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BTS’ 정말 나올까...60년 찬반논쟁 금산분리가 뭐기에 [뉴스 쉽게보기]
금산분리에서 ‘금’과 ‘산’은 각각 금융과 산업을 의미해요. 금융은 은행이나 보험사 같은 금융회사들이고, 산업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 금융 산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의 회사들을 뜻하죠. 금산분리는 금융 회사와 그 외 산업군의 회사가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는 걸 금지하는 원칙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만약 대기업이 원한다 해도 삼성은행이나 SK은행, LG은행 등이 만들어질 수 없는 것도 금산분리 규제 때문이죠. 금융 산업의 핵심인 은행에 집중한 ‘은산분리’라는 표현도 있어요.
그렇다면 왜 은행 같은 금융회사와 일반 회사가 서로 소유하거나 지배하면 안 된다는 걸까요? 대표적인 금융회사인 은행을 예로 들어볼게요. 은행은 금융 시장에서 아주 특별하고 중요한 존재예요. 기업이나 개인 등이 맡긴 돈을 보관해 주잖아요. 그리고 이 돈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빌려주고요. 돈이 적재적소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은행은 예금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보다 대출자로부터의 이자를 비싸게 받아 돈을 벌고요.
은행은 예금을 받아두기 때문에 많은 돈을 굴려요. 은행 자체의 재산에 비해 훨씬 많은 돈이죠. 그리고 이렇게 많은 돈을 대출해줄지 말지도 결정하고요. 은행은 아무한테나 대출해주지 않아요. 나중에 돈을 갚을만한 능력이 있는 회사, 혹은 개인인지를 꼼꼼하게 따져보죠.
이러니 기업들은 은행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요.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선 항상 돈이 필요하니까요. 직원들 월급은 당연히 줘야 하고, 갑자기 회사가 경영난을 겪거나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수죠.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으로 이를 충당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부족한 경우도 많고요. 이쯤 되면 큰 기업들 입장에선 ‘수중에 은행 하나를 두면 대출받기가 훨씬 편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죠.
만약 실제로 기업 하나가 은행을 직접 차리거나 인수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이 은행이 굴리는 막대한 돈에 눈이 가겠죠. 압력을 행사해 깐깐한 대출 심사 없이 많은 돈을 빌려 쓸 수도 있고, 다른 계열사에 돈을 빌려주라고 요구할지도 모르는 거예요.
물론 이렇게 빌린 돈으로 여기저기 투자하고 사업을 확대해서 성공하면 모두가 행복하겠지만, 만약 실패하면 문제가 생기겠죠. 이 은행을 믿고 많은 돈을 예금한 다른 기업이나 개인은 맡긴 돈을 대부분 잃을 수도 있는 거고요. 내 돈으로 망하면 나만 손해지만, 남의 돈으로 망하면 그 피해가 어디까지 퍼질지 예측하기 힘들어요. 최악의 경우엔 금융시장 전반에 큰 혼란이 퍼질지도 모르는 거죠.
반대의 경우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은행이 ‘우리도 다른 사업 좀 해보자’라고 하면서 회사를 하나 차리거나 인수하는 경우예요.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은행은 기업에 많은 돈을 빌려주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가 어렵겠죠. 이 회사가 사업에 실패하면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거고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게 바로 금산분리 제도예요. 우리나라에선 일반 회사가 은행 지분을 4% 넘게 소유하는 게 법으로 금지돼 있어요(일반 회사가 은행 외의 금융사 지분을 보유하는 건 가능해요). 반대로 은행이나 보험사 같은 금융회사는 일반 회사 지분을 15% 넘게 소유할 수 없죠. 또 금융회사는 금융업과 관계없는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제한돼요.
일부 예외도 존재해요. 신한은행은 ‘땡겨요’라는 배달 앱을 운영 중이고,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을 하죠. 하지만 이런 사업들은 정부의 별도 심사를 통과해야만 시작할 수 있어요. 사업을 시작한 뒤에도 2년마다 다시 심사받아야 하고요.
금융사가 비금융 사업에 진출하는 건 제약이 많지만, 반대로 비금융 기업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은 최근에 크게 확대됐어요. 특히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연달아 은행 사업을 시작했죠.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가 대표적인 사례예요. 결정적인 계기는 2019년 ‘인터넷 전문은행 특별법’의 시행인데요. 이 법은 오프라인 점포 없이 온라인으로만 영업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서는 일반 기업도 최대 34%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34%면 경영권을 확보하기엔 충분한 수준이에요. 실제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는 카카오고, 토스뱅크의 최대 주주는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예요.
이러니 은행들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일반 기업들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만드는 건 허용됐는데, 은행이 다른 사업에 진출하는 데엔 제약이 많으니까요. 은행 외의 금융회사들도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고 싶어 하고요. 또 한국의 금산분리 제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규제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결국 정부는 이런 불만을 받아들여 규제를 좀 풀어주겠다고 결심한 거예요. 은행 같은 금융회사가 다른 산업에 진출하도록 허용해 줄 테니, 한번 창의력을 발휘해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아 보라고 기회를 준 거죠. 요즘 전 세계적으로 IT와 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회사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목받고 있기도 하고요.
그건 아니에요. 이번에 정부가 언급한 제도 개선은 금융회사가 다른 산업으로 진출하는 걸 좀 풀어주겠다는 뜻이거든요. 은행 등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의 주식을 15% 넘게 보유하는 걸 허용하고, 다른 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보다 용이해지도록 만든다는 거죠. 일반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이 아닌 일반 은행 지분을 4% 초과해 보유하는 건 앞으로도 계속 금지될 것으로 보여요.
정부 발표를 보고 우려를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요. 앞서 말한 문제점들에 더해, 은행의 규모가 커지면서 새로운 위험 요소도 추가됐다는 주장이죠. 은행이 굴리는 돈이 증가하면서 은행이 돈을 빌려준 기업의 숫자도 늘어났거든요. 은행이 대출 심사를 하면서 기업들의 다양한 정보를 취득했을 텐데, 이런 은행이 특정 회사의 소유가 되면 공정한 경쟁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에요. 또 대형 금융회사들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골목상권을 침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와요. 막대한 돈을 굴리는 은행이 마음먹고 사업을 확장하면 경쟁사들이 견제하기가 쉽지는 않을 테니까요.
다만 정부는 이미 안전장치가 충분히 만들어졌기 때문에 괜찮다는 입장이에요. 은행이나 보험회사가 특정 회사에 과도하게 자금을 지원하는 걸 금지하는 법이 만들어졌거든요. 또 모든 규제를 다 풀어주지 않을 수도 있대요. 정부가 제시한 개선 방안은 세 가지예요.
현행 금산분리 규제는 ‘금융 회사와 비금융 회사가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는 걸 금지한다’는 원칙 아래 일부 사항만 허용하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인데요. 첫 번째 방안은 이 원칙을 유지하면서 허용되는 사항만 늘려주는 방법이에요. 다만 원칙적으로 모든 걸 허용하면서 일부 사항만 금지하는 네거티브(Negative) 규제로 바꾸는 것도 검토 중이래요. 사안별로 이 둘을 적당히 섞는 방법도 있고요.
정부는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들어보고, 여러 부처가 모이는 회의를 거쳐 내년 초에 개선 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인데요. 과연 60년 된 ‘뜨거운 감자’ 금산분리 제도를 모두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네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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