예술대학교와 대구음악협회가 MOU를 체결한 것을 계기로 11월4일 캄보디아 왕립예술대학교 콘서트홀에서 '대한민국 캄보디아 재수교 25주년 기념음악회'가 열렸다. 류기룡 교수를 비롯해 방성택, 이상직, 한만욱, 서지영, 송하예린, 안시내, 야스코 츠노다 등의 음악인들이 성악 공연을 펼쳤다. 김민규 기자

"캄보디아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괜한 짓이다.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일이라구요."

캄보디아 왕립예술대학교(The Royal University of Fine Arts)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류기룡(53) 교수의 말이다. 한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2012년 NGO 단체의 요청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캄보디아로 건너왔다. 봉사활동을 왔다가 왕립예술대학교에서 공연을 한 것이 계기였다. "그때 성악 공연했던 그분을 교수로 초빙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고, 이에 주저 않고 응했다. 그렇게 한국에서의 공무원 생활을 정리하고 캄보디아로 왔다.

캄보디아에 대한 첫인상은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곳이었다. 그러다 2018년 캄보디아인들 모두 "절대로 안 될 것"이라고 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애국가 녹음이었다.

"캄보디아 국가가 녹음된 지 50년이 넘은 즈음이었어요. 그걸 새롭게 녹음하려고 경북도에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신청했어요. 승인이 됐는데, 캄보디아 공무원부터 대학 교수들까지 회의적이더군요."

그때 류 교수가 '비상동원령'을 내렸다. 졸업생까지 모두 불러모았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교편을 잡고 있거나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제자들이 하나둘 학교로 모였다. 그렇게 재학생 17명과 졸업생 20명이 모여 연습을 시작했다. 합창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한 나라에서 5개월 동안 저녁마다 모여 연습한 끝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졸업생 대부분 4박5일 휴가를 냈다. 그렇게 류 교수의 주도로 캄보디아 국가를 50여년 만에 새롭게 녹음했다.


2022년 캄보디아예술교육연구원 설립 첫걸음

올해는 더 큰 사업을 시작했다. 캄보디아예술교육연구원 설립이 그것이다. 지난해 12월에 우리나라 문화체육관광부의 ODA사업으로 승인을 받아 본격적인 설립 작업에 들어갔다. 류 교수가 2014년 필요성을 절감하고 기획안을 작성해 관계부처에 지원을 적극 요청한 결과다.

건물을 짓는 것을 시작으로 연구원을 선발해 한국 음악 교육 전문가들과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연구원 건물은 2025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다음 세대의 인재를 양성하는 거대한 작업의 시작이다.

"캄보디아에는 초중고에 예체능 교육 과정이 없습니다. 음대생들도 기본기가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음악의 기초를 닦기 위해선 교육 프로그램 구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연구원 설립은 캄보디아 음악 인재 양성의 기초를 닦는 작업입니다."


캄보디아를 잘 모르는 한국, 한국을 잘 모르는 캄보디아

제자들에게 한국 유학도 적극 권하고 있다. 현재 왕립예술대학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남대와 결연을 맺고 있다. 장학금은 물론 항공료까지 제공하면서 캄보디아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류 교수는 "제자들이 한국으로 유학 가서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고 돌아오면 이들이 다음 세대를 스스로 교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한국과 캄보디아의 음악을 통한 우호가 더 견고하게 다져지길 기대하고 있다.

"처음 캄보디아에 왔을 때 제자들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등짝을 찰싹 때려가면서 가르쳤어요. 한국에선 꿈도 못 꿀 일이죠. 마음이 통했는지 제자들이 그걸 다 이해해주고 받아들였어요. 애국가를 녹음할 때도 저를 전폭적으로 지지했고요. 저 한 사람만의 특별한 케이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캄보디아인들은 마음을 열면 기꺼이 친구가 되어주는 정 많은 사람들입니다. 두 나라가 음악으로 소통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한국이 캄보디아를 얼마나 돕는지 잘 모르는 캄보디아인들

캄보디아에 한국을 알리는 일에도 열심이다. 이를 위해 2023년 1월에 한국 뮤지션을 초빙해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류 교수에 따르면 다른 나라에서는 원조를 하거나 도움이 될 만한 활동을 한 후 홍보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는 반면 한국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도 모르게" 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 물론이고 캄보디아인들도 한국이 자국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잘 모른다.

"한국이 어떤 일을 했고, 또 어떻게 돕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콘서트도 그런 홍보 활동의 일환입니다. 하나를 주고 열을 홍보하는 나라도 있는데 열을 주고도 캄보디아인들이 하나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현실을 그대로 방치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나서서라도 이 부분을 개선하고 싶습니다. 캄보디아와 한국 모두에게 좋은 일이니까요."

류기룡(왼쪽) 교수가 제자 나랏(오른쪽)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나랏은 캄보디아판 갓 탤런트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한국 유학을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류 교수는 "동남아에서는 드물게 저음을 잘 낸다”면서 “캄보디아의 다음 세대를 책임질 음악 리더 중의 한명"이라고 소개했다. 김민규 기자

프놈펜(캄보디아) =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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