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토로와 침묵 사이, 요동치는 갈등

[박상혁의 OTT 충전소][박상혁의 OTT 충전소] 넷플릭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필자의 후배 ㄱ씨는 최근에 자꾸 깜빡깜빡하는 실수를 했다. ㄱ씨는 ‘결혼 준비로 정신없어서 그런 거겠지’ 하고 넘기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다. 놀랍게도 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 충격이 컸지만, 정기적으로 약을 먹으면 괜찮다는 의사의 말에 한숨 돌렸다. 하지만 고민이 생긴다. 이 사실을 예비 신랑에게 말해야 할까? 시집에는? 근데 이게 꼭 말해야 할 정도로 큰 문제가 되나? 말하지 않고 결혼하면 남편과 시집을 속인 걸까?

당신이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비밀을 순순히 털어놓을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감출 것인가. 하나의 거짓말을 위해서는 더 많은 거짓말이 필요하다. 여기 밀실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된 고등학생 네명이 있다. 이들이 펼치는 점점 꼬이는 사건들과 숨 막히는 진실게임. 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피콕의 드라마로 우리나라에서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다.

고등학생 사이먼은 애플리케이션‘어바웃댓’을 운영하며 바람피우는 커플, 약물중독 등 학생들의 비밀을 폭로한다. 그의 폭로로 농구부원 절반이 퇴학당했고, 수많은 커플이 헤어졌다. 개학 첫날. 사이먼은 학생 네명의 엄청난 비밀을 폭로할 것이라고 예고한다. 수업이 끝나고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킨 학생 네명과 사이먼이 선생님에게 소환되어 반성문을 쓰게 된다. 물을 마시던 사이먼이 발작을 일으키며 사망한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이먼의 컵에 누군가 땅콩오일을 바른 것. 누군가 비밀이 공개될까 봐 사이먼을 죽인 것일까? 그 비밀은 무엇일까? 원제는 <원 오브 어스 이즈 라잉>. ‘우리 중 한명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는 이 제목이 내용에 더 잘 어울린다. 2017년 캐런 엠(M.) 맥매너스가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내’가 의심에서 벗어나려면 넷 중 다른 친구가 범인으로 잡혀야 한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살인 용의자가 된 네명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마음을 터놓을 곳은 다른 용의자 친구들뿐이다. 이들은 범인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평소와 다름없이 축제 준비를 하고 댄스파티에도 참가한다. 로맨스도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진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네명의 우정과 연애가 순조로울 리 없다.

이 드라마와 비슷한 느낌으로 오티티 디즈니플러스에서 하는 연애 리얼리티 <핑크 라이>가 있다.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좋은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던 참가자에게 한가지씩 거짓말이 허락된다. 하지만 나의 거짓말을 감추며 남의 거짓말을 추리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다른 연애 프로그램보다 출연자들의 감정 변화가 심하며 최종 커플을 예측하기 어렵다.

드라마에서 한 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거짓말을 해서 미안해. 하지만 네가 진실을 몰랐던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지 않아. 진실보다 거짓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그랬어. 진실을 알고 나면 되돌릴 수 없으니까. 네가 날 지금처럼 보는 게 싫었어.”

자, 그렇다면 ㄱ씨는 그냥 아무일 없는 것처럼 결혼 준비를 하면 될까? 아니면 지금 당장 솔직하게 말해야 할까?

씨제이이엔엠 피디