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힘, 환기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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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찾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문화적 소양을 기르기 위해. 각기 다른 동기가 작용한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갈망하는 마음은 같다. 미술관마다 전시를 기획하는 데 있어 작품 설치와 공간 활용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관람객이 요구하는 바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환기미술관은 김환기 작가의 작품이 가진 의미와 힘을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설립됐다. 김환기 작가의 아내 김향안 여사의 땀과 헌신이 담긴 공간으로 1988년 건축 구상을 시작해 1992년 개관됐다. 큰 틀에서 미술과 건축이라는 예술의 조화를 이루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환기미술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개최된 <뮤지엄 30년, 포럼의 공간으로>는 환기미술관의 건축물, 즉 공간을 매개로 미술관이 존재하는 이유와 미술이라는 장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일 오전 방문한 미술관은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곳곳에 위치한 크고 작은 창으로 햇빛이 새어 들어와 일상의 바쁨을 잊고 잠시나마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고요함 속에서의 휴식과 영감을 일깨우는 공간이었다. 전시는 본관과 별관으로 구성돼 있다. 본관에서는 1층부터 3층까지 층별로 김환기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김환기 작가의 회화 작품뿐만 아니라 우규승 건축가의 설계 드로잉, 설계 도면 등 최초로 공개한 작품 총 1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시각적인 부분을 충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각적인 감각을 일깨우는 작품까지 마련됐다. 환기미술관에서 지난여름에 채집한 소리를 가만히 앉아 만끽하고, 층고가 높은 전시실의 창으로 들어오는 볕을 만끽하며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회상과 사유’의 섹션은 관람객에게 쉼을 선사한다.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 빗소리 등이 이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환기미술관은 관람 동선에 제약을 두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관람객이 자유롭게 전시 공간을 오가며 자신만의 동선을 그려내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 어느 계단을 택하든 다음 전시 섹션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위층에서 아래층에 전시된 작품을 관람하는 또 다른 재미가 숨어 있다.
환기미술관만의 특이한 점은 나무로 된 바닥이다. 이 안에는 이곳을 찾는 관람객을 위한 김향안 여사의 따뜻한 마음이 담겼다. 김향안 여사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환기미술관을 방문하는 이들이 더 따뜻하고 안전한 곳에서 작품을 관람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차가운 돌이 아닌 나무를 택했다고 한다.
나아가 이번 전시에선 미술이 지향해야 하는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환경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강의를 현장에서 또는 영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사전에 SNS를 통해 수집한 관람객들의 생각을 스크린으로 공개하고 있다. 환기미술관은 오늘날 뮤지엄이 예술 작품을 관람하는 곳이라는 개념을 넘어 공간 자체가 창작으로 응용되고 융합으로 활용되는 현장이라고 이야기한다.
환기미술관 개관 30주년 <뮤지엄 30년, 포럼의 공간으로>
장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40길 63
기간 ~2022년 12월 31일
관람료 성인 1만3천원, 학생·경로 6천5백원
에디터 : 김연주 | 사진 : 환기미술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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