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와 흥이 넘친 탈북민 노래자랑대회

이상현 2022. 11. 2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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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우리나라 사람들을 두고 흔히 흥이 많은 민족이라고 하죠?

실제로 주변에서 춤이나 노래에 재주가 있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한민족인 만큼 탈북민들도 마찬가지일텐데요.

최근 탈북민 노래자랑대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저마다 특별한 사연을 노래에 담아 선보인 그 현장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2년전 서울 마곡지구에 둥지를 튼 남북통합문화센터.

센터 로비가 모처럼 사람들로 북적거렸는데요.

탈북민 노래자랑대회 결선에 진출한 참가자와 그 가족,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송지영/노래자랑대회 참가 탈북민] "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출연하는줄 알고 할아버지 할머니들 출연하면 중간에는 들겠거니 하고 왔는데 잘 하는 사람들만 왔네요. 그래서 많이 떨고 있습니다."

한명씩 차례로 리허설이 진행되면서 긴장감도 한층 높아졌는데요.

[김계운/남북통합문화센터 사무관]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서 정착하기가 쉽지 않은데 문화를 통해서 우리 남한 주민과 같이 어울리면서 심리적인 안정도 취하고 남한 주민과 이해할 수 있는 그러한 소통의 계기를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남북한 주민들의 통합을 위한 문화공간이죠? 이곳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잠시후 탈북민 노래자랑대회가 열립니다. 어떤 노래로 어떤 무대가 펼쳐질까요? 함께 관람해보시죠."

인근 주민 등 관람객들이 하나 둘 입장하고 탈북 방송인의 사회로 대회의 막이 오릅니다.

평양에서 멀리뛰기 선수를 했다는 첫번째 참가자.

[박세영/탈북민] "멀리뛰기를 해가지고 두만강을 건너서 이렇게 대한민국까지 제가 정착하게 되었고요."

<멍에(김수희)> 이제는 헤어졌는데 그래도 내게는 소중했던 그 날들이

두번째로 나온 32살의 최연소 참가자는 남한에서 낳은 딸 셋의 응원을 한몸에 받으며 아리랑 선율을 잔잔하게 선보였습니다.

<홀로아리랑(서유석)> 아리랑 아리랑 홀로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그리고 멋드러진 무대복장으로 등장한 81살의 최고령 참가자.

[김병수/최고령(81) 참가 탈북민] "(남한에) 올 때는 식구 10명이 6번에 걸쳐서 왔지만 지금은 20년 사이 애들이 다 커서 시집장가를 가고 손자 손녀를 낳고 해서 23명이 됐습니다."

[유현주/사회자(탈북 방송인)] "이야~ 대가족이고만요, 축하드립니다!"

<오늘이 젊은 날(김용임)>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나이가 대수냐 오늘이 가장 젊은 날

[김병수/탈북민] "(남한에) 와서 보니까 정말 내가 나이 먹는게 너무나도 아까워서..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얼마나 멋있는 말입니까. 정말 내가 나이만 더 젊었다면 여기(남한)에 와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아요."

40대 탈북 여성도 숨겨왔던 끼를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네, 저는 2020년, 술 안주가 아니고요 평안남도 안주에서 온 박하연이라고 합니다."

<한잔해(박군)> 한잔해 한잔해 한잔해 갈때까지 달려보자 한잔해 오늘밤 너와 내가 하나되어 달려달려달려달려

수원에서 미용실을 운영한다는 참가자는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표현한 트로트곡을 들고 나왔습니다.

<붓(강진)> 칠십년 세월 그 까짓게 무슨 대수요 함께 산건 오천년인데 잊어버리자 다 용서하자

[정예성/탈북민] "내용이, 붓에 있다시피 남과 북이잖아요? 그래가지고 이 노래를 부르면 오늘 주제에서 뜻이 깊지 않겠나 해서.."

탈북후 겪은 공황장애를 노래로 극복하기도 했고요.

[백서연/탈북민] "무대만 딱 서면 내가 살아있다는 감을 느끼거든요. 아프다가도 무대에서 노래해주면..그래서 다 제치고도 이런 데를 찾아다니고 있어요."

혹독한 암 치료를 견뎌내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박정옥/탈북민] (유방암 잘 이겨내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북한이었으면 그저 유방암인지도 뭔지도 모르고 죽었지 않겠습니까?) "너무 좋습니다. 저는 제 몸에 대한민국의 피도 흐르고 있습니다 헌혈도 받았고. 앞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한명 한명, 그 진정성이 전해졌던 탈북민 14명의 열창.

그중 3년전 양강도에서 탈북해 전라도에서 남남북녀 가정을 꾸렸다는 30대 여성은 갓 돌이 된 아기 앞에서 압도적인 가창력을 선보이며 대상을 거머쥐었는데요.

<바람길(장윤정)> 울다가 웃다가 꺼내본 사진 속엔 빛 바랜 기억들이 나를 더 아프게 해

[박라연/탈북민] "저희 탈북민들이 다 모여서 한 마음 한 뜻으로 소리도 지르고 울 수도 있고 웃을 수도 있는 이 자리가 참말로 너무 소중하고요."

잠든 아기를 안고 있던 전라도 남편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박라연/탈북민] "신랑이 오늘 아침 6시부터 운전해준 그 힘이 있어나봐요."

[최원석] "기대도 안 했는데, 진짜 잘 하더라고요."

각자의 특별한 사연들이 녹여진 특별했던 노래들과 함께 했던 시간.

[윤준호/심사위원(작곡가)] "사실 남과북, 북과 남이 함께 뭔가 경합이라기보다는 잔치였잖아요? 근데 잔치임에도 불구하고 한분 한분이 너무 깊은 사연을 가지고 올라오셨어요. 그리고 너무 노래실력도 출중하시고..저도 어느샌가 평가라기보다는 정말 즐기는 자리였던 것 같아요."

남북의 주민들은 그렇게 또한번 조그마한 통일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30718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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