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세계를 구하는 것이다”, 스필버그 감독의 인간美[MD칼럼]

2022. 11.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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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명동의 씨네톡]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애블린(양자경)의 남편 웨이먼드 역을 맡은 키 호이 콴(51)은 내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력한 남우조연상 후보다. 이미 새턴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그는 연말 연초에 몰려 있는 시상식 레이스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이 영화에서 콴은 영어와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멜로, 액션 등 다채로운 연기를 빼어나게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그는 1980년대 ‘인디아나 존스’ ‘구니스’에서 아역배우로 출연하며 연기에 발을 들였다. 그러나 아시아 배우로서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다 스턴트 코디네이터로 직업을 바꿨고, 왕가위 감독의 ‘2046’에선 조감독을 맡는 등 연기와 거리를 두었다. 양자경이 주연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통해 아시아계 배우들의 활약에 자신감을 얻은 그는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현재 가장 잘 나가는 배우 반열에 올랐다.

콴은 최근 영국 정론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콴은 13살 때인 1984년 ‘인디아나 존스’에서 해리슨 포드(80)의 상대역인 쇼트 라운드 역을 맡아 스필버그 감독과 처음 만났다. 스필버그 감독은 이후 38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냈다. 콴은 “스필버그는 내게 첫 직장을 주었고, 수년이 지난 후에도 나를 잊지 않았다”면서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그는 항상 거기 있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동양인을 캐스팅한 최초의 감독"이라고 했다. 스필버그 감독은 자신이 제작을 맡은 1986년작 ‘구니스’에도 콴을 캐스팅하며 그가 영화 경력을 계속 이어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단 두 편의 영화로 13살 소년과 인연을 맺은 스필버그 감독은 평생 콴을 잊지 않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주며 우정을 쌓았다.

스필버그 감독은 SF, 전쟁, 드라마, 판타지, 뮤지컬, 어드벤처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능수능란하게 연출하는데, 그의 영화의 공통점은 따뜻한 휴머니즘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구원한다”는 테마로 감동을 안긴다. 글로벌 히트작 ‘ET’에서부터 그의 세계관이 드러난다. 이 영화는 어린 아이들이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을 구해주는 이야기 아닌가. ‘링컨’은 노예를 구원하는 이야기이고, ‘스파이 브릿지’는 서로의 입장이 다른 적국의 스파이를 죽음의 위험에서 빼내주는 과정을 담았다. ‘쉰들러 리스트’에선 독가스실로 보내질 뻔한 수많은 유대인들을 탈출시켰다. 백미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일 것이다. 단 한 명의 병사를 구하기 위해 여덟 명이 팀을 꾸려 적진에 뛰어든다. 그의 영화엔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는 주제가 녹아있다.

스필버그 감독은 동양인 배우의 한계로 할리우드에서 자리잡지 못한 어린 콴에게 애정을 쏟으며 38년동안 그가 잘 살아남길 바랐다. 단 한 사람을 위한 그의 헌신적인 마음은 콴을 감동시켰다.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누군가를 구해주는 사람이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대답은 그의 영화가 탁월한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시겠지만, 내게 최우선은 인간성이에요. 인간성이 없다면 아무도 내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성공하는 영화는 모두 인간적 차원에서 성공한다고 생각해요. 자기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을 좋아해야만 하죠. 매우 중요한 문제예요. 만약 그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으면 기술적으로 영화가 월등하다고 해도 성공하지 못해요.”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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