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청계천 달리는 자율주행 셔틀… “생각보다 빠르네”

박진우 기자 2022. 11. 26.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자율주행 셔틀 호출
총 7명 탑승객 태우고, 3.4㎞ 순환 운행
자율주행 경험 쌓일수록 기술 고도화
포티투닷 aDRT 자율주행 셔틀. /박진우 기자

서울 청계광장에 도시락 모양의 새로운 탈 것이 등장했다. 현대차그룹의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자회사 ‘포티투닷’의 수요응답교통수단(aDRT・autonomous-demand responsive transport)인 자율주행 셔틀이다. 25일부터 본격적인 운행을 시작했다.

포티투닷 aDRT 자율주행 셔틀. /박진우 기자

서울 도심에서 자율주행 셔틀이 다니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비스 초기임을 고려해 현재는 무료지만, 앞으로 유상 운송이 이뤄질 예정이다. 포티투닷 셔틀은 청계광장에서 세운상가에 이르는 3.4㎞ 거리를 순환 운행한다. 내년 상반기 운행 구간을 청계5가까지 넓힌다는 게 포티투닷의 계획이다.

스마트폰에 ‘탭!(TAP!)’이라는 이름의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하고, 회원가입 후 결제카드를 등록하면 이 때부터 자율주행 셔틀을 구간 내에서 호출할 수 있다. 지금 있는 위치가 정류장과 멀 경우 정류장 쪽으로 가까이 이동하라는 안내가 앱 상에 표시된다. 일정거리 이하로 들어오면 예약이 가능한데, 셔틀이 순환 구간을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예약하면 좌석 자리와 함께 탑승권이 생성된다.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당분간 정류장에 배치된 직원이 예약을 도와줄 예정이다.

포티투닷 aDRT 자율주행 셔틀을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 탭!으로 실제 셔틀을 호출해 봤다. /박진우 기자

포티투닷 셔틀은 총 8명을 태운다. 다만 안전을 고려해 1명의 세이프티 드라이버(안전 운전자)가 배치되기 때문에 일반 승객은 7명이 한번에 탈 수 있다. 청계광장~세운상가 구간 중에는 공사 구역 등이 있어 안전상의 이유로 해당 구역 내 자율주행은 서울시와의 협의로 하지 못하게 해놨다. 이 구간에서는 셔틀에 타고 있는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운행한다.

운행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아침 9시 30분~오후 4시로 돼 있다. 점심시간인 12시부터 오후 1시30분은 운행하지 않는다. 토요일은 아침 9시 30분부터 점심 운휴시간 없이 오후 1시간 30분까지 청계천변을 달린다. 청계천 ‘차 없는 날’인 일요일에는 포티투닷의 셔틀을 만날 수 없다.

포티투닷 aDRT 자율주행 셔틀의 청계광장 정류장. /박진우 기자

동글동글한 셔틀의 디자인이 귀여운 모습이다. 포티투닷과 현대차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이 자율주행이라는 기술에 보다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귀여우면서도 친근한 느낌의 디자인을 개발했다고 한다. 전면과 후면의 디자인은 완전히 동일하다. 순환 구간을 주행하는 셔틀의 특성과도 무관치 않다. 또 앞뒤 디자인이 같으면 여러 부품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 효율성 등에서 유리하다. 도요타나 폭스바겐의 자율주행 셔틀도 이런 구조로 만들어 진다.

이날 기자는 4호 승객이었다. 1호 승객은 68세 김이혜란씨(여). 이전부터 청계천 주변에서 포티투닷 셔틀의 시범 운행을 봤던 그는 전날 서비스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운행이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청계천에 나왔다고 한다. 김이혜란씨는 “오늘 자율주행 셔틀을 타보니 새로운 나라에 온 느낌이다”라고 했다. 이날 김이씨와 함께 포티투닷 셔틀을 탔던 2, 3호 승객은 “자율주행이라고 해서 느리게 가는 줄 알았는데, 속도가 꽤 났다.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있어 안심이 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포티투닷 aDRT 자율주행 셔틀의 1호 승객. /박진우 기자

예약 시간이 되면 포티투닷 셔틀이 정류장으로 들어온다.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내부가 보였다. 지상고가 낮아 타고 내리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실내는 마치 미래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다. 여러 개의 모니터가 운전석을 중심으로 배치돼 있다. 포티투닷 셔틀 주변에 설치된 총 12개의 카메라와 6개의 레이더가 주변 상황을 낱낱이 파악해 모니터에 표시해 준다. 오토바이나 자전거, 보행자, 자동차, 건물 등이 내비게이션 화면 등에 나타나는데, 거리가 가깝거나 운행에 위협을 주는 상황이면 붉은색으로 바뀐다.

예약 탑승자를 확인하면 셔틀이 출발한다. 탑승자는 모두 안전벨트를 매야한다. 만일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경고음이 계속 울리고, 차는 운행을 멈춘다. 포티투닷 셔틀의 천은 모두 투명하게 돼 있어 뻥 뚫려 있다는 느낌이다. 청계천은 평소에도 좋은 산책 코스지만, 자율주행 셔틀로 청계천변을 달리는 맛도 나쁘지 않았다.

3.4㎞ 구간 대부분을 자율주행으로 운행한다. /박진우 기자

갑자기 길을 건너려는 사람이 나오자 자율주행 시스템이 이를 인지하고, 셔틀을 멈춰세웠다. 관성에 의해 몸이 앞으로 쏠렸지만, 안전벨트 덕분에 위험하지는 않았다. 셔틀은 운행 중간중간에도 속도를 줄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원칙적으로 일시 정지를 하도록 설계된 데 따른 것이다. 운행 구간 중 총 25개의 횡단보도가 있다. 자전거 한 대가 셔틀 앞을 빠르게 지나면서 또 한번 차가 출렁 거렸다.

앞 쪽의 차가 우회전을 위해 차를 틀었는데, 신호 대기에 걸려 앞으로 완전히 빠져나가지 못하고 도로에 살짝 걸려있었다. 포티투닷 셔틀은 이를 인지해 방향을 꺾어 살짝 돌아 나갔다. 흔히 자율주행 시스템이 사고에 취약할 것이라는 불안이 있지만, 적어도 청계천 구간을 운행하는 포티투닷 셔틀은 그런 불안감은 없었다.

청계광장을 출발해 세운상가를 찍고, 다시 청계광장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20분이 채 되지 않았다. 셔틀이 달린 시간이 오전이어서 차와 오토바이, 자전거, 보행자 등의 통행이 많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근처 사무 빌딩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거나 자동차 통행이 많은 출근 시간이나, 점심 시간 등에는 운행 시간이 이보다 늘어날 여지가 있다.

청계천 주변은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복잡한 주행 환경을 가지고 있다. 서울 한복판인데도 자동차뿐 아니라, 여러 교통 방해 요소들이 넘친다. 반대로 보면 여기서 자율주행 빅데이터가 쌓이고 원활한 운행이 가능하다면 어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율주행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셈이다.

반환점인 세운상가 앞에서 포티투닷 aDRT 자율주행 셔틀이 돌고 있다. /박진우 기자

포티투닷 셔틀은 스스로 학습하는 자율주행 셔틀이다. 청계천변을 달리며 수집한 교통 환경과 상황에 대한 정보들이 모두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활용된다. 운행이 많으면 많을수록 정교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현재 2대로 운영하는 포티투닷 셔틀은 다음 달 1대가 더 추가될 예정이다. 운행을 마친 뒤에는 차고로 향하는 데, 이 차고가 어디있는지는 비밀이라는 게 포티투닷의 설명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